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의원 보좌진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보조직원 임용 및 처우에 관한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법을 추진하게 된 이유가 기이하다. 류 의원 자신의 전 비서 A씨가 부당면직을 주장하자, 관련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봤더니 입법 필요성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부당면직 사태가 터졌을 당시 A씨는 면직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해고통보 기간인 30일을 준수하지 않고 7일 전에 통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별정직 공무원에게는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아 엄밀히 말하면 법 위반은 아니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관련 법을 추진하지 않고 관성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툼은 지속됐고 갑질논란 등 새로운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당시 A씨는 “정의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쳐왔지만 노동성을 침해당한 이 사건에 피해자 중심주의가 있냐”며 당을 비판했고, 정의당은 이후 류 의원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며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 사태에서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일은 류 의원 자신이 회사 유연근로제 도입에 반발해 노동자 대표에 선출되고, IT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일하는 등 노동운동을 인정받아 여의도에 입성한 인물이라는 점일 것이다. 누구보다 노동운동에 열성적으로 뛰어왔을 인물이 노동자 입장의 시각을 놓친 것이다.

그는 비교섭단체의 한계 때문에 대표발의 법안은 많지 않지만 상임위원회에는 매번 참석하는 등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위원으로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운 일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류 의원을 기억한다. 당시 류 의원은 비정규직 광부들이 제기한 석탄공사 정규직 소송을 두고 물기 어린 목소리로 날카롭게 비판했다. 비정규직 광부의 20%는 정규직으로 석탄공사에서 일하다가 재취업한 퇴직자라는 후일담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국내 자원업계에 닥친 고령화와 기형적인 노동구조를 설명하기 족한 사례다.

또 배선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국감에 참석해 감전·화상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를 대변한 그를 기억한다. 쥐색과 감색이 섞인 작업복, 흰 안전모, 때에 찌든 안전장갑을 낀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올해 국정감사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이르면 6월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이르게 시작하는 만큼 에너지·자원업계는 더 긴장해야 할 것이고, 위원의 자격과 전문성은 더 많이 요구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류 의원 뿐 아니라 다른 산자위 소속 위원들도 자신을 제대로 뒤돌아본 후 정당한 자격을 갖추고 의정활동에 나서길 기대한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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