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시위·손배소송 검토에서 시범사업 동참으로 방향 선회
대구·부산·강원·제주도 충전·판매소 각 1곳…인센티브는 논의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장과 전국 지방협회장들이 신형 차단기능형 LPG용기 밸브 시범사업 참여 여부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장과 전국 지방협회장들이 신형 차단기능형 LPG용기 밸브 시범사업 참여 여부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투뉴스] 전국 LPG판매사업자의 집단시위에 이어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집단손해배상 청구소송 검토 등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될 우려가 컸던 LPG용기 차단기능형 밸브 사안이 조율과 협의를 통해 탈출구를 찾는 분위기다.

극과 극으로 치닫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협조를 요청한 시범사업에 LPG판매업계가 동참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양측이 논의를 이어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다만 기존 차단기능형 밸브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은 명확한 타결이 이뤄지지 않아 언제든 파열음을 낼 수 있는 불씨로 남는다.

차단기능형 밸브는 1998년 IMF 외환위기로 빚어진 경제위기로 LPG용기 고의사고가 잇따르고, 시위현장에서도 LPG용기를 이용한 화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긴급하게 개발된 제품이다. 시대적 상황에 따른 특단의 대책을 요구받은 가스안전공사가 차단기능형 밸브 개발에 나섰고, 2006년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기준이 신설되며 2007년 6월 1일자로 의무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정작 호스 절단에 의한 고의사고는 막을 수 없으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스톱밸브보다 가격이 비싼데다 가스가 누설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일선 현장에서 사고책임에 자유로울 수 없는 가스공급자의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대책의 일환으로 가스안전공사는 성능을 개선한 신형 차단기능형 밸브 개발에 나섰다.

▲가스안전공사가 실증시험을 마치고 시범사업에 들어갈 신형 차단기능형 LPG용기 밸브.​
▲가스안전공사가 실증시험을 마치고 시범사업에 들어갈 신형 차단기능형 LPG용기 밸브.​

가스안전공사 측은 가스 누출이 이뤄지는 밸브의 성능을 개선한 새로운 차단밸브와 함께 이물질이 끼이면서 가스가 누출되는 기존 밸브의 보완 등을 통해 현장에서 우려하는 문제가 완벽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실증연구센터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화성밸브, 영도산업, 에쎈테크, 덕산금속 등 4개 제조사의 6개 모델을 대상으로 각 모델 당 25개씩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실증시험에서는 재검사기관이 용기 체결 및 차단부 충격 시 이상유무, LPG충전소가 각 모델의 충전성능평가 및 메탈 터치 차단부 이상 평가와 해수·염분의 영향성 평가, 에너지실증연구센터가 이물질 영향성 및 내구성 평가를 수행했다. 또 공사 내에서 열충격 성능 및 진동 영향성 평가, 가이드 체결력 평가, 차단부 누출 발생 시 보수 가능여부 등을 중점 점검했다.

시범사업 결과 토대로 내년부터 전국 보급

이 같은 실증시험에 이어 이달 내에 전문가 기술회의를 통해 KGS코드 개정안을 논의하고, 상반기 내 차단기구 기밀성능을 추가해 KGS코드를 개정할 예정이다. 이후 대구, 부산, 강원도, 해안가 등 전국 각 지역에서 11월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전국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전체 20㎏ LPG용기는 2018년 817만5233개, 2019년 807만227개, 2020년 815만397개로 매년 800만개를 웃돌며, 재검사용기는 2017년 129만170개로 저점을 지나 2018년 154만2743개, 2019년 215만1860개, 2020년 189만5748개에 이른다. 신규용기 시장은 바닥수준이다. 2016년 56만6716개에 달하던 신규용기 검사는 2019년 6만4227개, 2020년 3만6065개에 그친다.

20년 이상된 LPG용기가 전체 용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시범사업과 함께 신형 차단기능형 밸브를 보급해 나갈 경우 당초 예상된 5년을 훨씬 앞당긴 2~3년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증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가스안전공사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LPG판매업계에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전국 LPG판매사업자의 구심체인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는 10일 가스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 교육장에서 이사회를 열어 해당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일단 시범사업에 동참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시범사업 기간은 가스안전공사가 제시한 6월부터 11월까지가 아니라 내년 1월까지 진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가스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절기를 지내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시범지역의 경우 150건 이상의 가스누출 동영상 확보 등 가장 많은 가스누설 사례가 빚어진 대구, 일부 제조업체의 품질 문제로 가스 누설이 이어진 부산, 연평균 기온이 가장 낮아 고무 물성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강원도, 염수로 인한 영향성 평가가 가능한 제주도를 선정했다. 이 지역의 LPG충전소·판매소 각각 1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밸브수량은 시범사업처의 3개월 재검사 물량이 적용된다.  

LPG판매업계는 다만 시범사업 과정에서 가스가 누설될 경우 일반 스톱밸브로 전환하고, 시범사업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해 추후 협의를 통해 구체적 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LPG판매업계와 가스안전공사가 시범사업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LPG용기 차단기능형 밸브 도입을 놓고 어느 쪽의 책임이냐는 공방을 벌이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데 기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파국을 막기 위한 시범사업이 정부와 유관기관, 가스공급자,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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