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가이드라인 제시 사업자 비용 낮춰줘야
"국민요구는 환경부가 과거에 있지 말라는 것"

▲윤제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윤제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이투뉴스] 윤제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사진>은 “환경을 훼손하면서 에너지전환을 하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급적 빨리 사업자에 알려줌으로써 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그런 제도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1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연구원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둘러싼 일각의 생태보전 논란에 대해 “KEI가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에너지전환을 더디게 한다는 외부지적이 있지만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전환은 가능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환경보전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라 이를 계량화 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이해관계자간 갈등을 이유로 KEI나 지자체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에너지전환이 미궁에 빠지거나 많은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윤 원장은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 KEI가 제 역할을 해야한다. 그린뉴딜을 비롯한 한국판뉴딜이나 2050 탄소중립 선언 등 굵직한 정책이 모두 기관의 핵심 아젠다와 결부돼 있으므로 우수한 정책연구로 사회를 이끌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EI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6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한 곳이다. 300여명의 구성원이 지속가능전략과 기후에너지, 물‧국토, 환경영향평가, 국가기후변화적응 분야 등을 망라하는 폭넓은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00여명의 박사급 연구인력을 거느린 환경정책연구기관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정부출연금 및 수탁사업(자체수입) 예산은 연간 400억원 규모다.

1993년 한국환경기술개발원으로 개원해 올해로 창립 28주년을 맞은 연구원의 기관 목표는 ‘국민 체감 환경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미래 선도를 위한 환경연구’이다. 종종 환경부 유관기관으로 오해받지만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윤 원장은 2018년말 12대 원장으로 취임해 햇수로 3년째 기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세상은 바뀌었고, 이젠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이 사회발전이나 행복과 매칭된다 보기도 어렵다”면서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어떻게 하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2년간 고민을 거듭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19년 3월부터 7월까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내부에서 시작한 ‘전환적 뉴딜’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듬해 공식 발표된 한국형뉴딜 정책의 토대가 된 ‘전환적 뉴딜 보고서’ 발간에 기여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선언한 시점은 같은해 10월이다. 윤 원장은 "탄소중립에 관한 글로벌 시계가 그만큼 빨리 움직였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는 “막대한 화석에너지를 사용해 고도의 경제성장을 하던 중국이 2030년을 피크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한 영향이 가장 컸다"며 "탄소중립은 산업전환과 에너지전환, 도시와 수송까지 모두 바꿔야 하므로 저항이 굉장이 커 사회적 합의가 아주 지난한데, 그런 과정없이 목표를 발표했다는 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발전과 생존에 큰 영향을 받게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 안의 이행방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하나둘 숨어있는 갈등이 표출되면서 정책적 리더십이 한층 중요해 질 것"이라면서 "갈등이 너무 커지면 사회적 비용이 과도해져 전환도 안될 뿐더러 많은 구성원들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기관은 그런과정을 치밀하고 합리적인 합의로 갈 수 있는 정책연구를 많이 수행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역설했다.

알찬 연구 못지 않게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5~10분 분량으로 만들어진 KEI 유튜브 채널 '말하고 듣는 보고서'는 이런 그의 문제 의식에 의해 만들어졌다. 간략하게 요약된 보고서 내용을 듣고 필요 시 바로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는 동영상 아카이브다.

코로나19로 기업 비대면 온라인 교육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3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등 소위 '대박'을 쳤다. KEI는 매년 100여건의 보고서를 내고 있다. 윤 원장은 "콘텐츠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고, 올해는 더 풍성해 질 것"이라며 "지식을 창출하고, 그 지식을 배포해 피드백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자랑했다.

'환경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바깥(해외)의 평가는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며 장기적 안목에서의 평가를 주문했다. 윤 원장은 "국제협력을 위해 나가보면 어떻게 그런 경제성장을 이루고도 그만큼 국토를 잘 보전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다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험과 노하우를 세계시민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린뉴딜이나 탄소중립은 환경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다 실력도 있어야 한다. 미래 환경정책이나 기후정책 부문에 있어선 여전히 아쉽다"면서 "그런 지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개척할 때 환경부 발전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요구는 환경부가 과거영역에 머물러 있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세종=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윤제용. He is … ]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공과대 교수로서 재직하며 물환경 에너지 융합기술 및 자원회수, 탈염기술 등을 포함한 환경기술과 환경정책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적정기술학회장과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장 등을 맡아 과학기술 ODA와 적정기술 분야의 석학으로 활약했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전문위원, 세종국가리더십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등으로 활동했다. 서울대 공과대 교수로 재직 중 2018년 12월 KEI 원장으로 취임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안병옥 국가기후환경위원회 운영위원장 등과 대학 동기다. 

▲윤제용 KEI 원장
▲윤제용 KE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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