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낮아 외면 받다가 대안으로 재조명

[이투뉴스] 세계 원유 메이저 BP가 탈석유를 선언하는 한편 탄소감축에 팔을 걷어 붙였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BP는 초대형 해상 풍력 발전과 태양광발전 사업을 확대하며 빠른 변신을 도모하는 한편 최근 영국 산업 단지에서 탄소포획저장(CCS) 시설 구축을 하겠다고 밝혀 시선을 끌고 있다.

 

BP는 영국 북동부 비료·화학 공장 단지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획해 북해 해저에 저장한다는 구상을 세운 상태다.

 

탄소포획저장은 지난 20년 넘게 기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기술로 주목을 받았으나 비용이 비싸고 탄소 유출가능성이 높아 항상 대안으로선 외면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2016년 파리 기후협약의 탄소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으로 세계 여러가 논의하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탄소포획기술을 촉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엑손 모빌은 탄소포획을 포함한 저탄소 노력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최고의 탄소 포획 기술을 찾기 위한 대회에 1조 달러를 내걸었다.

 

이런 가운데 BP가 영국에서 공장과 정유소가 모여 있는 대규모 산업 단지인 티사이드에 이 기술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공장마다 배출하는 탄소를 한데 모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한 북해 해저로 보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BP는 이 사업을 통해 공장 오염원 제거에 따른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약 2000명의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BP와 이 사업의 파트너사들은 대규모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영국의 노후된 석탄발전소를 교체하고, 해상풍력의 예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BP는 여러 공장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다. 로얄 더치 셸과 노르웨이의 이퀴노르, 프랑스 토탈, 이탈리아의 Eni 등도 이 사업의 투자자로 나서 현재 영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초기 사업비는 약 50억 달러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만다 맥컬로쉬 애널리스트는 "탄소 포획 기술을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로 보면서 투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형 석유회사들은 에너지 제품에 포함돼 있는 탄소의 배출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며 탄소 저감 노력과 동시에 사업의 다각화를 도모하고 있다. 

 

탄소 포획과 저장은 그들의 기술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티사이드시는 BP의 계획으로 화학 공장들이 5500개 일자리를 유지하고 신규 투자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 공장들은 BP의 계획이 사업을 계속 영위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탄소 배출을 위해 톤당 45달러를 배출거래시스템을 통해 지불하고 있으며 탄소세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BP의 탄소 포획 사업의 잠재 고객인 CF 퍼틸라이저 비료회사는 지난 10년간 이 사업에 참여할지 논의해 왔다고 전했다. CF 퍼틸라이저는 2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수소를 이용해 비료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연간 7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BP 탄소 포획 파이프에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대기 중으로 탄소를 배출할 경우 연간 3000만 달러 이상의 탄소세를 내야한다. 

 

CF 퍼틸라이저 등 공장들은 탄소 포획 시스템을 이용해 정부와 탄소세 할인을 협상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회사는 탄소 포획기술이 없다면 저렴한 수입산 비료에 밀려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BP는 5조톤의 이산화탄소를 매장할 수 있는 해저지역에 연간 300만톤을 시작으로 2000만톤까지 저장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퀴노르도 근처에서 탄소 포획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현재 약 24개 탄소포획 사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을 탄소 배출자들의 생명줄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환경보호단체 지구의 벗의 마이크 차일드 연구소장은 “탄소 포획은 화석연료 수요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화석연료산업의 트로이 목마로 이용되고 있다”며 “애초부터 오염원을 아예 만들지 않는 공정을 선택하는게 낫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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