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비롯 지식경제부 산하 주요 공기업 사장 공모제가 표류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5월 23일부터 한국전력과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및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수출보험공사 등 5개 공공기관에 대한 공모를 실시, 무려 121명의 지원자가 몰려 평균 24.2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각기관의 임원추천위원회는 공공기관운영법(이하 공운법)에 따라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후보를 5~6명으로 압축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석유공사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적당한 후보가 없다며 재공모를 결정했다. 한국전력 또한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원걸 직전 사장과 곽진업 직전 감사 등 5명으로 압축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위원장 강만수재경부장관, 이하 공운위) 소위에 넘겼으나 후보들이 내부 인물로만 가득 차 있다며 재공모를 하기로 했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공공기관 운영과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공운위가 한국가스공사에 대해서는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해 인사검증에 들어가기로 해놓고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재공모를 검토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면 공운위는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이번 공모 과정을 통해 정부가 또 한번 신뢰를 크게 추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공모 과정에서 지식경제부의 고위당국자는 현직 사장의 응모 여부와 관련해서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공공연하게 언명했다. 이같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이원걸 한국전력 사장 등은 사장직에 재도전했다. 그러나 임원추천위가 이 전 사장을 후보에 포함시키자 이번에는 기획재정부 쪽에서 원칙적으로 직전 사장은 배제하며 심지어 한전의 경우는 내부 인사로만 꽉 차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공모가 시작될 때는 현직 사장이 응모해도 상관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현직 사장이 사표를 제출하고 응모하자 이제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바에야 처음부터 직전 최고경영자는 배제해야 하는 것이 정정당당한 것 아닌가? 혹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이헌만 사장 등이 사표제출을 끝내 거부하고 있는 것과 빗대 ‘사표를 내지않고 버틸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직 기관장도 얼마든지 재도전이 가능하다’고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바꾸어 말하면 사표를 탈없이 받아내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행태는 지금 이시대의 정부로서는 결코 정정당당한 길이 아니라고 우리는 믿는다. 시정잡배나 쓸만한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공기업의 인사를 처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모르는 것 같지만 해당 공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정부의 부적절한 행태를 잘 알고 있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새로 출범한 정부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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