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김선교] 후대의 역사학자들은 작년 2020년, 올해 2021년을 코로나19로 시작해서 끝을 맺을 것 같다. 인류가 경험했던 과거 다른 범유행(pandemic)과 비교하며, 그 혼돈의 역사를 기술할 것이다. 기원전 430년 아테네 역병부터, 19세기 콜레라, 1918년 스페인 독감, 그리고 2020년의 코로나19를 함께 말하며 그 의미를 되새길 것이다. 물론, 당장의 위기가 가시지 않은 2021년 5월 미래를 이야기하는 게 시기상조일 수 있으나 희망적 미래를 상상하는 일 역시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스스로를 미래 역사학자로 가정하여 희망적 해석을 담아 본다.

◆코로나19이후 100년 : 코로나19의 극복 경험이 인류를 구원했다, 2121년 5월 

코로나19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범유행이 아니다. 그 전에도 있었고, 유사 질병의 위험은 우리 인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당연히,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대유행병의 위험을 계속 경고했다. 그러나 인류는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초기 상황은 우리의 취약함을 알려주는 전형이었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여줬다. 새로운 기술로 빠르게 백신을 개발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인구가 백신을 맞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지만 결국, 여러 이해관계와 갈등을 넘는 기적을 보여줬다. 더 중요한 점은 코로나19는 인류의 존립 가능한 기반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가 동시에 위기를 겪었고 공동으로 대응하는 경험을 쌓았다. 

 다수의 운동가, 과학자들이 코로나 이전 수십 년 동안 기후위기에 대해 경고해왔지만 전환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에 소극적인 대응으로 요식행위에 그쳤다. 과거, 200년의 화석연료 사용과 높은 의존도는 그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찬란한 성장과 함께 새로운 문명을 이뤄냈다.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의 말처럼, 인류는 지구 기후의 장기 변화에 대해서 무지했다. 인류는 자신의 무지를 망각한 채, 화석연료 사용을 멈출 수 없었다. 강제성 없는 국제적 합의는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계속 후순위로 밀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꿨다. 코로나19 이후, 녹색 회복, 그린 뉴딜 등 저탄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실제적 움직임이 주요 산업 생태계를 바꾸었다. 2050년 탄소중립은 거의 불가능한 목표였으나 점차 가능한 현실로 바뀌었다. 에너지, 교통, 산업, 농업, 환경, 건물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탈탄소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재생에너지, 전기차, 제로에너지 건물부터 가장 어려웠던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산업까지 탈탄소를 이뤄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코로나19의 경험이 지구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연대 의식을 형성시켰고 주요 선진국과 개도국, 미개발국가 모두가 그 영향력만큼의 책임을 나눠가질 수 있었다.

◆ 2021년, 기후위기를 피하는 법 

가장 낙관적인 상황을 가정한 상상은 아마 모두가 바라는 바일테다. 현재의 위기, 그리고 다가오는 위기를 뛰어넘는 미래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서 오늘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최근, 빌 게이츠가 세상에 내놓은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우리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는 책의 서두에 이야기하고 싶은 주요 사항을 다음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둘째, 태양광과 풍력 등 이미 보유한 수단을 더 빨리, 그리고 더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   

셋째, 나머지 목표 달성이 필요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출시해야 한다. 

이를 하나씩 간단히 정리하면, 우선, 기후변화는 더 이상 논쟁이 대상이 아니다. 실제적 위협이며, 재앙이 될 위험이 크다. 모든 정책의 최상단 목표에 기후변화 대응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며 실제적 실행 방안 수립과 정책 구현이 빠르고 전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태양광, 풍력 등은 미래의 기술이 아닌 지금 바로 탈탄소화를 위해 빠르게 가야할 길이다. 에너지 부분의 최우선 정책 목표에는 태양광, 풍력의 빠른 확장과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이 있어야 한다. 특히, 기존 발전원과 이질적인 재생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전력시장 재설계와 그리드 통합(전력망 보강)이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셋째,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탄소중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통, 산업 부분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혁신적 기술이 필요하다. 낮은 가능성이지만 높은 잠재력이 있는 기술을 포함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에 선행적이고 전폭적인 R&D 투자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 국제적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전력저장, 탄소포집, 자원순환 등)들의 혁신적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빌 게이츠 책은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논쟁의 대상으로 소모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은 일부이며, 더 크고 포괄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책의 내용에 모두 다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의미 있는 논의의 시발점으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다. 빌 게이츠의 3가지 방향에 우리의 거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가장 낙관적의 기대가 미래의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보다 더 전폭적이고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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