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진척없고, 공공성 강화도 숙제로 남아

한국전력 산하  중부.남동.동서.남부.서부 등 5개 발전회사로 구성된 발전노조의 파업이 지난 4일 노조의 파업 철회 선언으로 끝났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있다.

2002년에 이어 파업의 빌미가 됐던 발전회사 민영화에 큰 진척이 없고 불법  파업에 참가한 발전노조 조합원에 대한 처리도 남아있으며 발전노조가 발전회사  통합의 명분으로 제시했던 발전회사의 공공성 강화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 발전산업구조 개편 = 올해 발전노조 파업의 가장 큰 쟁점인 발전회사 통합은 2002년에 이어 발전회사의 민영화 문제로 귀결된다.

노조는 2002년 파업 당시에는 민영화 반대를 파업의 명분으로 내걸었고 올해는 발전회사 민영화를 위해 분리했던 회사를 다시 통합하자고 요구, 결국 두번의  파업에서 모두 민영화를 이슈로 삼았다.

공기업이 민영화하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았던 노조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결국 발전회사의 민영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파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발전회사 민영화는 1999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전력사업구조개편과 관련된  것으로 발전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 효율성을 높이자는 목적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발전회사 중 경영상태가 좋은 남동발전을 골라 매각을 추진했고 이를 위해 2004년 상장을 시도했지만 공모가 산정 결과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나 보류했다.

 공모가가 장부가에 훨씬 미치지 못해 국민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공기업을 손해 보고 팔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장부가와 공모가의 차이가 2배에 달하기 때문에 상장이나 매각에 필요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발전회사 민영화는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민영화 이후에도 고용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대규모 징계.복직 반복 되나 = 불법파업에 참가한 발전노조 노조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도 예고되고 있어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발전회사는 노조가 파업 15시간 만에 전격 철회했지만 노조 집행부 및 해고자 20명에 대한 고소.고발, 체포영장 의뢰는 불법행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취하하지 않고 업무 복귀 명령을 지키지 않은 일반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만큼 348명이 해고됐던 2002년에 이어 다시 대규모 징계가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파업 참가율이 39%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5개 발전회사 노조원 6천500여명 중 2천500여명이 수위는 다르겠지만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2002년에 해고된 근로자 중 당시 노조위원장 1명을 제외한 나머지 347명이 모두 복직된 전례를 감안한다며 대규모 제재 이후 제재 해제 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규모 제재는 노조의 반발과 조직 화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제재를  한  뒤 이를 해제하는 것은 발전회사 스스로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실제 2002년 당시 해고자 중 대부분을 복직시키는 미온적 대응이 노조가 불법파업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 외면할 수 없는 발전회사 공공성 = 노조가 주장한 발전회사의 공공성 강화 문제는 노사협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사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와 발전회사는 발전회사 분리 이후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기생산의 원료로 사용되는 원유와 석탄 등의 가격은 엄청나게 뛰었지만 전기요금은 1.2% 밖에  오르지 않아 사실상 동결상태이고 저소득층 전기요금 할인 등 공공성 확보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경기도 광주에서 여중생이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놓았다가 화재로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고 산자부도  에너지복지정책의 필요성을 인정, 민간주도의 에너지재단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 정도는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도와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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