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태양광 모듈을 둘러싸고 탄소인증제 등이 시행되면서 국산화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태양광 모듈의 가치 사슬상 상류부문인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에 이어 하류에 있는 모듈이 원료를 중국산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이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이 대두돼서다.

상류부문인 폴리실리콘과 잉곳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왕성하게 생산된 산업이었으나 중국이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앞세우면서 무섭게 추격하는 바람에 국내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특히 폴리실리콘 제조업 등은 환경오염이 심해지면서 국내 제조에 대한 의문이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근래에는 상류부문은 거의 전멸상태에 빠졌으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상류부문의 국내 산업이 매우 어려워진 가운데 탄소인증제가 생기면서 모듈업체들은 국내산을 꼭 사용해야 하는데 대한 의문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국산화 논쟁이 일어난데 대해서 국내 모듈업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외산 웨이퍼를 원료로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했다고 해서 국산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면서 반도체나 태양광이나 원산지는 최종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국내 모듈업체들이 내수시장 점유율을 지키면서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균형을 잡아 나름대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가치사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모듈업계는 그동안 모듈 출력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짐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고효율 모듈은 태양광에 필요한 부지를 줄여주는 고기술 영역으로 국내에서도 메모리 반도체처럼 빠른 기술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모듈 공정은 셀(태양전지)을 절단하거나 중첩하면서 전기의 이동통로를 촘촘하게 만들어주는 후공정(리본작업)을 통해 태양전지의 변환효율 한계를 극복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단결정 태양광 셀 가격은 Wp당 8~11센트, 모듈 가격은 22~25센트를 형성하고 있으나 여기서 발생하는 각 공정의 Wp당 순수부가가치는 셀이 1센트 내외인 반면 모듈은 5센트로 5배에 달한다.

업계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산화를 명분으로 경쟁력도 없고 고용도 창출하지 못하는 국내 셀 사용여부나 따지면서 탄소인증제 등을 추진해 오히려 부가가치가 높은 국산모듈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탄소인증제가 취지는 좋을지라도 국내 태양광 산업의 잠재력을 재평가해 국산화 및 정부 방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산업의 진흥을 위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온 모듈업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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