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 매년 증가세…지난해 3억5395만 달러로 16.1%↑
콘덴싱 기술력에 현지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제품 주효

[이투뉴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북미, 러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국내 보일러업계가 선전을 이어가며 ‘K-보일러·온수기’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수출 실적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국산 보일러와 온수기 수출액 증가세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2억5960만 달러에서 2017년에는 2억7206만 달러로 4.7%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2억9906만 달러로 전년대비 9.9% 늘어나며 3억 달러 고지에 바짝 접근했다. 이어 2019년에는 3억512만 달러로 2.1% 늘어났으며, 지난해는 3억5395만 달러를 수출해 증가율 16.1%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품목별 추세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보일러 수출은 1억3154만 달러로 2019년 1억2881만달러 보다 2.1% 증가했다.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대미 수출은 6454만 달러로 전년도 5677만 달러와 비교해 13.7% 늘어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온수기 수출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온수기는 지난해 수출액 2억2241만 달러를 올려 전년도 1억7631만 달러 대비 증가율 22.2%를 기록했다. 온수기 수출의 주시장은 미국으로 지난해 2억1018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전년도 1억6614만 달러 대비 26.5%라는 괄목할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K-보일러·온수기’의 해외시장 진출이 높게 평가받는 것은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여겨졌던 산업 자체를 변화시키며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이다. 물, 불, 연료, 전기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는 보일러와 온수기는 각 나라마다 다른 난방 인프라를 만족해야 하고, 상이한 난방 문화도 고려해야 해 수출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고장이 나면 불편이 크다는 점에서 서비스가 중요하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제품의 성능, 품질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는 탓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142년 전통을 갖고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 지사를 운영하며 세계 가스보일러 시장점유율 1위인 독일 바일란트그룹이 한국 보일러 시장판도 변화를 선언하며 세 번이나 도전했다가 결국 철수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K-보일러·온수기’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친환경 트렌드와 함께 국가별 난방설비 인프라와 난방문화 분석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3억불 수출의 탑’ 경동나비엔 글로벌 위상 우뚝
국가별 맞춤형 전략…동종업계 전체 수출액의 84% 차지

▲경동나비엔의 수출 전초기지인 서탄공장 전경
▲경동나비엔의 수출 전초기지인 서탄공장 전경

특히 쾌적한 생활환경 파트너로 도약하며 보일러업계로는 최초로 지난해 ‘3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경동나비엔은 글로벌 시장에서 ‘K-보일러·온수기’의 위상을 선도하고 있다. 2019년 경동나비엔의 보일러, 온수기 수출 비중은 동종업계 전체 수출액의 84.1%를 차지했으며, 2019년부터 2년 연속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이내, 5%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장 주된 시장은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고객을 사로잡은 북미 시장이다. 2006년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에 진출할 당시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경동나비엔은 세계적인 콘덴싱 기술력을 기반으로 탁월한 효율과 친환경성을 가진 콘덴싱온수기를 출시하며 시장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더욱이 난방설비의 차이로 인해 순간식 온수기 보급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던 시점에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스관 교체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콘덴싱온수기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의 판세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유통업자의 특성을 고려한 제품 개발도 빛을 발했다. 버려지는 열을 한 번 더 흡수해 배기가스 온도가 낮은 콘덴싱온수기에만 적용이 가능한 강화 플라스틱 연도를 통해 설치업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며 소비자와 설치업자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킨 것. 소비자는 탁월한 경제성으로 난방비 절감 효과를 얻고, 설치업자는 설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지며 콘덴싱온수기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어났다.

여기에 스테인리스 열교환기를 적용해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성으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점도 합리적인 북미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바이어들이 상담이 이어진 러시아 ‘아쿠아썸 모스크바 2021’에 참가한 경동나비엔 부스 전경.
▲바이어들의 상담이 이어진 러시아 ‘아쿠아썸 모스크바’ 전시회 경동나비엔 부스 전경.

러시아 시장에서도 현지화는 성공의 핵심이다. 실제로 경동나비엔은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시장에 맞춘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연구원들은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시베리아부터, 여름에 영상 30도를 넘는 남부의 도시까지 러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러시아만의 특성을 공부했다. 러시아에서도 에너지와 환경을 위한 옳은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지의 특성과 고객의 욕구를 알아야만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낮은 가스압력과 잦은 전압변동, 영하 40도의 혹한 등에서도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가스보일러 개발이 시작됐다.

보유한 최고의 기술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맞춘 최적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경동나비엔의 노력은 제품으로 완성됐다. 성능은 우수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가스보일러인 ‘나비엔 에이스(NAVIEN ACE)’가 러시아 시장에 첫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뛰어난 제품의 성능은 곧바로 소비자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낮은 가스압에서도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한 가스 콘트롤 기술과 갑작스러운 전압의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SMPS 기술을 적용한 ‘나비엔 에이스’는 러시아 시장의 난방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강풍과 역풍 등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도 안전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APS(Air Pressure Sensor) 기능은 경동나비엔의 기술력을 러시아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2009년 12월 러시아에는 15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로 보일러의 가동이 멈추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APS 기능을 갖춘 나비엔 에이스는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면서 러시아 건설성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으며 기술력의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경동나비엔은 높은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를 기반으로 독일 등 유럽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러시아에서 시장 1위로 도약했다. 동시에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국민 브랜드’로 3회 연속 선정됐으며, 각계 전문가가 선정하는 ‘올해의 기업’을 2회 수상하는 등 러시아 시장 내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기업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국가별로 다른 맞춤형 전략을 통해 시장 정상에 오른 경동나비엔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시장 다변화를 통해 고객의 삶에 더욱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북미 시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동부 버지니아에 1차로 물류창고를 건설하고,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해 2024년까지 건평으로만 2만5000평 규모를 가진 현지 생산공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수비용과 설비 및 건물 증축을 위한 비용을 포함해 최종 투자 예상 금액은 총 920억원 정도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 라인업을 더욱 다변화하고 있다. 시장 내에서 사용이 많은 일반 벽걸이 보일러 제품은 물론, 점차 관심이 늘어나는 친환경 시장을 대비한 콘덴싱보일러나 전기보일러, 원격제어보일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고객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또한 소용량의 보일러나 온수기를 병렬로 연결해 상업용 시설에서 필요한 열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캐스케이드 시스템이나, 지역난방에서 활용 가능한 효과적인 난방 및 온수 솔루션인 통합배관 히티허브를 통해 상업용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대성쎌틱, 중국·미국·러시아 현지에 브랜드 론칭
맞춤형 마케팅으로 1분기 미국·러시아 매출 3배 신장

▲연산 20만대 규모의 대성쎌틱 중국 천진 보일러공장 전경.
▲연산 20만대 규모의 대성쎌틱 중국 천진 보일러공장 전경.

올해 1월 롯데보일러를 인수해 시장 판도에 변화를 예고한 대성쎌틱의 행보도 주목된다. 에너지 전문기업 대성산업의 계열사로 프랑스 샤포토에모리社로부터 국내 최초로 가스보일러를 들여온 대성쎌틱은 국내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발판으로 2003년, 2016년, 2019년에 각각 중국, 미국, 러시아 현지에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에 더해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2003년 가장 먼저 법인을 론칭한 중국에서는 중국 법인 외 주요지역 내 영업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시장 현지화 노력을 위해 소도시 위주 직접거래 및 고객 발굴을 통해 로컬 상권 형성과 로컬 트렌드에 대한 지속적인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대리점 및 난방업계 종사자들을 현지 공장에 초청하여 기술교육 및 제품 홍보를 통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내 메이가이치(가스보일러 보급사업) 도입으로 적극적인 현지화 모델 출시와 함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눈길을 끈다. 기존 총판 방식에서 벗어나 소도시 대리점과의 직접거래를 통한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해 현지에 적합한 영업 방식으로 매출 상승을 이끌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시장에서는 현지에 특화된 제품에 국내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적용해 론칭 초기부터 꾸준한 매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VRS·VRP 친환경 콘덴싱 온수기를 주력으로 그 외 VH 모델 및 콤비보일러인 VRC 및 캐스케이스 보일러의 판매 수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VH 모델은 국내 순간식 기술과 미국에서 대중적인 저탕식의 장점을 적용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국내에서 검증된 대성쎌틱만의 기술력을 미국 법인 ‘VESTA’의 독자적인 제품 콘셉트에 적용시켜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은 만큼 현지화 전략에 특화된 모델로 평가받는다.

▲러시아 ‘아쿠아썸 모스크바’ 대성쎌틱 전시회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러시아 ‘아쿠아썸 모스크바’ 대성쎌틱 전시회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러시아 및 CIS 지역은 국내 보일러 기술과 노하우가 더욱 부각되는 시장인 만큼, 대성쎌틱의 오랜 기술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판매되는 E클래스 및 A클래스 일반 보일러는 현지에서 시판되는 보일러에 비해 우수한 품질로 많은 판매업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된 대성쎌틱의 노하우와 기술이 현지에서도 통하는 방증인 셈이다.

이처럼 대성쎌틱만의 축적된 뛰어난 기술력과 노하우에 현지화 맞춤형 전략을 더해 금년도 비수기인 1분기에만 미국과 러시아 매출이 전년대비 약 3배 신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전시회 참가실적도 저조하고,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둔 이 같은 매출 신장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대성쎌틱은 앞으로도 현지 바이어와의 스킨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기술세미나, 전시회, 신규업체 개발 등 적극적인 추진동력과 함께 비대면 영역에서의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팬데믹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수출 시장 확대에 한층 더 탄력이 붙도록 전사적 역량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내 보일러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귀뚜라미도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동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초 신사업 발굴과 해외시장 개척에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는 최재범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영입하며 그 의도를 확연하게 드러냈다. 

최재범 귀뚜라미 신임 대표이사는 대우일렉트로닉스 해외사업본부 본부장,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백색가전 대표이사, 메디슨 대표이사, 경동나비엔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귀뚜라미는 세계 최대 보일러 수요국인 중국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각종 전시회에 참가해 첨단 기술력이 담긴 제품을 선보이는 등 중국 시장점유율 확대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아울러 ‘아쿠아 섬 모스코’ 전시회 12년 연속 참여 등 러시아 수출 길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코로나19 등 예기치 못한 주변 환경의 변화로 기대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추진력을 더하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가지 못하고 있지만 여건이 개선되는 대로 수출동력에 힘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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