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에너지전환 운동가’ 이필렬 방송대 교수 일침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이투뉴스] 국가에너지정책의 위신이 말도 아니다. 대통령의 노후 원전 조기폐쇄 공약을 이행하던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받고 구속됐고, 검찰은 불의라도 목격한 냥 달려들어 에너지정책과 그 정책의 입안자들(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과 검찰은 대통령이 수장을 임명하는 사정기관이다. 언제, 어디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인지 몰라도 여간 볼썽 사납지 않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65‧사진>는 빌미를 준 정부나 사정기관 모두 문제라는 쪽이다. 에너지전환에 대한 큰 그림과 확신 없이 ‘탈원전’을 내세우다 이런 사태를 자초한 정부도 문제지만, 그걸 감사·수사한다는 사정기관 역시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부를 부정하는, 민주주의 부정 행위“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에너지전환 싱크탱크를 만들어 ‘큰 그림’을 그리고 '전환은 가능하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교수연구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초 당시로선 생소한 에너지전환을 처음 시민사회영역으로 이끈 1세대 운동가이자 학자다. 하지만 스스로 말하는 ‘원칙론자 성향’ 탓인지 탈핵운동 진영이나 환경단체들과는 일정거리를 두고 불화하거나 때로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낯가림 때문인지, 불신 때문인지 일부 진보매체 칼럼 기고 외에 언론 접촉도 꺼렸다. 그에게 에너지정책의 난맥상과 그 원인, 해법 등을 물었다.

- 월성 1호기 감사가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감사원장이 사석에서 ‘하나님의 확신이다. 조기폐쇄는 문제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는 언론보도를 봤다. 원자력발전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그렇다면 그 사람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부가 탄생했고 대통령이 선출됐고, 그 대통령이 상당수 국민의 뜻에 따라 원전을 안한다 공약을 했다. 그리고 공약의 하나로 상당히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월성 1호기를 몇 년 일찍 폐쇄한 것에 대해 (감사원장이)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시켰으니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이해만 있다면 그건 감사할 사안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현 정부 공약을 집행한 것이라 감사원 권한 밖이라고 했어야 맞다. 야당이 감사를 신청했다고 그걸 붙들고 샅샅이 파헤쳤다는 건 어떤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 교수는 최근 탈핵에너지학회 창립총회 특강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정부가 탈원전을 주요 정책을 삼고, 이러한 필요 과정을 거쳐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했다면, 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일 수 있다. 비판하고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결정 자체가 감사 대상도 될 수 없고, 법의 심판 대상도 될 수 없다”고 했다.)

- 이젠 그걸 검찰이 넘겨받았다.

“검찰 수사도 민주주의와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검찰수장과 검찰의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사원에서 그러니까. 그들은 우리사회의 모든 행위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검찰 권력이 민주적 정당성, 민주주의에도 우선한다고 보는 것 같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인데, 그 결정을 부정하니 그(윤석열 총장)도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여당은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보나

“갑갑한 건 국회에서 감사원장을 불러다놓고 그런 식으로 근본적인 지적을 한 의원이 없다는 거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정부가 결정한 것인데 어떻게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나. '당신은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고 물었어야 했다. 모두 엉뚱한 지적을 하더라.”

- 월성 1호기 폐쇄과정에 나름 절차적 정당성을 만들려 했다.

“왜 그런 절차를 거쳤나. 해야 할 일은 안전성 검증이었다. 독일이나 일본의 원전 영구폐쇄나 임시폐쇄 사례를 보라.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경제성 분석을 한 나라가 있나. 그렇게 함으로써 원전 경제성 논쟁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비싸다, 싸다 논쟁하기 시작하면 사고 위험비용이나 핵폐기물 처분비용 등 여러 변수들이 들어간다. 그래서 탈원전 쪽에선 원전 원가가 높다고 하고, 찬성하는 쪽에선 (kWh당)40~50원이라고 한다. 안전성 분석을 했어야 한다. 찬성과 반대쪽 논쟁이 심하다면 중립적인 해외 안전성 분석 전문가들에게 맡길 수도 있었다. 그들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해버리면 된다. 게다가 월성 1호기는 가동연한도 얼마 안 남았었다.”

- 현 정부 에너지전환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큰 그림이 없었다.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탈핵이란 말부터 했다. 북한에서 2006년 핵실험을 하자 원전반대 단체들이 원전은 핵무기와 다르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핵이란 말을 썼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는 탈핵이란 말이 아주 유행했다. 나도 1990년대 조금씩 탈핵이라 썼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려고 하는 의도들이 고립될 수 있다고 봤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이 쓰는 언어를 계속 사용해야 설득할 수 있다. 나는 탈핵보다 '탈원전', '에너지전환'을 적극 쓰자고 했다. 에너지전환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 전환하자는 의미여서 탈원전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 그래서인지 뒤늦게 용어를 탈핵 대신 에너지전환으로 바꿨다

“그런 이후에도 그렇게 큰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 에너지전환이란 큰 틀에서 탈원전은 일부일 뿐이고 전환의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사실 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도 공론화는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중단은 무리수라고 했다. 건설 중단이냐, 계속 건설이냐가 아니라 제3의 방법을 찾자고 했다. 우리가 에너지전환을 결정했다고 해도 탈원전은 60년 뒤에나 이뤄지는 거다. 신고리를 건설한다고 탈원전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반대로 중단한다고 탈원전이 당장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미 건설을 했고 매몰비용도 많으니 건설하게 두고 대신 오래돼 낡은, 훨씬 위험한 월성 1호기 같은 원전 2기 정도를 폐쇄하는 쪽으로 하든지 중단하지 않아 발생하는 수조원의 이익을 해상풍력 건설에 투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장기적인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을 위해 신고리 5,6호기는 건설을 중단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게 낫다고 봤다.”

- 결국 건설 재개로 결론이 났다.

“그쪽 사람들은 나더러 탈원전해야 하는데 엉뚱한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만일 건설 중단으로 결론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됐겠나. 지금 월성 1호기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다. 굉장히 시끄러웠을 거다. 당시 한 토론회에서 나는 그런 말을 했다. 탈원전은 지금 문재인 정부 같은 정권이 20년은 집권해야 가능하다. 5년, 10년으로도 안된다. 계속 건설로 결론이 났지만 제3의 길을 갈 수 있는, 굉장히 아까운 기회였다. 공론화해서 결론을 내기보다 ‘공약은 그렇게 했지만, 사정상 계속 건설해야 하니 대신에 낡은 원전 두어개를 안전성 이유로 폐쇄하자’고 하거나 좀 더 나아가 대규모 해상풍력을 하자 할 수 있었는데, 상처만 입었다. 그러다 월성1호기에 무리수를 써서 더 큰 상처를 입었다. 큰 그림이 없었다고 하는 이유다.”

- 2030년 재생에너지 20% 확충 정책은 어떤가

“2017년 집권하자마자 재생에너지 3020계획이 나왔다. 재생가능한 전기를 그렇게 높인다는 거다. 노무현 정부 때 2004년 산업자원부가 2011년까지 전기의 7~8%를 재생에너지로 달성하겠다고 했었다. (나는)굉장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었다. 결국 달성했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부생가스를 제외한 순수 재생가능전기 비중이 3% 내외다. 그런데 전기소비량은 계속 는다. 10년만에 20%로 높이는 것이 가능할까?”

이필렬 교수 ⓒE2NEWS

- 그래서 대규모 단지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전기로 20%를 채우려면 설비로는 70GW 정도 될거다. 태양광은 지붕 외에 할 곳이 많지 않고 육상풍력은 산등성이가 좋은데 운반 가능한 도로가 없다. 차라리 큰 그림을 그려서 임업과 풍력을 연계해 임도를 내고 두 산업을 같이 발전시키는 쪽으로 가는 게 낫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나무는 많은데 임도가 없어 나무를 제대로 못쓴다. 산에 풍력을 설치하면서 임업도 활성화 시키면 설치량을 늘릴 수 있다. 다만 해상풍력과 이용률이나 경제성 등을 비교해 봐야한다. 아마 해상풍력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8MW 터빈을 개발한다는데 도대체 몇 개를 세워야 하나. 70GW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9000개 정도 설치해야 할 텐데, 가능할까? 풍력발전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영국이  지금 전체 풍력 중 해상풍력이 10GW다. 2030년까지 이걸 40GW로 늘리려 한다. 풍력자원과 경험이 우리보다 훨씬 풍부한 영국이 이 정도인데, 우리가 그 두 배를 건설해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 목표니까 높여 잡을 수 있지 않나

“공무원들은 잠재력 계산해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낼 수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보면 그렇지 않다. 그 사이 또 전기소비가 늘어난다. 운송부문까지 전기화가 되면 소비율이 크게 늘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2030년 20% 달성은 더 어려워진다.”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 중국, 일본까지 발표를 하니 안할 순 없다. 하지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뉴질랜드는 마음 먹으면 가능할거다. 일본도 우리보다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체 경제에서 수출비중이 대단히 높고 국내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거의 없다. 석유, 가스, 석탄, 우라늄 모두 수입이다. 우린 화석에너지를 대단히 많이 수입해 그걸로 제품을 만들어 팔아 먹고 살고 있다. 그리고 더 잘 살려고 한다. 더 많이 만들고 수출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는데 그걸 어떻게 바꿀지 생각하면 굉장히 가슴이 답답해진다.”

- 그렇더라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아닌가. 환경운동가들은 기후변화가 가파르게 진행돼 대처할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한다.

“맞는 얘기지만 실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쪽에선 실현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할 수밖에 없다. 진짜 해보려고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를 생각해야한다. 에너지수입을 줄이고 가능할까. 한국사회는 지금의 지형만 봐도 작은 일에 들끓는 곳이다. 코로나19 확진자수에 대한 반응도 최고의 의료체계를 갖춘 독일이나 스위스 등과 비교하면 우리가 잘하고 있는거다. 그런데 차분하고 침착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에너지 쪽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부족하면 사회가 아마 난리가 날거다. 환경단체가 그렇게 주장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는 그런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따라가기 대단히 어려운 경제구조와 사회, 환경에 처해 있다. 중국은 신장이나 고비사막에 풍력발전을 어마어마하게 세울 수도 있고 자원도 많다. 일본도 내수비중이 높고 풍력자원도 많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거다. 게다가 경제가 내리막이라 에너지소비가 계속 준다. 한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 목표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뜻인가

"물론 속도는 빠를수록 좋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 일만을 위한 싱크탱크를 만들고 전담부처를 만들어 로드맵을 짜고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잖나. 국가기후환경회의 같은 조직이 왜 나왔나. 2018년 초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 1호 공약으로 그렇게 했다.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게 갑갑하다. 미세먼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10년은 계속 생길 수 있다고 일단 국민을 설득하고 에너지전환의 틀 속에서 접근했어야 했다. 그런데 반기문 위원장은 한국이 기후악당으로 비난받고 있다는 식의 얘기만 한다. 우리 상황이 어떠한지 기본인식이 있다면 그런 얘기를 함부로 못한다. 환경단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래서 지금이라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에너지전환만을 위한 싱크탱크를 만들고, 집중 연구해 50년짜리 로드맵을 만들어 차근차근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게 없다는 게 답답하다. 필요하다면 능력 있는 사람을 청와대 에너지전환수석으로 세워야 한다. 2050년까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면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 에너지전환을 위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지만, 부의 양극화나 대자본 독식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빨리 먹으면 체한다. 월성1호기도 빨리 하려다 목에 걸려 체해서 이렇게 고생하는 거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무슨 죄인가. 정말 월성1호기를 폐쇄하고 싶었다면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서 공약이고 수명이 얼마 안 남았으니 폐쇄해야겠다 말하고 하든지 그냥 두든지 했어야 한다. 굳이 왜 여러 절차를 거쳤을까. 추정해보면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다. 저항이 심하게 일어날 것을 예상해서. 왜 저항이 심할 거라고 봤을까? 결국은 여론이 받쳐주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거다. 여론이 60~70% 찬성했다면 절차도 밟지 않았을 거다. 용기도 없었다는 거다. 두드려 맞더라도 내소신이라고 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거다. 그럼 여론은 왜 받쳐주지 않았을까. 국민들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선 에너지전환을 위한 어떤 사업들을 벌여도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월성1호기처럼 체하는 비슷한 일들이 생길 거다. 중요한 건 에너지전환에 대한 믿음을 국민 사이에 계속 퍼뜨리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여론이 뒷받침 돼 그걸 등에 업고 추진하면 된다. 감사원장이 '41%의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 여론이라 볼 수 있냐'고 했다지 않나. 중요한건 여론을 에너지전환 쪽으로 끌어오는 거다.”

- 에너지전환 인식을 국민들에게 빨리 확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개인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고 전환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계속 퍼뜨려야 한다. 소규모 태양광이 대표적이다. 새만금처럼 GW단위 사업은 여론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투트랙으로 가야한다. 한쪽에선 대규모 해상풍력도 가고, 다른 쪽에선 최대한 많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태양광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일부가 하다보니 반감은 높아지고 가짜뉴스가 퍼지는 거다. 그렇게 해선 성공할 수 없다. 내가 2004년께 정부에 제안한 게 바로 시골 어르신들의 3kW 태양광 설치비 일부를 보조해주자는 거였다. 공짜가 아니라 직접 투자해서 자신이 귀하게 생각하고 아끼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팔 수 있도록 하면 된다. 6~7년 해서 투자비를 빼고 15년 이상 매달 돈을 받으면 상당히 많이 퍼져나갈 거다. 노인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되고 연금처럼 받으면 태양광에 대한 여론이 매우 좋아졌을 거다. 그렇게 가야 우호적인 여론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작업 거의 안하고 있다. 여론을 에너지전환 쪽으로 끌어 오는 건 등한시하면서 대규모 사업만 하려 한다. 근시안적이고 짧은 생각이다. 여론형성은 필수다. 그게 안 되면 계속 시끄러울 가능성 크다. 독일을 봐라. 계속 원전을 없애왔지만 전혀 시끄럽지 않다.”

- 우리 전력산업의 85% 정도가 공기업 소유이고, 전력시장 역시 관치다. 구조적 변화없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난 2000년대부터 전력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한전 노조는 결사반대다. 그들은 개방을 민영화라고 부른다. 그런데 개방은 민영화가 아니다. 개방은 자유화다. 한전도, 한전 자회사도, 일반인도 얼마든지 전력을 생산해 팔고 전력망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거다. 독점하지는 말라는 거다. 지금도 그 생각은 같다. 현재 한국의 전력산업 구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완전 배치되는 구조다. 전력망을 개방해 누구나 들어와 전기를 사고팔수 있게 해야 소위 가상발전소 운영이 가능하다. 청년들이 인공지능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재생가능 전기를 팔 수 있도록 하려면 전력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그런데 한전이 판매시장을 꽉 붙잡고 있으니 어렵다. 가상발전소 얘기가 나와도 여전히 한전이 중심이 되는 얘기가 나온다. 독일은 1998년에 전력시장을 개방했다. 개인들도 들어가서 사고 팔 수 있게 했다. 무수하게 많은 전력회사들이 생겨났다. 청년들이 계속 시장에 진입해 재생가능전기만 파는 회사들도 많이 만들었다. 우리는 강고한 독점상황이니 더 세밀하고 다각적으로 연구해야 하는데, 그래서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

- 혹자는 ‘전환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하더라. 특히 한국사회에서의 전환은 그래 보이는데

“어렵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주장하고, 힘차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야겠지만 한쪽에선 깊게 생각하고 연구하고 어려운 과제라는 여기는 사람도 포진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전환에 대한 인식과 믿음을 퍼뜨리고 설득하는 게 수월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필렬. He is…] 1957년 인천 출생. 서울대 화학과를 중퇴하고 독일 베를린공대 화학과에서 학업을 이어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한국방송통신대에서 문화교양학을 강의하고 있다. 시민단체 에너지전환 (옛 '에너지대안센터')을 창립해 국내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운동 기반을 만들었다. 저서로 <에너지대안을 찾아서>를 비롯해 <에너지전환의 현장을 찾아서>,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다시 태양의 시대로-재생가능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다> 등을 펴냈다. 2008년부터는 건물에너지 절약으로 눈을 돌려 한국인 최초로 독일 파시브하우스 설계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창립한 한국탈핵에너지학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 이필렬 교수가 탈핵에너지학회 창립총회 기념세미나 강의내용을 토대로 학회 웹진에 게재한 '탈원전과 민주주의' 전문 (이하)

독일어에 Primat der Politik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 우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 말이 독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사안 중 하나는Atomausstieg, 우리말로 탈원전이다 (한국에서는 환경단체 같은 곳에서 탈핵이란 말을 즐겨 쓰지만, 독일에서는 한국과 달리 탈핵-Kernausstieg 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탈원전-Atomausstieg이란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Primat der Politik이란 말은 1998년 탈원전을 정책으로 정한 사민당과 녹색당이나 2011년에 6개월만에 갑자기 원전 수명연장에서 탈원전으로 돌아선 보수당의 메르켈이 반대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독일원자력산업협회(Atomforum)  간부나 원자력발전소 경영자들이 인터뷰나 토론회에서 탈원전에 대한 의견표명을 질문당했을 때 사용했다.

물론 이들이 탈원전을 찬성한 것은 아니다. 당연히 뒤에서는 탈원전을 하면 정전사태가 벌어지고 독일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는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적어도 앞에서는 “정치 우위”라는 말을 하며 정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독일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 집권당 정부가 그것이 사민녹색연정이든 보수자유연정이든, 의회를 통해서 결정한 사안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일 따르지 않는다면, 그래서 예를들어 한국에서 종종 발생하듯 헌법소원이나 고발 같은 짓을 하면, 집권당의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 더 나아가서는 민주주의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물론 이들은 그러한 일을 벌이지 않는다. 대부분 2차대전 후 민주 독일에서 태어났고, 민주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지 않고, 또한 만일 그렇게 하면 아주 큰, 전사회적인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이들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의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미로 Primat der Politik, 정치우위 란 말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후, 60년후 탈원전 완료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그 선언적 의미로 2018년 6월 10년의 수명연장으로 가동연한이 몇 년 남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승인했다. 이미 2017년 1월 서울 행정법원에서 수명연장 허가에 대한 취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폐쇄 승인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는 폐쇄결정이 즉흥적인 것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 여러 절차를 거쳤다. 경제성 평가를 했고, 한수원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등의 절차를 가졌다.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이러한 필요 과정을 거쳐서 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결정했다면, 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일 수 있다. 물론 비판하고 반대할 수는 있다. 의견표명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니. 그러나 그 결정 자체가 감사 대상도 될 수 없고, 법의 심판 대상도 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야당 의원들, 민주정부에 의해 임명된 감사원과 검찰이 이 결정을 감사 대상, 수사 대상에 올린 것이다. 만일 4대강 사업에서와 같이 사업을 결정한 의도가 의심스럽거나 비리가 포착되었다면 감사와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과 원전 폐쇄 결정은 불순한 의도나 비리가 들어갈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은 태양광,풍력을 하는 재생가능 에너지 업체들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 경영의 거대 장기 계획, 국민의 안녕과 복리를 위한 계획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만일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 감사나 수사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목전에서 벌어진 또는 벌어지고 있는 탈원전에 대한 감사와 수사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따라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부정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감사원장이 어떤 인물인가? 박정희 독재시절에 태어나1975년에 대학에 입학, 졸업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오직 판사로만 일하다가 감사원장에 임명된 사람이다. 민주주의 교육을 한번도 받지 못했고, 대학에 가서도 아마 고시공부에 몰두했을 것이다. 그러니 41%의 지지를 받은 정권의 정책이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냐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사석에서 ‘하나님의 확신이다. 조기폐쇄는 문제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이 말씀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민주주의나 민주적 정당성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월성원전 조기폐쇄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민주주의와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검찰수장과 검찰의 이해부족에서 온 것이다. 검찰이 Primat der Politik을 생각이나 해볼까? 그들은 성역없는 수사를 외친다. 그들은 우리사회의 모든 행위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들에게 통용되는 원리는 정치 우위가 아니라 검찰 우위인 것 같다. 검찰의 권력이 민주적 정당성, 민주주의에도 우선한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니 월성원전 폐쇄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의 정책에 대해 검찰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닐까?

여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감사원장이 친척이나 부친의 영향을 받아서 탈원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월성원전 폐쇄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는 방향으로 감사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공격했다. 어느 의원은 부친이 “지금 정권을 ‘좌파 정권’, ‘문재인 정권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했고, 동서들은 원자력연구소와 보수언론에서 일하고 있으니 영향받은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격의 방향이 틀려도 크게 틀렸다. 그러니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로부터 “그야말로 과거 절대왕조 시대 연좌제의 망령을 연상시키는 신(新)적폐"라고 비판받는 것이다. 감사원장의 성장과정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감사원장이 탈원전을 반대하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초등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박정희 독재만을 경험했다는 것, 그후 평범한 판사로서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해보지 못하고 사법부 관료생활을 하다가 감사원장이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정희 정권 때 시작한 원자력발전, 그때 착공한 월성원전 폐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 독재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은 거의 모두 탈원전을 반대한다. 반면에 탈원전-탈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주로 민주화 후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1980년 이후 출생자들이다. (리얼미터 2017년 조사) 이는 독일에서 대다수 나치 부역자와 방조자들이 원자력발전을 찬성했고, 전후에 태어나 민주주의 교육을 받고 나치 청산을 강하게 요구한 청년들이 초기 탈원전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탈핵에너지란 넓게는 아직도 베이비붐 세대와 그 전 세대에 강하게 남아있는 박정희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나는 사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매우 어리석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경제성평가나 한수원 이사회 의결 같은 절차 없이 대통령의 명으로 폐쇄하든지, 2025년에 폐쇄될 예정이므로 그냥 두든지 했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과 정부가 원자력발전이 위험할 뿐 아니라 미래 에너지원도 될 수 없기 때문에 탈원전-탈핵을 공약과 정책으로 채택했다면 정면승부를 택하든지, 그게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어차피 2025년에 폐쇄될 것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았으리라는 것이다. 고리 1호기가 10년 수명연장이 끝난 후 2017년에 그렇게 폐쇄되지 않았던가.  정면승부란 탈원전 공약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또는 국무총리가 대리로 나서서, 월성원전은 낡고 위험하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조기폐쇄한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이미 수명연장이 위법이라는 행정법원의 판결도 있었고, 위험 요인도 상존하기 때문에, 탈원전 공약을 내건 대통령이 나서서 못을 박았다면 감사원이 감사하고 검찰이 수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야당과 보수언론에서는 극렬하게 공격하고 비판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항상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정부는 탈원전 반대세력의 공격이 두려워서인지 다른 이유에서든지 여러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면서 조기폐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이 야당의 장단에 맞춰 감사와 수사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왜 경제성평가 같은 불필요한 절차를 거쳐서 (어쩌면 꼼수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월성원전 조기폐쇄가 정당하다는 것을 보이려 했을까? 나는 탈원전 반대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권인데, 탈원전이 국민의 합의를 얻은 것이냐”는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에서, 이들을 향해 조기폐쇄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것임을 보이기 위해 경제성평가 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 특히 월성원전 같이 낡은 원전의 경제성은 어떤 기준, 어떤 계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 결과에 대해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경제성평가를 통해서 정당성을 얻는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어찌보면 경제성평가를 통해 시비거리를 제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가 왜 반대자들을 두려워했을까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유는 사회 곳곳에서 상층부를 장악하고 기득권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50대 후반, 60대 이상의 소위 적폐들이 탈원전을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대학, 연구소, 기업, 언론, 검찰, 사법부 속에서 이 세력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반대를 이기고 어떻게 두려움 없이 탈원전,탈핵을 추진해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독일에서 사민녹색당이1998년에 집권했을 때에도 탈원전에 대한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주로 경제분야에 몰려 있었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50세 전후의 나이가 된 68 학생운동 세력이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적록연정이 큰 두려움 없이 탈원전을 밀고나갈 수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당시에 이미 북부 독일 곳곳에 세워진 풍력발전기와 건물 지붕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태양광발전기를 보며 탈원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당시 풍력발전기와 태양광발전기는 주로 에너지전환을 추구하는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세워나갔다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 아헨, 셰나우, 뮌헨, 골레벤 등의 많은 지역에서 시민들이 실제 눈으로 확인가능한 사례를 통해서 탈원전-에너지전환 가능성을 확산시키며 여론을 만들어갔고, 그것이 당시 슈뢰더 정부에서 탈원전을 밀어부치는 데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현장을 찾아서 2001년) 이러한 시민들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운동에 힘입어서 독일의 재생가능전기 비중은 2010년에 17%로 증가했고, 2019년에는 42%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이미 50%를 넘었고, 원자력발전소가 사라지는 2022년에는 아마 55% 이상, 2030년에는 목표치 65%를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이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이란 단체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 국제적으로 영향력있는 유명인사로는 제임스 러브록과 제임스 핸슨이 있다. 이들은 원자력발전이 온실가스를 내놓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러브록과 핸슨은 수십년 전부터 기후변화에 대해 진심으로 경고하고 연구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을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원자력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원자력을 찬성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끌어댄 것이 아니다. 반면에 탈원전에 저항하기 위해 모인 수백명의 ‘에너지정책교수협’ 회원들은 그 전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목청을 높인 적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이제와서 탈원전에 반대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끌어대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요즈음 특히 스웨덴 툰베리의 Fridays for future 운동을 통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운동에 함께 하는 움직임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반기문을 앞세워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출범시켰다. 반기문은 기후변화 저지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기후변화 저지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독일에서 에너지전환이 급속도로 확산된 주된 동력은 시민들의 기후변화 저지 열망이 아니라 탈원전 열망이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같은 걸 출범시킨다 해도 탈원전,에너지전환 의식이 확산되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 저지를 외치는 것만으로 탈원전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탈원전이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여 기후변화를 막게 되는 것이다.

어느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60년후 탈원전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48.5대 44.8로 여전히 팽팽하다. 독일과 크게 다른 결과이다. 독일에서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직후 83%가 탈원전을 찬성했고, 1998년 사민-녹색연정이 집권했을 때는 76%가 원자력 즉시포기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후에는 95% 이상이 탈원전에 찬성했다. 탈원전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원자력발전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시민들 속에서 에너지전환(독일어로는 Energiewende)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지 않았다면, 여론이 그렇게 압도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믿음은1990년에 3.4%였던 재생가능전기의 비중이 2010년에 17%로 증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한국의 재생가능 전기 비중은 2018년에 6.3%였다. 그중에서 절반 이상은 폐기물로 생산한 것이다. 그런데 이 폐기물이란 게 대부분 부생수소인데, 이것은 정유공장에서 석유를 가공할 때 제철소에서 석탄을 태울 때 생기는 부산물이다. 폐기물을 제외하면 순수 재생가능전기 생산 비중은 3% 남짓할 뿐이다. 이런 상황이니 정부에서 탈원전, 그것도 60년후 완료되는 탈원전을 이야기하지만, 절반의 시민이 그 가능성을 의심하고 반대하는 것이다.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적폐들의 공격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론은 에너지전환 실천운동에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그 결과 탈원전,에너지전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퍼져갈 때 압도적인 차이로 형성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와 후속 정부에서 앞으로 원전 조기폐쇄를 성공시키고 탈원전을 완수하려 한다면, 먼저 에너지전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시민들 사이에 널리 퍼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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