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관 얼어붙고 전통발전기 3분의 1 'OFF'
공화당 공세에 전문가들 "기후변화 문제"

▲텍사스주 정전사태에 대한 뉴욕타임스 보도 갈무리
▲텍사스주 정전사태에 대한 뉴욕타임스 보도 갈무리

[이투뉴스]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눈 폭풍과 기록적인 한파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이번 정전의 원인이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기상에 큰 영향을 받는 발전원들의 공백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 기관 조사와 전문가들은 기존 발전원의 공백이 주 원인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19일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 광범위한 지역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텍사스는 미국 최남단에 위치해 겨울에도 보통 영상 15도 안팎의 따뜻한 기온을 보여왔지만, 이번에는 기상이변으로 영하 16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텍사스 전역에서 수백만 가구가 추위에 떨고 있다.

원인을 놓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NBC뉴스>는 "텍사스주의 주력 에너지원인 천연가스가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준으로 공급되면서 빚어진 결과"라고 보도했다. 이상저온으로 가스관망이 얼어붙어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해석이다.

반면 보수 정치인들과 일부 미디어는 정전 사태의 원인을 재생에너지 탓으로 돌리며 정치적 공방에 불을 댕기고 있다.

당시 일부 풍력 발전기가 얼어 붙어 발전량이 평소보다 감소한 것을 놓고서다. 하지만 이후 전문가들과 기관의 분석에서는 천연가스 발전량이 예상보다 크게 급감하면서 대정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브래틀 그룹의 샘 뉴웰 전력부장은 “풍력은 거의 예상된만큼 운영 공급됐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는 이번 정전 사태에 대해 가스공급 실패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연일 텍사스 풍력 발전 확대를 비난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그레그 아봇 텍사스 주지사는 지역 방송사 <WFAA>와의 인터뷰에서 추위로 인해 천연가스 공급이 원할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가 운영을 중단했으며, 우리 전력망에서 누적 용량만 10%가 넘는다”며 “(재생에너지 의존이) 텍사스를 이런 상황까지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텍사스 정전사태는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으로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 공화당은 캘리포니아 주가 지난 8월 폭염으로 인한 정전 사태를 겪었을 때도 민주당의 실책이라며 재생에너지 정책을 비난한 바 있다.

구체적 정전원인을 놓고 관련기관의 조사도 본격화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규제가 느슨한 전력망과 한파 예보에 대한 준비 부족을 정전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텍사스주는 동부나 서부 전력망과 연계하지 않고 독자적인 전력망을 구축했다. 다른 동부와 서부주들은 서로 전력망을 연결하고 있어 비상 시 서로 전기를 끌어다 쓰는 것이 가능하지만 텍사스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앞서 텍사스 전력위원회는 올겨울 풍력이 피크타임 동안 7070MW까지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위원회 일일 발전량 기록에 의하면 한파가 시작된 이후 텍사스 풍력발전은 피크 타임 동안 4415~8087MW를 생산했다.

반면 기저 전원의 공백은 훨씬 컸다.  텍사스주 발전량의 56%는 천연가스 발전소 몫이다. 나머지 24%를 풍력이, 석탄화력은 19%, 원전은 9%에 불과하다. 위원회는 이번 한파 기간 이들 기저전력이 약 30GW 가량 부족했다고 지역 뉴스보도 <WKYC>를 통해 밝혔다. 

텍사스대학의 조슈아 로드 연구원은 “이들 전통발전소의 약 3분의 1이 아직 오프라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천연가스정과 가스라인이 얼어붙고 천연가스 기반시설의 감압까지 문제가 많은데, 많은 가정집과 사업장들이 같은 시간대 많은 가스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공급할 충분한 연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로드 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것이 텍사스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상 이변과 같은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열쇠”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날씨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과학은 말해주고 있다”면서 “텍사스에서 날씨 변동성이라 하면 더 뜨겁고 건조한 날씨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완전히 반대”라고 덧붙였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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