도요타, 올해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출시 선전포고
애플까지 경쟁에 가세 내연차 퇴출 가속화 부를 듯

[이투뉴스] 차세대 전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가까워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배터리 제조사들이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시간을 대폭 단축할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대비 짧은 주행거리와 긴 충전시간이 전기차 선택의 가장 큰 장벽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미국 테슬라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로 앞서 질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2년과 2014년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SUV형 전기차 'RAV4'를 내놓은 뒤 잠잠했던 일본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을 올해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도요타의 전고체 배터리는 10분 충전에 300마일(약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고 배터리 용량의 80%를 24만 마일(약 38만km)까지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주류인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해액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 차세대 배터리다. 발화 위험을 낮춰 안전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배터리 크기를 작게할 수 있다. 충전 시간도 기존 보다 훨씬 짧아 10분 정도 걸린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도요타에 이런 선전포고로 올해부터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과 화학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나서고 있어서다. 업계의 높은 관심과 투자 덕분에 배터리 성능이 계속 향상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해는 전기차가 내연차와 정면 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도요타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SUV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도요타는 파니소닉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재 무려 1000개가 넘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는 폭스바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전고체 배터리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퀀텀 스케이프에 3억달러를 투자했으며, 2024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완전체 형태의 전고체 배터리출시는 2028년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폭스바겐 그룹의 전체 판매 제품을 전기화하는 시기와도 같다.

미국의 솔리드 파워(Solid Power)사는 포드, BMW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솔리드 파워는 최근 콜로라도 관련 시설에서 리튬 금속 전고체 배터리 시범 생산을 시작했다. 회사는 내년부터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성능을 공식 시험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는 캐나다의 하이드로-퀘벡과 협업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니산(Nissan)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2028년까지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니산은 현재 전기차 리프를 양산하고 있으며 SUV형 전기차 아리야(Ariya)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국의 CATL은 최근 대만 폭스콘과 2024년 전고체 배터리 출시 계획을 알렸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력인 국산 배터리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삼성은 리튬 대신 실버-탄소를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절반 정도 크기에 1회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하는 연구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자체적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한편 도요타와 닛산은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일본 정부는 탈탄소화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2조엔 규모 기금을 조성하고 있으며, 지원금의 상당 부분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부존량이 한정적인 리튬 조달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자원개발 정유사인 미츠이 키조쿠(Mitsui Kinzoku)와 이데미츠 코산(Idemitsu Kosan)이 고체 전해질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현재까지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중국과 한국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로 향후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까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도요타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

세계 차세대 배터리 시장은 작년 3900만 달러에서 2025년 4억1300만 달러, 2030년 31억 달러, 2035년 252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애플, 2024년 ‘획기적’ 배터리 EV 발표

각국의 경쟁이 이처럼 치열한 가운데 애플이 베일 속에 싸여있던 프로젝트 '타이탄'을 마침내 드러냈다. 애플의 자율주행차 사업부인 타이탄은 이르면 2024년부터 혁신적인 배터리를 장착한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애플 자동차의 핵심은 모노셀 디자인을 갖춘 차세대 배터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 대신 리튬이온인산염(LFP) 배터리를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다른 배터리 보다 밀도가 낮아 과열 가능성이 낮고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으며 주행거리를 늘리고 생산단가를 낮출 수도 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생산시기는 2025년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원재료 가운데 코발트 사용 유무는 중요하다. 세계 코발트의 60%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공급되고 있는데 어린이 노동력 착취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의 한 취재원은 애플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해 “완전한 다음 단계다.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같다”고 말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타이탄은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들과 생산을 협업할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kWh당 100달러로 하락

세계적으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테슬라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기존 배터리 가격 하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팩 가격은 kWh당 135달러 정도다. 전통 내연기관차와 경쟁하려면 100달러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간의 성과는 긍정적이다. 지난 10년에 걸쳐 배터리 팩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 팩 가격은 2010년 kWh당 1100달러에서 지난해 137달러로 10분의 1 수준이 됐다. 향후 3년간 평균 가격은 kWh당 약 100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 버스에 탑재되는 배터리 가격은 처음으로 kWh당 100달러 수준이 됐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전기 버스와 상업용 전기차, 자가용 전기차 등을 고려할 때 2023년까지 평균 배터리 팩 가격이 101달러, 2030년까지는 56달러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런 가격 하락에는 대량 생산과 발주, 다양한 산업에서의 광범위한 이용,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 상승, 디자인 향상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수송부문의 탄소감축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어 앞으로도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 진보는 에너지분야의 중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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