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개월 만에 드러난 연료비연동제의 실체
[칼럼] 3개월 만에 드러난 연료비연동제의 실체
  • 조성봉
  • 승인 2021.04.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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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작년 12월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2021년부터 연료비연동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였다. 한전이 주도하여 만든 연료비연동제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기대하였다.

연료비연동제는 3개월 단위로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것이다. 연료비 변동분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 평균 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를 뺀 값이다. 연료비연동제가 처음 적용된 금년 1분기에는 코로나 19에 따른 유가 하락 추세가 반영되어 연료비 조정단가가 kWh당 -3.0원으로 책정되어 전기요금이 내렸다. 그런데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은 kWh당 -0.2원으로 1분기에 비하여 전기요금을 2.8원/kWh 올려야 한다. 이러한 전망이 발표된 지난 3월 16일 한전 주가는 6%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3월 19일 물가관계 차관회의에서 2분기 공공요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발표에 이어서 3월 22일 2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을 1분기 수준으로 동결한다는 발표로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물 건너갔다. 

과정은 복잡했지만 요점은 간단하다. 연료비연동제를 전기요금 내릴 때만 적용한 셈이다. 여러 정황은 짐작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에서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전기요금을 올린 경우가 없다. 2011년의 9·15 순환정전 때 나타난 전력부족은 2004년 이후 연이은 일곱 번의 전국적 선거로 발목 잡힌 전기요금 인상 불발이 그 원인이었다. 당시 급등한 국제유가로 모든 에너지 가격은 크게 올랐으나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그 결과 전력수요가 공급 증가를 크게 앞질러 전력부족 사태가 난 것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한전 본사를 방문해서 불같이 화를 내고 산업부 장·차관과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경질했다. 그러나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었다. 전기요금 인상의 결정권은 사실상 청와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변경하려면 먼저 한전이 산업부에 신청하고 산업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며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부가 인가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러나 전기요금 변경과정의 핵심은 부처간 협의과정에 반영되는 청와대 의견이다. 결국 대통령 뜻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한전은 연료비연동제란 ‘포뮬러’를 만들면 정부가 꼼짝없이 전기요금을 연료비 수준으로 맞춰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웬만한 규정이나 법도 사실 통하지 않는다. ‘물가안정에관한법률’과 ‘전기사업법’ 시행령에서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의 결정원칙을 투자보수율을 반영한 원가규제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원가를 반영하여 전기요금을 변경한 적은 없다. 내릴 때 빼고는…. 

역대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보호를 위한다고 하면서 에너지의 깨끗한 활용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위원회를 가동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와 녹색성장의 교집합을 찾겠다고 했으며,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였다. 에너지를 깨끗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더 많이 써야 한다. 돈 안 쓰면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은 말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는 정부의 ‘진정한 의지’의 기준을 전기요금 인상으로 보고 있다. 전기요금도 인상하지 못하면서 훨씬 더 어려운 탄소중립은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다음 정부에 짐만 넘기는 행위다.

정부의 이중적 태도는 에너지정책에 대한 정부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미국 SEC는 2019년 한전에 공문을 보내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문의한 바 있다. 뉴욕 주식시장에 한전 주식이 상장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외국인투자자를 포함한 한전 주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주주소송이 줄 이을 수 있다. 연료비연동제까지도 무력화시킨 우리 정부의 ‘정책적 재량’의 폭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연료비연동제로는 원칙 없는 정부의 전기요금 규제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정부가 전기요금 규제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전기요금 규제는 미국처럼 독립규제기관에서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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