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너텍, 청양공장서 하루 최대 250톤 생산 발전사 납품
홍동욱 대표 "연료화가 가장 환경친화적, 전소 허용해야"

▲홍동욱 진에너텍 대표가 청양1공장에서 하수슬러지와 톱밥을 혼합해 성형한 바이오펠릿을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연료는 발전사 석탄화력발전소로 공급하고 있다.
▲홍동욱 진에너텍 대표가 청양1공장에서 하수슬러지와 톱밥을 혼합해 성형한 바이오펠릿을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연료는 발전사 석탄화력발전소로 공급하고 있다.

[이투뉴스] ‘촤르르~, 촤르르~’ 성형기를 빠져나온 펠릿이 물줄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연필심처럼 표면이 매끄럽고 검다. 홍동욱 진에너텍 대표가 이 펠릿을 저장고(사일로) 꼭대기로 퍼 올리는 컨베이어 벨트 옆에 서 있다가 반웅큼 가량을 집어 건넸다.

“한번 맡아보세요. 조금 냄새가 나긴 하지만 톱밥이 녹으면서 막을 형성해 일반 슬러지보다 훨신 덜합니다.”

지난 2일 충남 청양군 비봉농공산업단지내 진에너텍 제1공장. 자동화 일관 생산라인이 쉼없이 거친 기계음 냈다. 개펄과 축분을 섞은 듯한 특유의 냄새가 났지만, 역해서 참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악취와 분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공정을 밀폐처리한 덕분이다.

진에너텍은 2017년 국내 최초로 하수슬러지 바이오연료 양산에 성공한 환경‧에너지 벤처기업이다. 현재 충남과 경기 일부지역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한 슬러지를 반입해 바이오펠릿을 만들고 있다. 하루 평균 25톤 트럭 7~8대분의 하수슬러지가 발전연료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료는 중부발전과 동서발전 석탄화력발전소로 납품돼 그만큼 석탄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홍동욱 대표는 “하수슬러지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오매스"라면서 "하지만 환경부는 폐기물로만 보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풍력 외엔 관심이 없어 갈수록 자원화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슬러지와 톱밥 혼합물을 건조한 뒤 성형하는 공정설비
▲하수슬러지와 톱밥 혼합물을 건조한 뒤 성형하는 공정설비

“하수슬러지는 전 세계 인정 바이오매스”
진에너텍은 2015년 하수슬러지연료에 대한 산업부 GR(우수재활용) 인증 획득을 시작으로 사업을 본격화 해 이듬해 연료와 혼합‧건조장치에 대한 특허를 냈고, 2017년에는 일일 100톤 규모 1공장을 준공해 처음 발전사에 바이오펠릿을 공급했다.

첫해 매출 20억원으로 출발해 2018년 50억원, 지난해 100억원 순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하수슬러지를 연료로 만드는 과정은 크게 슬러지와 톱밥 혼합→교반→선별→건조→펠릿성형→저장‧공급 등을 거친다. 첫 단계에 해당하는 혼합‧교반은 반입된 슬러지와 톱밥(목분)을 균일하게 섞는 공정이다. 젖은 슬러지와 마른 톱밥을 혼합해 최적의 반죽 상태를 만드는 단계다. 보통 슬러지와 톱밥을 60대 40이나 50대 50 비율로 섞는다.

다음은 이 혼합물에 열을 가해 수분을 제거하고 성형에 이상적인 조건을 만드는 건조 단계다. 진에너텍은 LPG를 연료로 건조기를 돌려 함수율을 낮추고 있다. 혼합물이 너무 말라 먼지처럼 날리거나 반대로 수분이 과도해 설비에 엉겨붙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 노하우다.

홍 대표는 “하수슬러지는 생각보다 혼합‧건조가 까다로워 우리 역시 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면서 “열적 건조 과정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수슬러지를 미생물로 건조하는 바이오드라잉 공법을 환경부 국책연구과제로 최초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열적 건조를 마친 혼합물은 지자체에서 반입된 건조슬러지 등과 섞여 마지막 공정인 성형공정을 밟는다. 불린 쌀로 떡반죽을 만들어 가래떡을 뽑는 과정과 유사하다. 이때 고압 성형으로 펠릿 표면에 형성된 피막은 슬러지 냄새를 차폐하고 다시 수분을 머금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최종 출하된 바이오펠릿은 kg당 3500kcal의 발열량을 내는 대체연료로서 연소 시 톤당 1.6MWh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홍 대표는 "바이오드라잉은 건조비를 절약하고 악취를 저감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고 동절기 기준 14일이 소요되는 등 단점도 있다"면서 "함수율 감소폭을 조금 양보하는 대신 한 사이클을 5일로 단축하고 공간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바이오매스로 연료화 대상을 확대하는 시도도 벌이고 있다.

진에너텍은 올해 6월 준공을 목표로 충남 홍성에 하루 400톤 규모 새 바이오연료 공장을 짓고 있다. 홍성공장은 하수슬러지 외에도 과수 전정목이나 버섯배지 등의 농업바이오매스 연료화 시설과 식품회사 폐슬러지 자원화 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바이오펠릿 성형기(위)와 출하전 펠릿(아래)
▲바이오펠릿 성형기(위)와 출하전 펠릿(아래)

국책연구로 바이오드라잉 건조기술 확보 
처치곤란 하수슬러지를 자원화하는 사업이지만 정책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석탄발전 감축정책과 바이오매스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 하향조정, 신규 혼소 REC 제외 시책 등으로 바이오펠릿 수요 자체가 급격히 쪼그라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660여개 하수처리장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당장의 슬러지 처리에만 급급하고,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폐기물 통계작성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자원화나 연료화에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바이오매스 업계에 의하면 2018년 한때 톤당 17만원을 상회하던 바이오펠릿 가격은 2019년 14만~15만원, 지난해 10만~12만원선까지 떨어졌다. 작년말 지자체가 지불한 하수슬러지 처리비는 톤당 10만원선. 건조에 드는 에너지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급락하고 있다.   

국내 연간 하수슬러지 발생량은 약 500만톤. 이 가운데 5개 발전공기업이 펠릿형연료로 소화한 하수슬러지는 2018년 2만8000여톤에서 이듬해 6만1100여톤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같은기간 분말형연료로 처리된 슬러지도 23만7600여톤에서 24만9400여톤에 달한다.

연간 155만톤의 처치곤란 하수슬러지를 발전부문에서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수요감소 시 관련산업 붕괴와 슬러지 처리대란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지만 정부는 폐기물이란 이유로 혼소 이외 전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홍동욱 진에너텍 대표는 "하수슬러지는 해양투기 금지와 매립·소각제한으로 연료화가 가장 환경친화적인 처리방법이 됐다"면서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하수슬러지야말로 안정적으로 자급가능한 국산 그린에너지다. 자원 선순환 측면에서 산업부와 환경부가 하수슬러지 연료의 전소발전을 허용하고 다양한 바이오매스로 자원화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양=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홍동욱 대표가 외부 연료투입 없이 하수슬러지 함수율을 낮추는 바이오드라잉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홍동욱 대표가 외부 연료투입 없이 하수슬러지 함수율을 낮추는 바이오드라잉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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