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국가별 맞춤전략으로 석유제품수출 확대 모색
채산성 회복 및 각국 수급상황 대응 통해 수출체질 개선

[이투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코로나19로 석유제품 수출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유업계가 국가별 제품수요 변동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석유제품 수출확대를 모색하는 것은 물론 수출채산성도 개선되는 등 반등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1분기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가 수출한 석유제품은 전년동기대비 27.4% 감소한 9094만배럴, 수출금액은 18.9% 줄어든 61억4300만달러(6조8211억원)로 집계됐다. 1분기 물량 기준으로 2011년 1분기 이후 10년만의 최저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수출물량, 금액 감소가 코로나19 여파로 석유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유업계도 가동율을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제가동률은 지난해 1분기 81.6%에서 올해 1분기 71%로 10.6%p 낮아졌다. 이에 정유업계는 국가별 제품 수요변화에 대응하면서 반등을 위해 준비하는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1분기 석유제품 수출국 순위는 중국(36.9%), 일본(14.4%), 호주(8.8%), 미국(8.6%), 싱가폴(6.9%)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 수출물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1위를 유지했지만 비중은 3360만배럴로 19%를 기록한 전년동기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대중국 석유제품 수출의 69%가 경유로 나타나 다른 국가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빠르게 벗어난 중국 수출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물량 2위를 차지한 일본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함께 수출이 가장 용이한 국가다. 1분기에는 1312만배럴을 수출해 지난해 3위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특히 2월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본 내 정제설비가 긴급 가동중단 되면서 난방유인 등유수출이 22% 늘었다.

호주 수출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분기 5위였던 호주는 항공수요 부진과 현물시장 재고과다로 줄어든 미국, 싱가폴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섰다. 이같은 대 호주 수출증가는 국내 정유업계의 대응전략이 크게 빛을 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 호주 항공유 수출이 99% 급감하자 경유수출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이다. 특히 호주는 지난해 9월 BP가 호주 최대 정제설비인 크위나나공장(하루 14만6000배럴 생산)의 폐쇄를 발표한데 이어 올 2월에는 엑손모빌도 알토나공장(10만9000배럴 생산)을 폐쇄키로 하는 등 석유제품 공급축소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국내정유사가 발빠르게 수출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는 제품별로도 수급상황 변동에 맞춰 대응 중이다. 미국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미국 공항이용객은 1월 2360만명에서 2월 2445만명, 3월 3805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항공여행 수요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것이다. 미국 시장의 항공수요 회복에 맞춰 정유업계는 대미국 항공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 항공유 전체 수출물량 중 미국 비중은 1월 43%였지만 2월 48%, 3월 83%로 크게 늘었다.

정유업계 수출채산성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62.3달러로 제품수출단가인 60.5달러보다 높아 경영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지만 올해는 원유도입단가 58.1달러, 제품수출 단가 67.6달러로 호전됐다. 석유수요 급감과 저장용량 한계로 밀어내기 수출을 했던 지난해에 비해 수출체질이 개선된 것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는 세계 5위 수준의 정제능력을 갖추고 있어 ‘규모의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며 “석유제품 수요와 정제마진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수출국 다변화와 국가별 수급상황에 맞춘 전략으로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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