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
(EE, 怡怡) 변호사

[이투뉴스 칼럼 / 구민회] 지난 2월 26일 환경부 장관은 산업계 기업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공유하고 산업계의 애로사항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지 등을 논의했다. 그런가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2~3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비철금속, 정유, 전기전자, 기계, 자동차, 제지·섬유, 조선 등 전 업종과 탄소중립 협의회를 개최했다. 기업들은 이 자리에서 온실가스 감축설비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요청했다. 상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낮은 세액공제율을 대폭 인상하고 세액공제 대상도 확대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실 온실가스감축시설이나 에너지절약시설에 투자를 했을 때 낮은 세액공제율(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10%)을 높이는 것에 대해 작년 제6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최종 확정 단계에서 없던 일로 하고 말았다. 물론 ‘2050탄소중립’이 국정화두로 등장하기 전에 제6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이 마무리 되고, 세법 개정에 그린뉴딜이나 탄소중립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이라서, 지금 분위기라면 세액공제율이 어느 정도 인상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공제율 인상과 공제대상 확대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우선 특정의 유형자산으로서의 설비를 설치해야만, 그리고 설치만 하면 인정되는 세액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은 관련 법령의 별표에 들어간 설비만 세액공제가 되거나 높은 기본공제율이 적용된다. 또 설치만 하면 실제로 그 설비를 운전 하는지, 제대로 효과가 나오는가와 상관없이 세액공제가 이뤄진다. 

따라서 유형자산으로서의 ‘설비’ 또는 ‘설비’의 ‘설치’에 해당하지 않는 진단, 설계, 용역, 자문, 컨설팅, 측정·검증·보고, 운영·유지 등은 세액공제 투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감축량이 많고, 비용 효과성도 충분하며, 해당 공정에 적합하면서도 유지하고 운영하는데 좋은 기술을 발굴하는 지식서비스가 투자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행하는 손쉬운 유형의 설비 아이템을 도입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고, 어렵게 공정을 건드리거나 유지 운영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해서 더 개선하는 활동하는데 굳이 애를 쓸 이유가 없다.

자체 인력이나 부설 연구소 또는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서 공정을 개선하는 무형의 활동, 에너지진단을 통해서 도출된 여러 감축방안 중 감축량과 감축효과의 최적점을 찾아서 우선순위를 정하여 진단 결과를 이행하는 활동, 감축활동 전 기초데이터(baseline data)를 수집하고, 감축활동 후 감축량을 측정, 검증, 보고하는 활동들은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한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모든 활동이 투자로 인정받아야만 탄소중립에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다.  

그러므로 세액공제는 실제 감축효과와 감축량에 비례하고 연동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개선 전 데이터와 개선 후 데이터를 비교해 실제 온실가스 감축량에 탄소비용을 곱한 금액이 공제액으로 계산되어야 한다. 여기서 곱해지는 탄소비용은 ‘대한민국에서 1톤의 온실가스배출량이 차지하는 사회적 비용’을 따져 적용해야 하겠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올 2월 발표한 톤당 51달러라는 잠정가격을 준용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형태를 불문한 감축활동을 통해서 연 1만 톤을 줄인다면 대략 5억7000만 원을 세액공제 받게 된다. 

우리는 이미 배출권거래제를 통해서 매년 배출량을 측정, 검증,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활동을 통해서 얼마나 감축했는지 분명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추가 비용과 노력 없이도 세액공제액 산정이 가능하다. 또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체가 아니라면 측정, 검증, 보고를 세액공제의 선행 조건으로 달기만 하면 된다.

물론 많은 세액을 공제 받는 대신 감축량과 감축활동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체의 경우 현재는 공개의무가 없는 명세서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으로서도 감축활동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배출량이 많다고 기후악당으로 욕을 먹는 일을 막게 해 주는 것이고, 또 요즘 유행인 ESG경영을 제대로 한다고 평가받을 수 있고 우수사례 전파를 통해서 기업들이 훌륭한 감축활동을 서로 벤치마크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1.5도씨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지금 배출량에서 무려 4억톤 이상을 줄여야 하고, NDC 목표를 달성하려고 해도 2030년까지 2억톤 이상을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 전체적으로 2030년까지 매년 20조원 내지 40조원이 감축활동 투자에 투입되어야 한다. 감축량에 비례하는 세액공제는 ‘묻지 마 설치’에서 벗어나 여러 감축활동 사이의 투자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데에도 기여해서 ‘막대한 규모로 투자하고 세금도 엄청 깎아줬는데 실제 효과는 미미하거나 잘 모르는’ 사태를 막을 수도 있다.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怡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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