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환경] 버려지는 택배박스가 바이오디젤이 된다
[에너지&환경] 버려지는 택배박스가 바이오디젤이 된다
  • 이선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 승인 2021.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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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에너지연구센터 박사
항공기·선박용 연료, 전기로 대체 못할 것
폐지유래 바이오연료, 경제적 가능성 높아
▲이선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이선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이투뉴스] 아카데미 어워즈는 2007년 온실가스에 따른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엘고어의 ‘불편한 진실’에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안겨줬다. 당시에는 기후변화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점차 그 빈도와 규모가 커지는 자연재해를 경험하면서 이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실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는 인류의 생존 한계선을 지키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중립 선언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이에 동참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수송부분에서의 주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은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자동차로 대체하는 것이다. 예전보다 전기차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2019년 기준 전기차 판매량(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6%로 아직 내연기관차량 대비 그 비율이 매우 낮다. 2050년까지 도로 위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려면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각국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 시기 및 범위가 불확실 한 상황이다.

‘더 늦기 전에’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대체되는 동안 세계 각국에서는 내연기관 차량에 탄소중립연료인 ‘바이오연료’를 혼합해 사용함으로서 수송부분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전기로 대체할 수 없는 항공기, 선박 연료의 경우 화석연료를 바이오연료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바이오연료는 재생가능한 바이오매스로부터 얻을 수 있는 탄소중립연료로서, 온실가스 감축효과 뿐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큰 청정연료이다. 또 기존 석유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에 즉각적인 탄소중립 실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선미 박사의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연구팀은 폐지, 폐목재 등에서 바이오디젤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을 개발했다.
▲이선미 박사의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연구팀은 폐지, 폐목재 등에서 바이오디젤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휘발유에 혼합해 사용하는 바이오에탄올 비율을 10%에서 15%로 상향 할 예정이며, 유럽에서는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평균 7% 혼합사용하는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유사들이 원유 정제설비를 전환해 바이오디젤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어 미국 내 바이오디젤 산업의 확대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3% 혼합해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 7월부터는 3.5%로, 2030년까지 5%로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을 상향 할 예정이다. 현재 유럽의 바이오디젤 평균혼합 비율이 7%라는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내 바이오연료 정책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변화이다.

바이오디젤은 주로 동·식물성 유지를 원료로 해 생산되는데,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할 경우 탄소중립과 함께 환경 개선효과도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2006년 이후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전환함으로서 절감한 오염물질 처리비용이 연간 27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늘어나는 바이오디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임·농업 부산물, 폐목재, 폐지 등과 같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국의 MIT, 프랑스의 싸끌레 대학 등에서 바이오매스 유래 당을 발효해 디젤 원료가 되는 미생물 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바이오매스는 지구상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재생가능한 자원으로 미생물 발효를 통해 바이오연료로 전환될 수 있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은 이미 상용화된 바이오에탄올 생산기술 및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기존 바이오디젤 생산기술 대비 단위면적 당 생산 가능한 바이오디젤량이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발효에 사용하는 미생물을 업그레이드 해 바이오항공유, 바이오선박유 생산 공정으로 변경하는 것 또한 용이하다.

▲MIT연구진이 분리한 혐기성 균류가 밀짚을 분해하는 모습.
▲MIT연구진이 분리한 혐기성 균류가 밀짚을 분해하는 모습.

이러한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바이오연료 사용이 제한적인 이유로 정책적인 지원 부족과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국내 바이오매스 확보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들 수 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국내 바이오매스 잠재량 평가가 없이 바이오매스 수급 불확실성을 이야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세계 석유화학산업 주도한 대한민국의 저력과 바이오디젤 원료로 폐식용유까지 사용했던 억척스러움을 생각하면 바이오연료의 안정적인 보급을 위한 다양한 국내 바이오매스 활용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원료후보 중의 하나로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나는 ‘택배박스’를 생각 해 볼 수 있다. ‘택배박스’는 바이오연료로 전환되기 쉬운 탄수화물이 주 성분으로 폐목재, 임업부산물 등과 같은 목질계 바이오매스와 비교했을 때 리그닌 함량이 적어 간단한 전처리 후 미생물에 의해 쉽게 바이오연료로 전환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 고유가로 인해 바이오연료 산업이 성장하던 당시 폐지를 활용한 바이오연료(바이오에탄올) 생산을 고려했으며, 2012년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는 폐지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2014년 이스라엘에서 폐사무용지 1톤으로부터 280리터의 바이오에탄올(1680kWh 분량의 에너지)을 생산한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분리·배출되지만 재활용이 용이하지 않아 소각되거나 매립되던 택배박스가 택배 배송차량의 탄소중립연료가 될 수 있다니 꽤 매력적인 옵션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선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에너지연구센터 박사 smlee@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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