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노동석] 정부 에너지정책의 기조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의 공급’이다. 탈원전로드맵(안전)이 발표되었고,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40년까지 탈석탄을 권고(깨끗)했다. UN에 보낸 장기 저탄소발전전략에서는 “그린뉴딜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했다. 수소경제로드맵도 발표됐다. 굵직한 에너지 관련 계획만 꼽은 것이 이 정도다. 해석하면 원자력과 석탄을 배제하고 재생에너지와 가스로, 다음 단계로 가스마저 퇴출시켜 재생에너지 만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그리고 배터리와 수소로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디테일이 없으니 설득력이 부족하고  이해되지 않는다.  

전력을 태양광, 풍력으로 공급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경제 활성화와 고용측면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2001년 시작된 FIT(차액지원제도) 시행 이후 20년이 지났고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크게 낮아졌지만 실적자료는 발표되지 않는다. 전제가 모호한 해외자료만이 떠돌며 이것이 대세고 재생에너지의 그리드패리티가 멀지 않았다는 주장만 꾸준하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용역과제들은 2020년대 후반이 되면 태양광이 원자력, 석탄발전보다 발전비용(LCOE)이 낮아진다고 말한다. 정부는 이것을 재생에너지 확대 추진의 근거로 제시한다. 원자력, 석탄은 짓지도 않겠다면서 태양광이 더 싸진다고 하는 의도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용역수행 기관들에 의하면 태양광의 발전비용은 kWh당 현재 120~130원 수준이고 장기적으로 현재의 2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간다고 예측한다. 발주기관의 입맛에 맞춘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전망하는지 알 길은 없다. 만일 현재의 태양광 비용이 kWh당 120원 수준이라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그동안 과도한 이익을 취해 왔다(지금이야 코로나19로 에너지가격이 하락하여 예외적 상황이지만). 미래의 태양광 발전비용이 낮아져 60~70원이 되어도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근거로 사용된 56~53원은 물론 2019년 원자력 정산단가 58원보다 여전히 높다. 이러니 태양광이 원자력보다 싸진다는 정부의 말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의 주력이 될 해상풍력은 어떤가. 이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다. 알려지기로는 발전비용이 태양광의 두 배 이상이라는 것 정도다. 보조금을 주고(정부가 REC 기준을 정한다) 전기요금 결정권을 갖는 정부로서는 실적을 근거로 소비자에게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비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보조금 지급수준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면 모르지만.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보조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RPS(재생에너지 의무구입)로 발전사들이 REC(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입하는데 2조원 이상, 2011년 FIT 폐지 이전에 준공된 재생에너지 지원금 등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1조원 규모 등 총 3조원 이상이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지불되고 있다. 금년부터 시행되는 전기요금 청구서에는 환경비용 명목으로 재생에너지 의무이행비용 kWh당 4.5원(전기요금의 약 4.2%)을 포함하고 있다(한전 추정치). 여기에 기반기금 지원금을 합하면 전기요금의 5% 이상이다. 월 5만원의 전기요금을 내는 가정이라면 2500원 정도를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이미 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보조금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 언제까지 소비자가 보조금을 부담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까지 20% 이상,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80% 이상이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보조금, 배터리, 수소비용 등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이 얼마가 올라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가 이 비용을 계산해 봤는지 궁금하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40% 이상인 독일의 가정용 전기소비자는 2019년 전기요금 kWh당 410원의 21.2%인 87원을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냈다(CLEW 2020). 

재생에너지 설비규모를 2025년까지 3배로 증가시키는 그린뉴딜은 총사업비 35조8000억원을 투자하여 일자리 20만9000개 창출을 목표로 한다. 태양광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지난 4년간 태양광으로 경제가 활성화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일자리 수 역시 계산의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역시 궁금증을 유발하는 대목이다.

목표만 덜컥 제시된 탄소중립은 어떤가. 전문가들조차도 효율향상과 수요관리를 통한 에너지수요 감소, 태양광·풍력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무성의한  답만 제시하는 한편 탄소국경세 등을 거론하면서 탄소중립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상품수출이 안 될 것이라는 겁만 주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 전무가일 지도 모른다. 개도국의 협조적인 동참이 없다면 탄소국경세나 RE100도 무력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관들이 내 놓은 탄소중립 발전믹스 대안을 보면 전력수요를 일단 목표수요의 70% 수준으로 줄여 놓고 시작한다. 그래야 터무니없는 숫자를 제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되려면 에너지소비의 전력화가 필수다. 전력은 1차에너지소비의 40%에 미치지 못한다. 산업용, 수송용, 난방용 에너지소비의 대부분이 전력화되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성립하지 않는다. 전력수요가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세계적인 상식이다. 전력수요가 2배 이상이 되고 이 중 8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면 그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할까. 

목표만 툭 던져지는 에너지정책은 무책임하다.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세밀하게 계획된  목표가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궁금증만 유발하지 말고. 에너지전환정책, 시작은 심히 창대했지만 결과는 미미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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