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사)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연재① 설익은 태양광모듈 탄소인증제에 이어…]

1등급제품의 공급제약과 가격경쟁력 부재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

현재 태양광모듈 탄소인증제 기준으로 1등급을 받으려면 국내에서 생산된 웨이퍼를 써야 한다. 그렇다면 소위 국산 웨이퍼를 쓴 1등급 모듈은 가격경쟁력이 있을까. 필자는 지난 11월 올해 상반기 1등급 제품을 생산할 예정인 대기업 한화솔루션의 판매가격을 문의했다. 결과는 Wp당 475원. 반면, 등외제품은 310원으로 가격차가 150%이상 벌어졌다. 경쟁 자체가 안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소인증제는 이러한 1등급 제품의 경쟁력 부재를 강력한 보조금 지급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여진다. 보조금 적용방식도 직접 보조금이 아닌 REC입찰시장에서 마치 가격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설계했다. 아무리 1등급이라지만 이 수준의 가격이 시장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1등급 모듈의 국내시장 공급물량은 충분한가. 1등급이 되려면 셀은 물론 국산 웨이퍼를 사용해야 하므로 충분한 조달여건이 중요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부 생산라인을 가동 중인 웅진에너지가 유일한 대안으로 보이며, 연간 생산능력은 0.4∼0.5GW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세계 태양광 보급 규모는 150GW이며, 이 중 국내시장은 3.5GW로 결코 작지 않다. 경쟁력 부재로 시장에서 도태된 웅진에너지 공장을 풀로 재가동하더라도 국내보급 규모의 15%만을 감당할 뿐이다. 산업부에 다음과 같이 묻는다. 탄소인증제를 통해 1등급 모듈의 국내보급량 점유비가 어느 정도이기를 희망하는가? 탄소인증제의 만족조건은 무엇인가? 제도의 목적과 목표가 명확히 시장에 전달되고, 그 목적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수용할 때만이 비로소 그 가치실현의 기반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편, 교차보조를 통해 산업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국산 잉곳웨이퍼 산업이 다시 활성화되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시점에 가격경쟁력이 더 있는 1등급이 대거 수입될 때는 어떻게 대처할 셈인가. 그 때도 지금처럼 잉곳웨이퍼 산업의 보호를 명분으로 새로운 추가보조수단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설상가상으로 탄소인증제 급조 시행 이후 얼마되지 않아 해외 태양광산업계에서 1등급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겠다고 현지 공장방문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1등급 모듈로 국내 수요를 채우기는 턱없이 부족하고, 산업부는 경쟁력 잃은 잉곳웨이퍼산업의 밸류체인을 다시 잇겠다며 탁상공론을 하고, 시장은 관련 업계와 충분한 소통 없는 정부에 크게 반발하고, 이제 막 시행한 탄소인증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법을 찾기 위한 긴급 공개토론이 필요한 때다. 가격경쟁에서 뒤처진 대기업들이 모듈 전방산업을 줄줄이 철거한 이 때, 잉곳웨이퍼 등 저부가가치 산업의 부활을 운운하는 정책이 효과적인가를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태양광 모듈 전과정 가치사슬의 어느 지점에서 우리기술이 경쟁력을 발휘할수 있을지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웨이퍼 다음 공정인 셀(Cell) 라인 ⓒE2 DB
▲웨이퍼 다음 공정인 셀(Cell) 라인 ⓒE2 DB

특정 기업 특혜시비 논란 빗겨가기 어려워

안타까운 것은 백번 양보해 금번 탄소인증제 시행목적이 국내 웨이퍼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산업부 방침을 수용한다고 하더라고 셀‧모듈 생산기업들은 잉곳웨이퍼 공급량 한계와 해당산업의 불투명한 전망 탓에 신규 투자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잉곳웨이퍼 생산이 가능한 곳은 웅진에너지란 단일 기업 뿐이다. 향후 소수 수혜기업에 대한 특혜시비를 빗겨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어떤 국가도 특정기업의 웨이퍼 생산과 수급 독점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상태라면 자금 여력이 우수한 대기업이 소량 생산되는 웨이퍼를 전매하면 독점이 되고, 그 독점 기업은 모듈가격을 맘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더라도 입찰시장의 느슨한 평가기준 때문에 1등급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발전사업자가 낙찰될 가능성도 높다.

웅진에너지에 대한 시장 독점 우려는 더 있다.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특혜시비이다. 언제부터인가 ‘웅진에너지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산업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런 주장들이 있은 한참 뒤에야 탄소인증제가 긴급 시행되었다. 둘 간에 어떠한 관련성도 없겠으나 최근 모든 재생에너지기업의 사업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하필 법정관리에 있는 웅진에너지만을 살려야 하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더구나 최전방 산업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OCI를 비롯해 한화케미칼, 삼성, KCC, 한국실리콘, 웅진폴리실리콘 등 6개사 이미 사업을 접은지 오래다. 잉곳웨이퍼의 경우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낮은 전기료와 규모의 경제로 치고나가는 해외 선두기업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있다. ‘어려운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탄소인증제란 국가 정책의 수혜기업이 소수로 특정된다는 것은 향후 무성한 뒷말을 낳기 십상이다.

또 다른 측면의 우려는 누구나 웅진에너지처럼 기회를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현재 웅진에너지의 경영상황은 심각하다. 법정관리기업으로서 상장폐지가 된 상황이다. 누적된 손실액이 1000억원이 넘는 전액 자본잠식 상태로, 이미 시장에서 청산가치가 더 높아 자생 가능성이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만약 정부의 탄소인증제로 웅진이 기사회생한다고 가정해보자. 1차 수혜자는 누가될까. 웅진에너지의 주주들 아니던가. 많은 사업자에 피해를 주고 소규모발전사업자 전체에 선택의 폭을 없애버리는 제도, 시장과 허심탄회한 논의가 한 번도 진행되지 않은 제도, 탄소인증제의 최초 수혜가 개별기업인 웅진에너지에게만 귀속되는 상황, 이러한 인증제에 대한 정당성 시비에 대해 정부는 관련기관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웅진에너지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기업이든 국내 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 판단한다면 마땅히 공론화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된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그런 정당성이 없다. 탄소인증제로 국내 중소 모듈생산기업들은 오히려 제품을 판매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 REC를 발급받지 못하는 발전사업자들은 소외되었다. 이런 때 산업부는 과연 관련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해 봤는가. 정부는 늘 산업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눈물 짓는 기업인과 노동자에게 갑이 아닌 을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보조제도하에서 독점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백번 양보해 웅진에너지에 대한 공적지위가 인정되어 국가기업이라도 된다는 전제아래서 공급 독점 구조일 수밖에 없다면 그 공급량은 모든 기업이 동일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배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행태가 글로벌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국산 경쟁력이 정말 제고될까.

▲태양광 모듈 ⓒE2 DB
▲태양광 모듈 ⓒE2 DB

탄소인증제 탄소가치, 배출권거래시장 탄소거래가 대비 100배 비싸

또 하나 짚고 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탄소인증제가 탄소감축이란 본래 제도시행 취지에 부합하느냐이다. 일단 탄소인증제 모듈 등급간 인센티브, 또는 패널티 차이가 너무 크다. 환경이슈만을 고려한다면 탄소인증제에서 부여하는 탄소의 가치는 국내외 배출권거래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이 인용되어야 마땅하다. 탄소가격은 시장에서 동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이산화탄소 톤당 거래가격은 해외의 경우 1만원선, 국내거래의 경우 3만원 내외다. 그런데 탄소인증제의 모듈 등급간 탄소가치는 배출권거래시장에서의 탄소가격에 비해 100배 가까이 비싸다. 왜 이럴까. 작년 하반기 REC 입찰에서 정부는 탄소 발생정도에 따라 ‘1등급’, ‘2등급’, ‘등급외’ 제품 이상 3가지로 구분하고, 1등급 제품이 최상위 가격 인센티브를 받도록 하였다. 탄소인증제에서 1등급으로 인증받을 수 있는 A사 모듈의 경우, 440WP 용량의 태양광모듈을 만드는데 투입된 에너지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은 kW당 659kgCO2이다. 이 모듈로 발전을 할 경우 일평균 3.6시간을 발전하는 태양광 1kW가 연간 생산하는 전기는 1314kWh이다. 이를 우리나라 전력 원단위(440g/kwh)에 적용하면 상쇄기간은 1.14년이다. 그런데 최하위 등급외 모듈을 생산하는 B기업의 경우 전과정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831kgCO2로, A사 대비 172kg 더 많아 배출 총 상쇄기간은 1.44년, A사 대비 3개월이 더 걸린다.

만약 A사 제품을 사용해 100kW 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다고 가정할 때 B사 대비 17.1톤의 탄소를 저감하는 것이며, 이를 국내 배출권거래시장 기준으로 계산하면 52만원이다. 해외거래는 이보다 훨씬 낮은 17만원이다. 즉, 시장에서 탄소거래가치를 기준으로 1등급 A사 모듈은 ‘등급외’인 B사 모듈에 비해 51만3300원의 탄소저감 비용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REC입찰시장에서는 A제품을 사용한 100kW발전소에 B보다 100배 높은 5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상식적이지 않다. 왜 그런가.

2020년 하반기 입찰시장에서는 1등급 모듈인 A사 제품을 사용한 태양광발전소와 등외 제품을 사용한 B사 제품간 kWh당 낙찰가격이 약 20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더 정확한 가격은 신재생에너지센터가 보유). A,B 제품간 고정가격 패널티가 20원 차이라면, 100kW급 태양광발전소의 20년간 동일조건에서 운전할 경우, A사는 B사에 비해 매년 260만원, 20년간 5200만원의 초과이익을 얻게 된다. 반면 발전사업자가 A사를 선택해 줄인 이산화탄소를 거래시장에서 판매할 경우 약 52만원이다. 배출권거래시장과의 가치가 100배나 차이가 난다. 이런 비상식은 향후 RE100제도 도입 시 더 큰 혼란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 또한 이미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시장에서 향후 재생에너지의 탄소저감량을 거래할 때는 어떤 규정을 따라야 할지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이번 시행된 탄소인증제 시행안은 즉각 폐기하고 전면 재고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상당한 정책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 때는 가래로도 막을 수 없다.

김태호 사)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동국대학교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kim@ep.or.kr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