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연구원 통해 내년말까지 자체 연구
목표시점 2050년 장기 직류-교류 연계 밑그림

▲서해안 해상풍력단지와 내륙 직류계통, 중국 계통과 국내계통을 HVDC로 연계해 운영하자는 '서해안 Power Grid High Way' 제안도 ⓒE2 DB. 전력연구원
▲서해안 해상풍력단지와 내륙 직류계통, 중국 계통과 국내계통을 HVDC로 연계해 운영하자는 '서해안 Power Grid High Way' 제안도 ⓒE2 DB. 전력연구원

[이투뉴스] 단일 교류 계통인 국내 전력망을 권역별 다수망으로 분할한 뒤 각 망(網)을 언제든 송전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전압형 HVDC(초고압직류송전)로 연결해 전체 계통의 유연성과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이 연구된다.

1일 한전 전력연구원에 의하면 송지영 차세대송변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사내 연구원 4~5명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압형 HVDC를 이용한 비동기 연계 방식 미래 전력망 구축과제' 연구에 착수했다. 자체 예산 8억6000만원을 투입해 내년 12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앞서 차세대송변전연구소는 '장기 전력망 디자인을 어떻게 그려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로 시작해 본사인 한전에 관련 연구를 제안했고, 계통조직과의 논의 아래 목표시점을 2050년으로 하는 이번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지영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인 사업화나 타당성, 실제 운전 등을 염두에 둔 연구가 아니라 미래에 어떤 전력망을 구성해야 정부가 그리는 탄소중립이나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합한지를 그려보는 거시 연구"라면서 "재생에너지 입지는 시나리오로 적용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일 교류망을 권역별 다수망으로 분할하고 이를 HVDC로 연계하는 방안은 재생에너지 대량증설에 따른 계통 유연성 확보 차원의 구상이다.

국내 전력망은 60Hz 단일 주파수로 모든 발전기와 전력기기가 연동된 거대 동기시스템이다. 회전체 발전기들의 관성이 불시 고장사고나 수요변화 급변상황에도 계통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하지만 교류 특성상 전력흐름을 제어할 수 없어 직류 대비 유연성은 낮다는 평가다.

전력연구원은 이런 단일 동기전력망 만으론 재생에너지를 모두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망을 여러개 지역으로 분할한 뒤 양방향 전력흐름 제어가 가능한 전압형 HVDC를 이용해 각 망을 연계 운영하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 의해 2034년까지 계통에 접속하는 태양광·풍력 등의 간헐성 자원 78GW를 수용하기 위해 보다 유연한 형태의 전력망 구성과 흐름제어는 불가피하며, 이를 통해 송전망 보강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계산이다. 

HVDC 시스템은 두 계통사이에 전압과 위상, 주파수가 달라도 변환소를 거쳐 연계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내륙과 제주, 일본의 섬간 연계, 유럽의 국가간 연계도 HVDC를 이용하고 있다. 아직 비용이 높고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고장이 잦은 것은 흠이다.

앞서 전력연구원 차세대송변전연구소는 전압형 HVDC 국산화에 성공해 현재 국내기업 및 연구소들과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압형 HVDC는 무효전력과 유효전력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고, 멀티터미널로 구성하는 시스템의 경우 확장과 제어가 우수하다.

송지영 선임연구원은 "지역간 비동기 연계는 지역내 고장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아 지역내 전력수급 자립을 달성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 출력변동에 대응해 전력흐름을 제어함으로써 상호유기적으로 변동에 반응할 수 있다"며 "최소 단일계통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류형 HVDC의 경우 순시적으로 송전방향을 바꾸거나 전압보상이 안돼 지역분할 개념에선 전압형이 낫다"고 부연했다.

반면 그렇지 않아도 관성이 약화돼 취약해지는 계통을 분할하는 건 오히려 망 안정을 해치는 접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계통 전문가는 "전력망을 쪼개면 계통이 작아져 계통 안정화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제주계통이 단적이 예"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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