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2016년부터 5년여 만에 지광국사탑 보존을 완료했다. 지광국사탑은 원주시 법천사에 세워졌던 고려시대 승탑으로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 뛰어난 장엄장식으로 역대승탑 중 수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오사카로 반출되는 등 십여차레나 옮겨다녔고, 한국전쟁 중 폭격을 받아 파손되는 고난과 아픔을 겪었다.

종합점검과 정밀안전진단 결과 지광국사탑은 다수의 균열과 회반죽으로 복원된 부위의 손상이 확인됐다. 게다가 추가훼손 우려마저 나오면서 전면해체 및 보존처리가 결정됐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석탑을 완전해체하고 결실된 부분은 신석재로 새롭게 제작했다.

특기할 점은 지광국사탑 복원을 위한 대체석으로 원주지역에서 산출된 석재사용을 원칙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재 복원에서 가장 기본이지만, 단순히 기존 석탑의 산지가 원주였으니 신석재의 산지도 원주로 결정됐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원되기만 한다면 지광국사탑 석재와 같은 성분을 가진 외국 석재로도 대체할 수 있을까? 어느 누구도 그런 방식의 복원에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석재문화재의 복원에서 신석재의 산지를 따지는 것은 선인이 만든 작품에 대한 존중과 가치를 담기 위해서 아닐까.

석재가공 및 조각기법을 재현하기 위해 국가에서 공인한 장인을 참여시킨 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광국사탑의 복원을 위한 신석제작에는 국가 무형문화재인 이재순 석장이 참여했다. 그는 화강암을 사용한 돌부처 조각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소문난 명장이다.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지광국사탑을 다시 손보는데 가장 적합한 인재인 셈이다. 석재의 채석부터 가공·조각·접합에 이르기까지 우리 과거에 대한 존중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 문화재 복원이다.

하지만 정작 문화재 복원에 기본이 돼야 할 우리나라 석재산업은 3D산업에 대한 기피현상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시장을 개방한 이후 쇠퇴일로를 걸어왔다. 최근에는 국내 사업자들조차 국산 석재보다는 저렴한 중국·베트남으로 거래처를 옮기는 실정이다.

이에 석재산업이 이대로 무너지게 둘 수는 없다는 업계의 간곡한 목소리에 따라 지난해 산림청은 석재산업진흥법을 제정했다.

올해는 석진법을 바탕으로 석재산업이 국가경제의 기간산업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밟아가는 석재산업진흥 원년이다. 산림청은 석재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기술의 연구와 산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물론 재정지원도 따라온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석산을 비롯한 토석채취업계부터 돌을 다루는 장인들까지 석재업계 관계자들의 면면에는 화색이 완연하다. 석진법에 그만큼의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 한해가 석재산업이 새로운 도약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