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애자일(agile)하게 혁신하는 2021년을 기대하며
[칼럼] 애자일(agile)하게 혁신하는 2021년을 기대하며
  • 허은녕
  • 승인 2021.01.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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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 한국혁신학회 회장 /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 한국혁신학회 회장 /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혁신학회 회장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애자일(agile)이라는 단어는 COVID-19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초에 2020년의 경영 트렌드 키워드로 등장했다. 그리고 COVID-19 사태로 인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올해에도 그 영향력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어느 덧 발생한 지 1년이 되어 가는 COVID-19 사태로 경제사회 전반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변혁과 적응에 유리한 시스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날렵한’, ‘민첩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인 ‘애자일’은 특히 조직의 구성과 운영방식의 혁신의 방향을 대표하는 용어로, 군대조직이나 공무원사회와 같은 수직적 운영구조는 물론, 기존의 수평적 회사조직에도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부서간 경계를 없애고 직급체계도 허물고, 구성원 개개인에게 의사결정권한을 크게 부여해 상황변화에 보다 기민하고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게 하자는 혁신이다. 기존의 부서보다 더욱 작은 규모의 팀을 만들고, 1년 이상의 장기 계획이 아니라 월 단위의 단기 계획을 만들어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등의 변화로 외부에서 오는 변화와 충격의 피드백을 계속적으로 반영하게 하자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지식산업사회로의 변화, 정보화 및 디지털 전환 등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게임의 법칙이 새로 바뀌고 있는 상황을 100% 실생활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다. COVID-19 사태는 이러한 변화를 크게 가속하고 있다. 이미 세계최고수준의 대학교에서는 1990년대부터 온라인 강의와 교육을 시행하고 있었지만 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제대로 된 교육이라며 이를 반대해 오던 교수와 학생, 그리고 대학총장들이 이제는 보다 효과적인 온라인 교육 방안이 무엇인지 찾느라고 열심이다. 음식점과 백화점의 오프라인 매상이 줄어들고 온라인 배달이 늘어나는 것 역시 진행돼 오던 변화였으나 그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면서 이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수많은 업체의 폐업 사태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은 물론 국내 유수기업들은 이미 보다 더 ‘애자일’해지기 위한 세미나와 연구를 진행하고, 애자일 프로세스를 진행하여 이미 그 성과를 내고 있다. 신속히 이루어진 미국 제약회사의 COVID-19의 백신개발의 성공에도 ‘애자일’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유독 에너지산업에서는 ‘애자일’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티프(stiff, 딱딱한)’가 키워드인 것 같다. 함께 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면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논제로섬(non-zero sum) 게임이 가능한데도, 자기가 더 가지겠다고 서로 아웅다웅 싸우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대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이 원유를 생산하면서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확대하여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협상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성공사례도 있지만, 변화에 강하게 반발하거나 아니면 변화를 너무 강조해 그만 부러지고 마는 사례가 여기저기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이라면 21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전력수급계획이 정말로 매번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바뀌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에 ‘애자일’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오랜 진통 끝에 작년 말에 공청회를 통하여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계획 역시 그런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에서 열린 ‘애자일’ 토론에서 주창된 제안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변화를 위해 애자일한 변화를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기존의 상품을 싸게 제공하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새롭고 우수한 가치와 경험을 주는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전기는 그럼 어떤가? 전기는 우리나라에서 모든 국민에게 제공되는 주요 상품이지만 수십년간 변함없이(!) 동일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아니, 그 가치는 사실 계속 하락하고 있다. 다른 분야의 상품이 계속 가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기는 아직도 IMF 사태로 인하여 진행된 전력산업 구조조정 때의 프레임인 낮은 가격 이야기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나름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바로 1980년대 후반에 난방용 연료를 연탄에서 천연가스로 바꾼 경험이 그것이다. 그 때 기존의 연탄회사들은 모두 천연가스회사로 전환에 성공하였으며, 탄광과 광부로 가득했던 태백은 카지노타운으로 변모했다. 기존에 국민이 경험하지 못하던 깨끗한 연료와 새벽에도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Satya N. Nadella)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 애자일의 핵심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러나 개인성과나 이익을 좇는 게 아닌, 조직의 미래와 발전을 이루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2021년 신축년,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라며, 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우리나라 경제 모든 분야에서 애자일한 혁신을 신나게 수행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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