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열분해로 오염물질도 확 줄여, 폐기물 처리 패러다임 전환
폐기물에너지화 그린뉴딜 중점과제 선정 등 한난 W2H 가속화

[이투뉴스] 택배 언박싱(박스를 푸는 것) 몇 번에 배달음식 한 두 번 시켜먹으면 어김없이 분리수거 또는 버려야 할 정도로 쓰레기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가 일상에 파고들면서 생활폐기물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폐기물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폐기물 대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폐기물은 ‘재사용→재활용→에너지화→매립’이라는 원칙에 의해 단계별로 처리가 이뤄진다. 우선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것은 다시 쓰고, 성상이나 형태 등을 바꿔서라도 사용하면 재활용이 된다. 이런 것들이 불가능할 경우 에너지화로 넘어가는데 소각과정에서 열에너지를 직접 활용하거나 이를 이용해 발전하는 형태다. 마지막은 매립이다. 과거에는 일부 폐기물을 깊은 바다 속에 버리는 해양투기도 이뤄졌으나, 국제협약(런던협약)으로 지금은 금지됐다.

그러나 갈수록 에너지화 과정까지 막히고 있다. 폐기물이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되면서 사업성이 약화된데다 소각장 건설은 ‘하늘에 별따기’가 됐고, SRF(고형폐기물)로 대표되는 폐기물에너지화시설은 주민반대로 사업추진이 올스톱된 상황이다. 에너지화가 이뤄지지 않는 폐기물은 결국 매립장 밖에는 갈 곳이 없다. 쓰레기 매립은 후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매립할 곳 역시 갈수록 포화,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열분해방식
지금까지 폐기물 에너지화는 거의 모두 소각 형태를 통해 이뤄졌다. SRF발전 역시 소각 시 나오는 열에너지를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항상 문제가 됐다. 특히 쓰레기 소각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온다는 소란이 벌어진 이후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배출기준을 대폭 강화, 환경설비를 추가했지만 주민들의 불안을 모두 해소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 에너지화 공정 중 소각이 아닌 열분해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에 뜨거운 열을 가해 기름이나 가스를 만드는 것이다. 비닐과 플라스틱의 원료인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폴리-스틸렌이 모두 석유화학제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즉 원유정제 및 석유화학제품 제조과정을 거꾸로 돌리는 셈이다.

열분해는 소각에 비해선 에너지화율이 떨어지지만 아주 큰 장점이 있다. 바로 오염물질 발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처음 열을 가할 때 별도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외에는 무산소로 공정이 진행돼 오염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열분해는 반응온도에 따라 저온열분해와 고온열분해로 나뉜다. 고온열분해는 800℃가 넘는 열을 가해 짧은 반응시간 속에 가스를 얻을 수 있다. 저온열분해는 500℃ 미만의 열을 오랫동안 가열해 유류나 가스를 얻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가동된다. 이에 비해 고온방식은 설비규모가 100톤 단위로 크고, 들어오는 원료에 대한 전처리(균질) 등이 필요하다. 

열분해를 통한 폐기물 에너지화는 1차적으로 저온열분해를 통해 폐기물에서 염소를 제거한 청정유를 생산하는 W2O(폐기물 오일화) 과정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여기서 나온 청정유를 다시 고온열분해하면 가스화 단계를 거쳐 수소를 생산(O2H, Oil to Hydrogen)할 수 있다.

◆한난, 전문기업과 SPC 설립 등 사업화 착수
폐기물을 분해, 청정유 및 수소를 생산하는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앞장서고 있다. 이미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열분해설비와 업체들은 있지만, 제대로 된 연구와 업그레이드가 안돼 공사가 나서게 된 것. 한난은 사내 벤처를 통해 청정유 생산수율 및 수소 변환가능성을 꾸준히 체크하는 등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난은 이와 함께 지난해 말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을 위해 관련분야 전문업체인 에코크레이션 및 에코크린와 업무협약을 체결, W2H(Waste to Hydrogen) 사업에 한걸음 더 내디뎠다. 한난은 올해 이들 회사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열분해 청정유(PYCO)'를 생산하는 신에너지사업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한난이 폐기물 에너지화 전문기업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한난이 폐기물 에너지화 전문기업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한난은 향후 경북 문경 등지에 모두 460억원을 들여 시설용량 100톤 규모의 W2O설비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폐기물을 활용해 우선 청정유를 만들고, 이를 난방·수송 또는 석유화학 연료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 시범사업을 거쳐 폐기물 처리가 필요한 전국으로 생산공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분간은 여기서 나오는 청정유를 직접 사용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소산업 추진여건이 갖춰질 경우 2단계 기술인 청정유의 수소화를 통해 연료전지발전 등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저장과 이동이 어려운 수소를 폐기물이 모이는 장소에서 직접 생산, 사용함으로써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인터뷰/ 김판수 한난 에너지혁신본부장

“지역난방공사 신성장동력은 수소다”
W2H는 '에너지화+환경오염 감소+폐기물 처리' 해결책

▲김판수 한난 본부장.
▲김판수 한난 본부장이 폐플라스틱 등을 열분해 한 청정유를 가리키고 있다.

“난방 및 냉방을 공급하는 사업모델은 앞으로 여러 위기를 맞을 확률이 높다.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모델에만 안주해서는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는 LNG가 아닌 수소로 모든 것을 공급하는 회사로 탈바꿈하는 것이 목표다. 수소로 미래사업 방향 잡은 것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사업을 총괄하는 김판수 에너지혁신본부장은 화석연료인 가스로 터빈을 돌려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시대는 중장기적으로 끝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에너지 역시 친환경·저탄소 시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생에너지가 상당기간 각광받겠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수소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세계 최대의 집단에너지업체로 성장한 한난이 성격이  다른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 추진을 주도하는 것은 사연이 있다. 아직도 해결이 안되고 있는 나주 SRF열병합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요구로 참여했으나, 이상하게 일이 꼬여 곤혹을 치르고 있다. 여기서 보고 느낀 것이 지금 W2H 사업을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나주를 자원순환도시로 만드는데 참여기업이 없다며 환경부 등이 참여를 요청해 들어갔는데 현재까지 너무 힘든 상황이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폐기물에서 오일을 만들고, 그 다음단계인 수소생산까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폐기물 문제는 나주와 광주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다. 우리가 폐기물 처리의 새로운 모범모델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김 본부장은 열분해를 통한 폐기물 에너지화의 최대 장점을 저탄소-친환경으로 꼽았다. 진공(무산소) 상태에서 열흡수 공정이 이뤄져 소각장에 비해 대기오염물질은 거의 없고, 온실가스 배출 역시 48% 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더불어 공사가 사업화에 앞장은 서지만 전문업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동반성장 형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사업을 주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영세한 전문업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더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인화점 규제를 비롯해 폐기물 에너지화 활성화에 일부 제약이 있다. 제조과정에서 염소까지 제거해 청정유를 만드는데 PSM 및 통합환경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규제도 여전하다. 환경당국 역시 열분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규제샌드박스가 현재 진행 중인 만큼 규제가 풀리길 기대한다”

그는 폐기물 에너지화는 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저감을 비롯해 에너지화, 폐기물 처리까지 국가 정책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과제인데도 지자체 등이 허가 문제 등에 있어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천연가스를 독점공급하는 가스공사가 수소산업의 전면에 나서는 것 역시 심판이 선수로 나서는 것이라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소사회 진입을 위해선 초기 LNG 추출수소가 중심이 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사업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수소를 신성장동력으로 잡은 한난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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