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석유판매소, 뭉쳐서 구매력 높이자"
"영세 석유판매소, 뭉쳐서 구매력 높이자"
  • 김진오 기자
  • 승인 2021.05.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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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찬종 태오에너지 대표
쌓인 애환 바탕으로 시작, 일반판매소 10개소서 주유소 2개소 매출
정유사도 손든 북한 석유공급 자원…이젠 개성공단 수출 1호 주유소
▲정찬종 태오에너지 대표.
▲정찬종 태오에너지 대표.

[이투뉴스] “나는 주유소사장보다는 석유가게사장이다.”

정찬종 태오에너지 대표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석유일반판매소도, 주유소도 가지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기름통을 나른 그로서는 석유일반판매소 대표로 불리는 쪽이 맘편한 것이다.

정 대표는 “석유일반판매소는 저장시설이 협소해 정유사 영업범위에 속하질 못한다”며 “가까운 주유소의 석유제품이 싸더라도 수평거래가 불가능해 비싼 가격에 대리점에서 석유제품을 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애환을 털어놨다.

그는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석유일반판매소 사업자들이 군포, 서수원, 인천 등지에서 일반적인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석유제품을 사오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속에 울분이 쌓였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울분으로 커다란 사고를 쳤다. 석유일반판매소 16개소를 한 곳에 집중시킨 집중형 일반판매소를 연 것이다.

“보통 집중형 석유일반판매소는 저장탱크 없이 이동판매만 하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업장은 대형저장탱크도 뒀고 위장업소도 아니라 불법은 일절없다” 과거 한 주소지에 여러개의 석유일반판매소가 영업하는 방식이 문제시된 적 있지만 정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모델은 정정당당한 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1층에 석유일반판매소가 위치해야 하는데, 보통은 카페나 사무실이 들어오길 바란다”며 “그래서 내가 건물주를 맡고 마음이 맞는 석유일반판매소사업자들과 단합해 하나의 테스트베드를 만들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는 사업자의 폐업지원비를 국가에 요구하는 등 영세성을 강조한 전략을 추진하지만 저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본다”며 “석유가게 10개소가 있으면 주유소 2개소분 매출이 나온다. 대리점이 기름을 싸게 팔도록 바잉파워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위험물안전관리법 자체에 법률적인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석유제품을 소량씩 판매하는 석유일반판매소의 경우 큰 저장시설이 필요 없는데도 석유저장탱크를 강제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공동체를 위해서는 사업자 간의 지속적인 유대가 중요하다”며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가격, 시장정보, 상생 등을 위해 전략을 공유하고 함께 뛰는 파트너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판매소도 공장이나 건설현장에 기름을 넣을 수 있고, 비행기에 항공유도 넣을 수 있다”며 “저장시설이라는 문제만 없다면 석유일반판매소, 주유소라는 이름으로 나뉜 바운더리는 중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을 위한 사항이 적혀있는 안내판.
▲고객을 위한 사항이 적혀있는 안내판.

◆개성공단 수출 1호 주유소
정 대표는 “석유판매업자의 시각에서 본 북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며 자신이 겪은 귀한 경험을 풀어놨다. 그가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였다.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우리나라선수들이 북한선수들과 합동훈련을 준비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머릿속에서 북한은 먼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의 북한에 대한 관심에 불을 붙인 것은 마식령 문화회관 전력공급을 위해 우리선수단이 반출하기로 한 기름 1만리터였다. 당시 언론은 “대북제재 위반 아니냐”며 논란을 키웠고 여론은 “기름 1만리터면 탱크 몇 대를 움직일 수 있는데 물자를 퍼주려드느냐”고 눈에 쌍심지를 켰다.

정 대표는 “기름 1만리터가 엄청난 양인 것처럼 들리지만 우리 석유업자는 알지않나. 정제마진 떼고, 세금 떼고나면 기백만원 밖에 안 되는 금액인데”라며 “국가와 국가 간의 비즈니스에서 1만리터가 회자될만한 문젠가 싶어 ‘차라리 내가 기부하겠다’며 통일부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결국 통일부가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철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통일부에서 먼저 전화가 오는 일이 벌어졌다. 김여정이 탄 만경봉호가 묵호항에 입항하면서 체류하는 동안 필요한 HF-122라는 듣도보도 못한 유종을 요구한 것이다.

정 대표는 “4대 정유사에 연락을 다 돌려보고 도저히 구할 수 없어 나한테까지 연락이 온 것이었다”며 “정유사들은 ‘내일 오전 7시까지 HFF-122 50톤을 구해달라’는 통일부 요구에 ‘UN과 미국의 승인서를 가져오면 구해주겠다’는 말로 문제를 회피했다고 들었다”고 회상했다. HFF-122는 중국에서 만든 경유 규격이라 국내에서는 구할 곳이 없었다.

정 대표는 “인천항에서 머무는 중국선박에서 HFF-122를 빼오거나 유종끼리 블렌딩해서 비슷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며 “국제석유거래업 자격을 갖고 있으면 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을 블렌딩할 수 있는데 마침 내가 자격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블렌딩해서 줘버리면 우리 주유소 홍보효과가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망경봉호가 내가 블렌딩한 기름을 사용해서 UN에서 우리 주유소를 제재해주면 크게 유명세를 탔을텐데 결국 김여정은 유류지원을 받지 않고 육로로 귀환했다”고 말하며 당시가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셨다.

정 대표는 “북한이 1년에 사용하는 양은 우리나라가 5시간이면 바닥나는 양에 불과하다”며 “나는 우리나라가 북한에 투자하는 것이지 퍼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자가해석을 내놓았다.

이후 정 대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남북 연락사무소,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등에 납품하면서 ‘개성공단 수출 1호 주유소’라는 현수막을 걸게 됐다.

▲정 대표가 운영하는 주유소 전경.
▲정 대표가 운영하는 주유소 전경.

◆“석유판매업은 국민의 가려운 곳 긁어주는 일”
전기·수소차가 늘어나면서 많은 주유소사업자들이 전기·수소충전소 병설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묻자 그는 “주유소는 전기·수소차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비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정 대표는 “많은 이들이 ‘주유소는 이제 끝’이라며 전기·수소차 충전소로 바꿔야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한다”며 “하지만 우리 석유시장이 급격히 축소될리도 없는만큼 너무 이른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늘면서 내연기관차 시장이 줄더라도 주유소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석유화학 강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계속 원유를 정제해야 한다”며 “그렇게 정제된 석유제품을 전부 해외로 수출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이상 주유소의 역할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대표는 “주유소, 석유일반판매소 같은 석유판매업을 단순히 접객·소매업이라고 생각하는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축소된 시장에서도 활로를 찾는다면 충분히 석유판매업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례로 최근 시작한 수출 중고차량 유류세 환급사업을 들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년에 3만대의 중고차를 러시아 등지로 수출한다. 이 중고차에는 기본적인 운행을 위해 20리터 가량의 휘발유·경유가 주입된다. 그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국내에서 유류세를 냈기 떄문에 해외로 수출할 때는 유류세 환급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인천항에서 수출되는 중고차량에 주입된 석유제품 유류세를 전부 그러모으면 연 41억원의 환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찬종 대표는 “석유판매업을 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며 “석유판매업자로의 자신을 갖고 일을 찾으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걸쳐 오랜기간 누적돼 온 문제가 많은 만큼 석유사업으로 수익을 얻을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며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도전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고 웃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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