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깎기 국산화 논쟁에 태양광 산업계 ‘부글’
제살깎기 국산화 논쟁에 태양광 산업계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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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1.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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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 높은 모듈 산업 사기만 떨어뜨려" 성토
▲국내 한 태양광 모듈공장에서 엔지니어가 생산라인을 지켜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국내 한 태양광 모듈공장에서 엔지니어가 생산라인을 지켜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이투뉴스] “반도체 원산지를 누가 따지나. 삼성이나 SK가 외산 웨이퍼를 썼다고 그 반도체를 국산이 아니라고 할 텐가. 반도체나 태양광이나 원산지는 최종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나 조립지다. 반도체처럼 키울 수 있는 모듈 산업의 가치를 몰라보고 제살깎기식 논쟁을 벌이고 있다.” (A 태양광 모듈제조사 대표)

최근 야당 일각에서 제기한 태양광 국산화율 및 원산지 논란에 대해 국내 산업계가 공분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 고군분투하는 국내 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국회와 정부가 불필요한 국산화 논쟁이나 탄소인증제 같은 설익은 정책으로 되레 국내기업의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산업 가치사슬(Value chain) 가운데 모듈 공정은 그나마 국내기업들이 꾸준히 내수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며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앞단 소재 산업이 외산기업과의 원가경쟁을 따라잡지 못해 대부분 사업을 접은 것과 비교된다.

실제 대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했던 폴리실리콘-잉곳-셀 공정은 값싼 전기와 풍부한 자원을 앞세운 중국기업 등에 밀려 일부기업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B 태양광제조사 관계자는 “원재료 중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까지는 이제 경쟁력이 없다고 봐야한다. 유일하게 모듈이 살아남은 셈인데, 최근 기술트렌드 자체가 모듈출력을 어떻게 높일 지로 집중돼 우리기업들이 기술력으로 승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A 모듈 제조사 관계자는 “그나마 태양광 모듈은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고르게 사업을 영위하면서 국산이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특히 고효율 모듈은 태양광에 필요한 부지를 줄여주는 고기술 영역으로, 국내에서도 메모리 반도체처럼 빠른 기술진보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의하면 현재 주력 태양전지로 사용되는 158mm(가로*세로 크기를 의미) 셀 효율은 이론적으로 20%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보다 큰 166mm 셀 효율이 최고 19.7%를 기록한 정도다. 모듈 공정은 이런 셀을 절단(커팅)하거나 중첩하면서 전기의 이동통로를 촘촘하게 만들어주는 후공정(리본작업)을 통해 태양전지의 변환효율 한계를 극복하는 고부가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상업화 문턱에 바짝 다가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얹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이종접합 연구도 한창이다.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듯 실리콘 태양광도 이런 방식으로 효율을 40%대까지 지속 높여갈 것"이라며 "고효율 모듈은 우리기업들이 가장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지속적인 공정 재투자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반도체 산업과 닮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모듈 산업을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조립공정 정도로 바라보는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조업계에 의하면 올해 1월 기준 단결정 태양광 셀 가격은 Wp당 8~11센트, 모듈가격은 22~25센트를 각각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각 공정의 Wp당 순수부가가치는 셀이 1센트 내외인 반면 모듈은 5센트 수준으로 5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실정이 이런데 정부는 국산화를 명분으로 경쟁력도 없고 고용도 창출하지 못하는 국내 셀 사용여부나 따지면서 탄소인증제 등을 추진해 오히려 부가가치가 높은 국산모듈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삼성더러 국내칩만 써서 반도체를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같다. 기술이 진화되는 쪽으로 국산화를 유도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책은 거꾸로"라고 역설했다.

또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탄소인증제 처음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 중국 태양광기업들이 순수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했다고 증명해오면 국내산이 역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듈업계는 태양광 산업의 잠재력을 재평가해 국산화 및 정부 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 모듈제조사 대표는 "반도체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실리콘'이지만, 태양광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실리콘'이자 양면수광형 태양광(모듈 뒷면도 반사광을 모아 전력을 생산)처럼 반도체 한계를 뛰어넘는 분야"라면서 "불필요한 국산화 논쟁으로 국내기업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각별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모듈 생산공장 라인 전경
▲모듈 생산공장 라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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