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전사업, 4대강처럼 국민부담 가중시킬 것"
"한전 발전사업, 4대강처럼 국민부담 가중시킬 것"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1.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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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산 한양대 교수, 전력산업연구회서 법개정 추진 비판
이승훈 명예교수 "경쟁 않으면 재생에너지 더 수용 불가"
▲3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최된 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에서 (왼쪽부터) 전영환 홍익대 교수, 김영산 한양대 교수, 손양훈 인천대 교수(좌장),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 등이 토론을 하고 있다.
▲3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최된 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에서 (왼쪽부터) 전영환 홍익대 교수, 김영산 한양대 교수, 손양훈 인천대 교수(좌장),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 등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에너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에 분명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고 전력시장의 원칙을 무시한 채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과거 경인운하나 4대강사업처럼 국민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전력산업연구회가 3일 서울 서초동에서 개최한 ‘에너지전환과 전력시장 구조, 전력망 중립 공정경쟁 확보’ 세미나 발제에서 “에너지전환이란 목적이 정당하다면 그 수단도 정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적마저 (정당성을)의심받을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조기 확산을 명분으로 송·배전망 사업자인 한전에게도 발전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 중인 당·정 일각을 겨냥한 발언이다. 망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전망까지 법적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정부주도 대규모사업을 추진하면서 자본동원력이 우수하다고 대형 공기업에 사업을 맡기는데, 단기간에 프로젝트는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적 논란은 지속되고 낮은 수익성으로 결국 공기업 부채가 늘어 국민부담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전환으로 발전쪽에도 태양광·풍력이 들어왔고 수요쪽에서도 소규모 자원이 배전망에 물리고 있어 계통운영자가 양쪽을 신경 쓰면서 유연성 자원을 증대시켜야 할 상황”이라며 “다양한 자원 가운데 어떤 걸 쓸지 경쟁과 시장을 통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전환은 시장고도화와 소매시장 개방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재생에너지 증가로 한계에 봉착한 전통시스템의 문제점을 설명한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도 “소매(판매)쪽에서 새 비즈니스 프로바이더들이 들어와 수요(부하)를 유연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는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해외는 20년 이상 시장을 하고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장으로 가야한다. 탄소중립을 하려면 건물, 수송, 산업 등 모든 에너지의 전기화가 필요한데, 재생에너지를 기본으로 하는 전력시스템도 갖추지 못하면 탄소중립도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전력시장체제 없이는 효과적인 전력망운영시스템도 갖추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 역시 시장경쟁 활성화 여부에 따라 전환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동조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전 가스공사 사장)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발생하는 전력공급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경쟁을 통하지 않고 재래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상당히 동의한다”며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 정부가 전력시장 경쟁 도입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회의적이지만 에너지전환을 꿈꾸고 있다면 경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은 수요참여를 다양하게 유도해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 바로 시장경쟁이 필요하다”며 “경쟁이 활성화 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가 수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력시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망중립성 유지와 경쟁촉진이란 전기사업법 본령을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한전은 법적으로 송전사업자이며, 전기사업법은 망에 대해 비차별 이용제공 의무와 전기설비 정보공개 의무, 송전설비 구축 및 유지관리 의무, 부당차별 금지를 강조하고 있고, 공정거래법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 금지조항이 있다”면서 “선진 전력산업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판매경쟁과 송전망 분리 등을 추진했다. 우리는 회계분리조차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EU는 수직통합 전력업체의 송전회사 소유분리까지 추진하고, 일본은 판매경쟁 완성으로 송배전망 법적분리까지 나아갔다”고 설명하면서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진출하면다면 해외사례처럼 거버넌스 규제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시작돼 20년째 같은 얘기가 되풀이 돼 안타깝다. 전기사업법 1조는 전기사업의 경쟁과 새로운 기술 도입 촉진, 건전한 발전을 통한 전기사용자 이익 도모이며, 산업부 장관은 이 목적 달성을 위해 경쟁촉진에 대한 종합시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며 "입법부는 몰라도 산업부 장관이 그 의무를 이행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발전자회사가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하고 있으니 한전은 망사업에 대한 특화된 경험을 살려 유연한 계통망 확보와 진화된 망운영을 해야한다. 공기업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게 맞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력산업연구회는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경쟁도입, 가스산업 경쟁확대 등을 주창해 온 경제학자들과 전력시장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연구단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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