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넘어선 광물공사 부채, "이대로 통과되면 제 역할 못할 것”
산업부, 증액시 구조조정 약화·국민 수용성 저하 등 부작용 주장

▲통합을 앞두고 있는 한국광물공사(왼쪽)와 광해관리공단 사옥.
▲통합을 앞두고 있는 한국광물공사(왼쪽)와 광해관리공단 사옥.

[이투뉴스] 정부와 여당이 부도위기인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공단을 통폐합하는 한국광업공단법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원업계는 광업공단법 통과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 통합대상인 광물공사 채무가 너무 커 광업공단법에 정해진 법정자본금 3조원에서 추가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와 주목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에서 “광물공사의 유동성 위기가 턱밑까지 온 상황”이라며 “한두달 이내면 부도나는 상태라 더 이상 논의를 끌 수 없다”고 빠른 처리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번 2월 임시국회 내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는 쪽으로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며 “밤을 새는 한이 있더라도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통합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광업공단법은 20대 국회부터 논란이 돼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1월 광업공단법을 발의했지만 여론의 반발과 심화되는 정쟁에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이후 이장섭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소폭 수정된 법안을 재발의했으나 여전히 산업위에 계류 중이다.

광물공사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실패로 201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광물공사는 2016년 8408억원 적자, 2017년 9186억원 적자, 2018년 1조964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은 2조4791억원을, 지난해 상반기에는 3조원을 돌파하는 등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월에는 2016년 발행한 5억달러(5535억원)의 외화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산업부는 7개 폐광지역 지자체장과의 면담을 통해 폐광지역 주민의 우려에 대한 해명을 끝냈으며, 광업공단법 제정 자체는 모두 동의해 법안 통과만 남았다는 입장이지만 걸림돌은 남아있다. 신설될 광업공단의 자본금이 너무 적다는 걱정이다.

지난해 이장섭 의원이 낸 광업공단법에 따르면 광업공단의 법정자본금은 3조원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 범위에서 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이는 홍영표 의원이 2018년 낸 안에서 한치도 달라지지 않은 금액이다. 홍영표 의원이 처음 광업공단법을 발의했을 때 자원공사 부채는 6조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광물공사의 지난해 상반기 부채는 6조6516억원으로 늘었다. 법안이 통과된 후 6개월 뒤에 광업공단이 출범하면 이자가 더 붙어 7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따라서 광업공단이 무사히 설립되더라도 현재의 법정자본금 만으로는 회생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통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부채를 확실히 털어낼 수 있도록 정부의 출자를 늘려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광업공단법안 발의 자체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17년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물공사 자본금을 1조원 증자해 3조원으로 늘리는 안을 냈으나 홍영표 의원이 “공기업도 잘못 경영하면 문을 닫을 수 있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내면서 부결됐다. 당시 1조원 증자안이 통과됐다면 광물공사 재무위기가 현재처럼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민주당은 ‘MB정부 때 발생한 문제인데 이걸 왜 우리가 처리하냐’며 부도가 나든 뭐하든 그때가 되면 청산을 하자는 취지였다”며 “어떤 산업의 한 분야(광물공사)가 어려워졌는데 폐광지역 경제회생에 쓰여질 재원을 뒤집어 씌워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비판은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최근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과 이장섭 의원이 제출한 법안 사이에서 뭔가 내용이 달라졌어야 한다"며 "우리 당이 주도해서 통과시키지 못했던 그 법이 그대로 올라와 통과된다면 그것은 국회가 자기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금을 가진 공단이 탄생하는 것부터 일반적이지 않은데, 이미 상례를 벗어난 만큼 더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사는 자본금을 갖고 상법상 주식회사로 취급되는 반면 공단은 자본금이 없고 재단법인의 성격을 띄는 특징을 갖는다. 법령에 따라 정부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광업공단이 3조원의 자본금을 갖고 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한 것은 사실상 부채를 염두한 것인데 정작 그 부채를 청산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산업부 입장은 다르다. 산업부는 통합기관이 해외자산 매각을 끝낼 경우 잔존부채를 3조3000억원으로 추산했지만 자본금 증액규모를 잔존부채 수준까지 끌어올릴 경우 통합기관의 구조조정 의지 약화, 대국민 수용성 저하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광업공단의 신용등급 유지, 채권발행 등 유동성 위험완화는 1조원 증액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합기관이 수행하는 사업은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실시된다”며 “부채상환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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