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팎의 예상대로 폐금속광산(이하 폐광) 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쌀 등 농산물은 납과 카드뮴 같은 중금속에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환경단체가 2004년 6월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마을 폐광지역 주민들의 이타이이타이병 발병 가능성을 제기하고, 이어 국회 국정감사에서 폐광지역 농산물에 대한 안전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 해 10월 사회문화정책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는 폐광 지역 농산물 중금속 허용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중금속 기준설정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전국 936곳의 폐광지역 가운데 환경부가 2002∼2004년 사전 조사한 168곳을 대상으로 토양오염 정도가 가장 심한 데도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44곳을 우선 선정, 농림부를 중심으로 다소비 품목인 쌀, 배추, 콩, 시금치, 감자, 고구마, 파, 무, 옥수수, 팥 등 10개 농산물의 납, 카드뮴, 비소, 수은, 구리 등 5개 중금속 오염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2005년 7월부터 본격 시작돼 최근까지 진행됐다.

 

식약청은 이와 별도로 시중에 유통 중이거나 전국 평야지역에서 재배된 농산물에 대해, 환경부는 이들 44곳 폐광 인근 지역 토양과 수질의 중금속 오염실태를 따로 조사했다.

 

◇ 오염실태 = 우려가 현실화 됐다. 당초 예상보다 폐광 인근 지역 재배 농산물의 중금속 오염 정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파악된 것.

 

농림부가 44곳 폐광지역에서 생산된 10개 농산물 2594건(쌀 757건, 배추 367건, 시금치 14건, 대두 317건, 팥 95건, 고구마 179건, 무 248건, 감자 165건, 파 178건, 옥수수 274건)을 수거 조사한 결과, 국제식품규격위원회(코덱스)에서 설정한 납과 카드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왔다.

 

조사대상 농산물 별로 국내 및 코덱스 납.카드뮴 허용기준 초과 부적합 비율을 구체적으로 보면, 쌀(납 허용기준 초과 27.5%, 카드뮴 허용기준 초과 8.1%), 배추(27.5%, 28.1%), 시금치(7.1%, 7.1%), 대두(41.6%, 19.2%), 팥(21.1%, 9.5%), 고구마(29.6%, 4.5%), 무(12.5%, 5.2%), 감자(24.8%, 23%), 파(35.4%, 38.8%), 옥수수(7.7%, 1.8%) 등이었다.

 

이 중에서 정부당국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거나 생산량이 미미한 농산물은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주식인 쌀과 국민 다소비 식품인 배추에 대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폐광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쌀의 경우 국내 및 코덱스 허용기준의 각각 32.7배, 17.5배인 최고 6.547ppm의 납과 3.513ppm의 카드뮴이 검출돼 정부당국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배추에서도 최고 12.9ppm의 납과 3.49ppm의 카드뮴이 나왔다.

 

농산물 종류별 국내 및 코덱스 중금속 허용기준은 쌀(납 0.2ppm, 카드뮴 0.2ppm), 옥수수(납 0.2ppm, 카드뮴 0.1ppm), 대두(납 0.2ppm, 카드뮴 0.1ppm), 팥(납 0.2ppm, 카드뮴 0.1ppm), 고구마(납 0.1ppm, 카드뮴 0.1ppm), 감자(납 0.1ppm, 카드뮴 0.1ppm), 배추(납 0.3ppm, 카드뮴 0.2ppm), 시금치(납 0.3ppm, 카드뮴 0.2ppm), 파(납 0.1ppm, 카드뮴 0.05ppm), 무(납 0.1ppm, 카드뮴 0.1ppm)등이다. `ppm'(part per million) 단위는 `㎎/㎏'로 100만분의 1을 뜻한다.

 

정부당국은 식약청이 시중 유통 및 평야지역 생산 10개 농산물 9천729건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조사 대상 전체 농산물 중에서 0.5%와 0.4%만이 각각 납과 카드뮴 허용기준을 초과할 뿐, 대부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환경부 주도로 실시된 토양 및 수질 오염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폐광지역 44곳 중에서 27곳(61.4%)이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으며, 19곳(43%)이 수질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 대책 = 정부당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위해 우려가 있는 폐광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했던 주민들의 건강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중금속 오염실태 조사 결과로 폐광 지역 농산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그 여파가 전체 국산 농산물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당국은 폐광지역 관리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를 주관부서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자부는 이미 1994년부터 폐광지역 오염방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 6월부터 시행된 `광산피해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특수법인 `광업피해방지사업단'을 출범, 운영중이다.

 

정부당국은 오염분포도를 분석한 결과, 이번 조사대상 폐광지역 44곳 중에서 특히 9곳을 위해 우려지역으로 판단하고, 이들 9곳의 폐광 인근 지역에 대해서는 정밀 주민건강 영향조사사업을 비롯해 농산물 및 토양ㆍ수질 조사 등을 추가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오염 농경지에 대해서는 휴경이나 객토, 비식용작용 재배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또 폐광 지역의 농산물에 대해서는 이달부터 납, 카드뮴 검사를 보다 철저하게 실시하고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될 때까지 코덱스 기준을 잠정 적용, 부적합 농산물은 즉각 전량 수매, 폐기처분함으로써 소비자 불안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전국에 분포해 있는 936곳 폐광 중 토양오염우려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418곳 가운데 이번에 실태조사를 벌인 44곳을 제외한 374곳에 대해서도 주민건강 조사와 농산물 및 토양ㆍ수질 조사를 연차 계획에 따라 추가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추가 조사대상 폐광지역(374곳)의 경우 가장 토양오염도가 심한 44곳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농작물 중금속 기준초과 비율이 크게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대상에서 빠진 488곳 폐광은 조사결과 오염우려 가능성이 낮아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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