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L 갱신 가능성 높아…입찰부담에 망설이는 SK에너지
낮은 정제마진·과도한 요구물량으로 정유사 손해 가능성

[이투뉴스] 5월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공급계약 갱신을 앞두고 정유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낮은 정제마진과 과도한 알뜰주유소 요구물량으로 인해 계약을 갱신하면 손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이에 따라 석유업계 일각에서는 알뜰주유소 유류공급 입찰시스템을 개선해 정유사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SK에너지와 S-OIL이다. 중부권은 SK에너지가, 남부권은 S-OIL이 각각 맡아 지난 2019년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부 유류공급사로서 자영·NH(농협)·ex(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계약이 끝난 뒤 다시 2년 간 알뜰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5월 31일까지 기존의 6차 공급계약을 갱신하거나, 7월에 있을 7차 공급계약에서 정유사들이 신규입찰을 해야한다.

최근 일각에서는 알뜰주유소 공급계약 갱신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S-OIL은 국내 석유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계약 갱신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SK에너지는 공급계약 갱신을 망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SK에너지는 알뜰주유소 사업이 시작된 이래 유류공급사로 세 차례에 걸쳐 참여했으며, 특히 5차년도인 2017년부터 4년째 유류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돼 올해는 갱신이나 입찰 참여에 부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지난해 나빴던 정유사 업황도 정유사를 어렵게 하는 이유다. 지난해 정유사들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수요 급락으로 전체 5조9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그 중 SK이노는 2조2228억원으로 손실이 가장 컸다.

정제마진 회복이 느린 점도 이를 거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1.7달러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미국 텍사스를 덮친 한파로 2달러를 넘어섰던 정제마진은 사태가 진화되면서 다시 1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S-OIL이 6차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로서 8월까지 공급예정인 석유제품은 50억리터에 달한다. 5차 당시 공급물량인 29억리터 대비 72%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7차 공급물량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과도한 유류공급은 되려 회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한편에선 SK에너지와 S-OIL이 공급계약 갱신에 소극적인 상황이 다른 정유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코로나19 백신개발에 따라 정제마진 상승이 기대되는 가운데 알뜰주유소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다고 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 유류공급 입찰을 망설이는 것은 알뜰주유소를 우대하기 위해 정유사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입찰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왔다는 방증”라며 “입찰조건을 개선하는 등 정유사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석유 전자상거래 제도를 통해 해외 석유제품을 수입한다는 알뜰주유소의 초기전략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라며 “철저히 국내 정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알뜰주유소가 정유사에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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