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硏, 지하철역 실증 통해 미세먼지·세균·VOCs 제거성능 입증
물 사용해 경제적이며 다양한 적용 가능한 차세대 공기청정기술

▲장한평역에 설치돼 실증을 벌이고 있는 에기연의 정전분무기술을 적용한 공기청정시스템.
▲장한평역에 설치돼 실증을 벌이고 있는 에기연의 정전분무기술을 적용한 공기청정시스템.

[이투뉴스] 물에 고전압을 걸어 미세먼지는 물론 부유 세균과 휘발성 유기화합물까지 포집·제거하는 공기청정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지하철이나 지하상가 같은 반밀폐형 지하공간의 미세먼지 제거 등 공기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김종남)은 물의 정전분무를 이용한 고효율 공기청정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연구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5일 밝혔다. 정전분무는 물을 분무할 때 노즐을 통과하는 액체에 양(+)과 음(-)의 고전압을 공급함으로써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액적(물 덩어리)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지하철 역사 내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보다 1.5∼5배 정도 높아 보다 효율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 또 현재 곰팡이나 박테리아와 같은 부유 세균과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s) 등에 따른 건강상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에너지기술연구원 EMS연구실 최종원 박사 연구진은 효과적인 공기질 관리를 위해 물에 고전압을 걸어 초미세먼지, 부유세균 및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3-in-1’으로 동시에 저감시킬 수 있는 정전분무 방식의 차세대 공기청정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서울교통공사 5호선 장한평역에 설치, 실증연구까지 성공리에 마쳤다.

일반적으로 주사기 바늘에 물을 천천히 흐르게 하면 물방울은 표면장력에 의해 방울방울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물이 흐르는 바늘에 고전압을 인가해주면 물 분자 사이의 전기적 척력에 의해 바늘 끝에서 높은 하전을 띈 수백만 개 이상의 작은 물 액적들이 서로 밀어내는 정전분무가 나타난다.

먼저 물방울 표면에 높은 밀도로 전자가 하전되어 있는 물 액적들은 주변을 지나가는 다수의 미세먼지들을 정전기적 인력으로 끌어와 미세먼지들끼리 응집시키며 제거할 수 있다. 기존의 물을 이용한 기술은 미세먼지와 물이 직접 충돌해야만 제거할 수 있었던 반면 정전분무를 이용한 기술은 직접 충돌과 정전기에 의한 간접충돌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효율이 높다.

일반적으로 물은 5∼20㎛ 사이의 작은 크기가 되면 액적 표면이 자발적으로 수소이온과 수산화이온(OH?)으로 나뉘게 된다. 이러한 작은 물 액적들이 바늘과 전극 사이에 형성되는 수 kV/cm의 높은 전기장 환경에 놓이면 표면의 수산화 이온이 수산화 라디컬(OH?)로 변함과 동시에 2개의 수산화 라디컬이 결합해 소독약 성분인 과산화수소(H2O2)로 변한다. 또 노즐 주위를 지나는 공기 중에 있는 일부 산소 분자는 전기장을 지나면서 코로나 방전에 의해 오존으로 산화됨과 동시에 물 액적 속에 용해돼 강력한 산화·살균력을 지닌 오존수가 된다.

이렇게 생성된 과산화수소수와 오존수는 공기 중 떠다니는 세균,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악취도 제거할 수 있다. 여기에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톨루엔, 아세트알데히드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들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별도의 첨가제 없이 물을 이용한 정전분무기술로 초미세먼지의 집진, 부유세균의 살균,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산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개발해 지하철 플랫폼에서 검증까지 마쳤다.

지하철 플랫폼의 경우 공기오염의 원인이 외부에서 유입된 초미세먼지 외에도 역사로 진입하는 열차의 바퀴 및 철로의 마모를 통해 발생된 초미세 철 입자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환경을 고려헤 미세먼지의 물성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집진기술을 적용했다.

만일 정전분무를 이용한 집진 시 철 입자까지도 물로 포집한 후 그 물을 재순환시켜 이용하게 되면 부식에 의한 수질오염의 우려가 있다. 따라서 다수의 구리 코일을 공기청정기 입구에 배치해 코일 주변에 유도 자기장을 발생시켜 1차적으로 철 미세입자를 포집했으며, 2차적으로 고하전 물 액적에 의해 철 입자를 제외한 미세먼지를 포집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 지하철 플랫폼 내에서 3-in-1 정전분무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알아본 결과 PM2.5에 해당하는 초미세먼지는 최대 98%까지 제거할 수 있었다. 또 30CMM(m3/min) 규모의 처리능력이 있는 공기청정기 2대를 연속 가동했을 때 플랫폼(80평)의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다. 더불어 정전분무 시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수 및 오존수에 의해 총 부유세균은 99.9% 이상,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96% 이상 저감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필터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기존 여과식 공기청정기가 지니고 있는 높은 차압에 따른 팬 소모동력 증가 및 주기적인 필터 교체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단순히 물의 보충 및 저가의 물필터 교체만 해주면 돼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매우 높고 활용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원 에기연 책임연구원은 “지하철, 지하상가 등의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기 위해 집진, 살균, TVOCs 산화 설비를 각각 설치하는 것은 설치비용, 유지보수비용, 공간적 제약으로 부담이 커 물을 이용한 정전분무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전분무 공기청정기술은 이제 막 기초성능에 관한 검증을 마친 상태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악취, 바이러스 등을 대상으로 성능검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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