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전력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을 둘러싸고 재생에너지 업계는 물론 시민사회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송전과 배전을 독점하는 등 시장운영의 감독권을 갖고 있는 한전이 선수로 나서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주된 논리.

에너지전환포럼과 기후솔루션, 풍력산업협회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이 에너지전환의 지향목표와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즉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한전의 기능 분리 없이 현행 전력산업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거나 역행하는 형태의 전환시도는 에너지 전환이나 탄소중립을 오히려 어렵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시장은 발전과 판매를 분리하고 송배전망의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전력산업 개편의 큰 방향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상 중단상태에 있기 때문에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서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처럼 송배전망과 판매 등이 한전으로 독점돼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작년 4월 판매시장의 법적 분할까지를 완료한 상태.

업계는 특히 전력망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독점사업자가 발전사업을 하게 될 경우 규칙제정의 불공정과 망투자 우선순위 차별, 재생에너지 출력제한과 입찰 공정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서 계통의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져 한전이 여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직접 발전사업에 뛰어들 여유가 어디에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발전사업을 제외한 판매와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고 모든 정책과 평가에 참여하며 곳곳에서 심판 역할을 하는 한전이 발전사업을 하는 선수로도 뛴다면 공정성이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는 게 재생에너지 업계의 하소연이다.

업계와 시민사회는 국회 정문 앞에서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은 재생에너지 산업을 망치는 일이라며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을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 철회를 공식 요구했다.

여당의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처음에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나 여당이 법안 통과를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일파만파의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스템과도 반대로 가는 한전의 집중은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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