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1년, 이제 전환에서 혁신으로
[칼럼] 2021년, 이제 전환에서 혁신으로
  • 허은녕
  • 승인 2021.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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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 한국혁신학회 회장 / 한국자원공학회 부회장 /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 한국혁신학회 회장 / 한국자원공학회 부회장 /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혁신학회 회장
한국자원공학회 부회장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COVID-19 상황이 이제 반환점에 가까운 듯하다. 올해 안으로 선진국들부터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와 새로운 출발을 위한 희망적인 전망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COVID-19 사태의 장기화는 우리에게 모든 부문에서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에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2021년에 에너지 분야의 혁신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에너지 분야에 진정 필요한 주제어가 ‘혁신’임은 분명하다. 21세기 초반부터 선진국들은 에너지안보와 온실가스감축협약을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국가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유럽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절약으로, 미국은 셰일가스개발로 그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였음을 고려한다면 더욱 더 그렇다. 선진국들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한 방법이 에너지 전환만이 아니고 기술과 산업 및 사회의 혁신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기술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임은 잘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생산단가가 높아서 채굴을 못하던 셰일 층의 석유가스 원가를 낮춰 생산이 가능하게 한 기술개발은 21세기 내내 100달러 이상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를 곤두박질치게 만든 원인이다. 이제 미국은 에너지를 수출하는 나라이며 온실가스 감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테슬라로 대표되는 새로운 산업의 출현은 미국 에너지산업의 범위를 크게 넓히고 있다. 

유럽 역시 초대형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고 유럽 전역을 연결하는 전력망 연계를 통해 재생에너지망의 효율을 극대화함은 물론 지역적으로 남아도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수소로 바꾸어 해상운송이나 철도운송에 사용하는 등의 혁신을 이미 달성하고 있다. 

그 덕분에 세계는 지금 기술개발을 통한 에너지 생산단가 경쟁이 치열하다. 재생에너지산업이 생산단가를 10분의 1로 낮추는 사이에 석유와 천연가스산업도 생산단가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 선진국 에너지기업들은 이를 위하여 석유가스나 재생에너지 생산에 첨단 IT기술을 적용한지 오래이며 로봇, 드론 등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단가 경쟁 덕분에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재생에너지의 생산단가가 화석연료의 생산단가와 같아지는 시점)의 도래가 연기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전기자동차, 수소경제 등과 같은 에너지를 둘러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산업의 혁신이 이뤄지면서 에너지산업의 범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자동차에 사용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둘러싼 전 세계 기업들의 이합집산은 에너지-자동차 업계의 협업에 이어 IT업계까지 참여하는 형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국가 차원에서도 이번 변화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기존 에너지산업 역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선진국 전력회사들은 이미 소비자의 사용시간 자료 등을 활용한 수요자맞춤형 요금제도 출시를 하고 있으며 아예 빅데이터 관리부문을 주요 업무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빌딩 에너지관리를 주력으로 하는 유럽의 에너지관리회사들은 이미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유럽 내 건물과 공장의 에너지효율화를 달성하고 아시아국가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 이미 여러 번 에너지전환과 혁신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난 세기 말, 해방이후 50년 동안 꾸준히 사용하던 연탄을 몰아내고 도시가스와 전기로 바꾸었으며, 이후에도 열병합, 지역난방 등으로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여 왔다. 기존의 연탄회사들은 모두 도시가스회사로의 전환에 성공했으며, 탄광과 광부로 가득했던 태백지역은 카지노타운으로 변모했다. 디젤버스와 트럭으로 인한 매연으로 가득했던 서울시는 천연가스버스가 도입되면서 매연이 사라졌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에너지산업은 심각한 혁신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같은 공공섹터이지만 대중교통 분야는 21세기에도 상당한 혁신을 이루었다. 택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의 요금을 모두 카드로 잴 수 있으며 타다, 우버 등의 새로운 플랫폼이 합류하면서 보다 다양한 옵션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국내 에너지산업인 전력산업은 제품도, 플랫폼도, 서비스도 그대로다. 

국내 전력산업에 변화와 혁신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에게 묻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선택할 수 있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만약 현재의 전기사용 정보를 정보통신업계에 알려주고 새로운 전력요금 상품을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올해 안에 아마도 수십 가지의 신상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사용한 전력망 연결, 마을단위의 자율적인 재생에너지 망, 지역단위로 남는 전기를 모아 활용하는 에너지클라우드 등의 새로운 플랫폼 사업들을 우리는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 비단 전력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자원개발 실패로 구조조정에 직면한 석유, 광물 분야나 보일러의 효율 증가로 위기에 처한 지역난방 분야 등이 모두 혁신이 절실한 에너지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 수립 발표는 그래서 더더욱 반갑다. 선진국에 크게 뒤져 있던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야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 나아가 22세기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될 혁신을 지금 조금이나마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혁신 전략의 수립으로 먼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한다. 단순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소개나 스마트미터기 보급의 수준이 아니라 에너지원간의 융합, 합병은 물론 도시, 교통, 통신 등의 다른 인프라 시스템과의 융합, 공급자-소비자간 양방향연동 시스템, 이웃나라와의 에너지망 연계 등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이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사회의 변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류가 COVID-19의 문제를 넘어서면 경험하게 될 새로운 사회에 사용할 에너지원과 에너지서비스가 우리 사회와 어떠한 조화를 이룰지 말이다. 그것이 인공지능로봇과 자율주행자동차가 다니는 세상일지 스마트시티에 살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세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미래 사회에서는 에너지시스템의 선택이 우리 국민들의 몫일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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