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블랙스완 시대를 대비한 S.A.F.E. Grid 구상
[칼럼] 블랙스완 시대를 대비한 S.A.F.E. Grid 구상
  • 김승완
  • 승인 2021.03.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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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김승완] 정전은 안타까운 재난상황이지만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함과 동시에 전력계통 인프라의 개선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최근 발표된 IEA 보고서에서는 이번 미국 텍사스 정전은 이상기후로 인한 혹한과 이에 대비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에너지시스템으로 인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상승하고(확률정규분포의 우측이동), 온도분포의 분산이 커지는(확률정규분포의 양쪽 꼬리가 두터워지는) 상황이 심화됨에 따라 재난재해로 인한 정전 발생 확률은 더욱 높아지고 그 규모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혹한과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는 시대에 맞는 전력계통은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할까? 필자는 인류에게 다가올 블랙스완(검정색 백조가 자연에서 나타날 확률과 같이 통계적으로 희귀한 현상들을 지칭하는 금융, 경영 분야 용어) 시대에 맞는 전력계통의 설계 방향성에 대한 구상을 S.A.F.E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 S : Storable (전력을 손쉽게 저장가능한)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수급균형, 변동성 관리, 선로혼잡 관리 등의 이유로 인한 상시 출력제어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량을 잘 저장해서 다른 시간대에, 다른 계절에,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저장수단이 갖춰진다면 여름, 겨울의 비상수급 상황에도 지금보다 훨씬 유연한 방식으로 계통의 공급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각지에 저장수단을 골고루 설치하는 것은 많은 용량의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기 위한 송배전망 투자를 비용-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 A : Agile (사고에 기민하게 대응가능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게 되어도 주요 부하들이 마이크로그리드화 되어 있으면 모두가 정전을 겪을 필요는 없다. 사실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전력품질에 민감하거나 중요한 부하가 있는 소규모 구역을 마이크로그리드화 하여, 상위 계통사고 시에도 해당 구역 내부에서는 정전을 겪지 않도록 하는 방향의 연구들이 다수 이뤄져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제성 등의 이유로 대학이나 공장, 병원, 군부대 등 특수한 부하의 제한적 영역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통이 Storable Grid가 되면 도시 자체가 가변적인 경계를 가진 마이크로그리드의 집합으로 변신할 수 있다. 건물 내 ESS나 연료전지, BIPV, 지붕형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등의 자원들을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조합하면,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다수의 운영단위를 구성할 수 있다. 구역별 수급상황에 따라 찢어졌다 붙었다 하면서 극한 상황에서도 기민하게 반응하는 Agile Grid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물리적인 전원과 저장장치가 골고루 분포하는 것에 더해, 사고가 나면 알아서 적절하게 운영단위를 쪼개 분산화된 모드로 도시계통을 운영하는 관제시스템도 구비돼야 한다. 

- F : Flexible (유연하게 움직이는)

계통유연성이라고 번역되는 Flexibility의 개념은 사실 망 자체의 유연성도 포함한다. 실제 도시 내 배전계통은 여러 예비선로들을 구비해놓고 평소에는 스위치를 열어놓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계통 구성을 바꿔 이에 대응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계절적인 부하패턴 변화 등을 고려해 상황에 따라 장주기로 계통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Online Reconfiguration 혹은 Real-time Reconfiguration으로도 불리는 개념처럼 연산능력의 고도화를 통해 계통 재구성의 주기를 실시간 단위로 줄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개념이 Storable, Agile Grid의 개념과 결합된다면, 다수 분포된 저장장치를 중심으로 상위계통 사고 시 망 구성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유연한 망으로 소비자의 정전시간을 0에 가깝게 줄일 수도 있다. 공상소설과도 같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DSO의 잠재적 기능으로 인식하고 이미 실증과제를 진행 중이다. 

- E : Efficient (에너지 효율적인)

결국 Storable, Agile, Flexible Grid의 개념을 가장 경제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부하의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장장치의 정격용량을 10% 늘리는 것 보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소비를 10%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길이다. 

최근의 텍사스 정전은 계통 설계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특정 전원을 비난하며, 100년 가까이 된 전통적인 대응방식을 고수하려는 낡은 생각에 대해 블랙스완이 보내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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