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산유국의 파격적 면세 정책 성공
2020년 연간 전기차 비중 54% 기록적

[이투뉴스] 노르웨이에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전기차가 팔리고 있다. 

지난달 한달 기준 노르웨이 배터리 전기차(BEVs)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의 66.7%을 차지했다. 10대 중 7대 꼴이다.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전기차 판매율이다. 

이는 2025년까지 모든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에 대한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노르웨이 정부의 야심찬 정책 성과를 평가받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2030년부터, 프랑스는 2040년부터 각각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최근 노르웨이는 기후목표와 약속 등을 담은 기후 국가계획을 수립했으며, 여기에 공공 부문에서 탄소배출 제로 차량만을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한 곳이지만 자국내 전력 공급의 90%를 수력발전에서 얻고 있다.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무한한 전력원을 확보하고 있어 전기차 확대에 잔뜩 힘이 실리고 있다. 

전기차 판매 상승세는 지역간 거리가 멀고 추위가 극심한 북쪽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크리스티나 부 노르웨이 전기차협회장은 “지난해 노르웨이의 최북단 지역인 트롬스와 핀마크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40%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는 “춥고 주행 거리가 긴 지역에서 충전 시설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 조만간 25개 급속 충전시설이 트롬스와 핀마크 지역에 추가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이 뒷받침하고 있다.

부 협회장은 “정부 보조금 덕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보다 세금 정책의 효과가 매우 컸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세금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특히 자동차 등 럭셔리 제품에 대한 세금이 높다. 노르웨이 정부는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 세금을 공제하거나 낮추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높은 자동차 취득세 탓에 평균 자동차 구입 가격은 4만3000~4만6000 파운드(한화 약 6470만~6900만원)로 EU의 평균가인 2만6000~2만9000 파운드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취득세를 공제해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하게 만들었다. 보통 25%인 부가가치세도 공제해 준다. 전기차 운전자는 도로 통행과 시립 주차장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2인 이상 탑승시 버스 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는 혜택도 있다. 일부 주차장과 톨게이트 비용, 유람선 탑승 등에 할인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전기차 확대 정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노르웨이산 전기차 생산을 자극하고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서 여러 육성책들을 도입했다.

그러나 노르웨이산 전기차 생산 계획은 예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대신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독일의 폭스바겐의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렸으며 미국 테슬라가 뒤를 잇고 있다.  

2012년 노르웨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은 3%였으나 2019년 42.4%, 작년 54.3%까지 치솟았다. 하이브리드 차를 포함하면 점유 비율은 83%에 달한다. 지난해 판매된 차량은 14만1412대였으며 이 가운데 7만6789대가 완전 전기차다.

현재 노르웨이 도로에는 280만대 차량이 운행되고 있으며, 26만대 이상이 완전 전기차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약 9%에 해당한다.

내년에는 약 40개의 신규 전기차 모델이 노르웨이 자동차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 모델보다 종류다 더 많다.

부 협회장은 “올해 전기차 판매 시장 점유율은 65%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2025년 배출 제로 차량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노르웨이 녹색당의 퍼 에스펜 하원의원은 “노르웨이는 확실히 전기차 산업의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조치의 심리학에 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퍼 의원은 자국 전기차 시장 확대 과정을 ‘녹색 세금 전환’이라 묘사했다.

그는 옳은 것에 집중하면 어떤 나라도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리학자이기도 한 그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 기후 활동 참여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퍼 의원은 “이웃과 생활 만족도를 비교한 ’존스네 따라하기 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면서 “이웃의 누군가 전기차를 구매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판매의 강력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충전소 확대 등의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1만 개의 공공 충전소가 있다. 10개 충전회사들이 운영하는 급속 충전소 3200개가 있으며, 추가적인 급속 충전소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바쁜 시간대인 출퇴근 시간에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을 위해 긴 줄에서 기다려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다. 부 협회장은 “정부는 신뢰할만한 더 많은 충전소를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전기차 이용이 지역적 단위에서 친환경적일지라도 세계적으로 보면 탄소발자국을 남긴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는 값비싼 희유금속이 필요하다. 세계 코발트의 60%를 생산하는 콩고 민주공화국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에 부품 원자재 공급을 의존해야 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장나거나 수명을 다 한 배터리를 안전하게 폐기하는 것도 해결 과제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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