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1단계 고유가 위기관리조치를 발동한 것은 우리나라 주도입 유종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3차 오일쇼크'에 들어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위기관리 조치가 발동됨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는 승용차 홀짝제 등 강제적 에너지절약 조치가 시행된다.

  
아울러 현재 고유가 상황은 수급차질을 동반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민간 부문의 에너지절약 조치는 권장하는 수준에 그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앞으로 중대한 수급차질이 우려된다면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강제 조치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 유가 급등세로 위기관리조치 앞당겨

 

정부는 최근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와 170달러로 오를 때로 나눠 2단계 위기관리조치를 시행하고 유가 단계별로 수급여건을 감안해 모두 4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1단계 조치의 기준은 '2차 오일쇼크' 당시의 유가(1980년 평균 배럴당 36달러)를 물가상승률과 석유의존도 등을 반영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 실질실효유가가 152달러이기 때문이다.

  
현재(4일 종가) 두바이유는 배럴당 140.70달러로 1단계 조치 기준보다 배럴당 9.3달러 모자라지만 앞으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사실상 3차 오일쇼크에 들어섰다.

  
실제로 두바이유는 지난해 평균에 비해 2배 수준이며 지난 1주만에 9.3% 급등해 배럴당 9.3달러 차이는 무의미한 수준이다.

  
특히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정부는 1단계 위기관리 조치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겼다.

  
석유공사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1~5월 휘발유 소비는 1.2% 증가했으며 경유 소비는 2.8% 줄었지만 농가 등이 경유와 등유를 대체하는 전기난방을 늘리면서 농업용 전력은 9.3% 급증했다.

  
다만 정부는 유가는 급등했지만 수급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4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를 발동해 민간 부문은 자율적 에너지절약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민간에 대한 강제적 절약조치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상 에너지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민간에도 강제적 에너지절약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며 두바유가 배럴당 170달러로 오르면 유류세 인하와 중소기업의 자금 지원 등 추가적인 민생안정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 승용차 홀짝제 등 공공부문 에너지절약 강제

 

정부는 이처럼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에너지 총소비는 줄지 않고 있어 초고유가 상황에 대비해 준비한 단계별 위기관리계획 중 공공부문 조치들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공공부문의 최종 에너지 소비 비중은 전체의 3.7%에 불과하지만 민간부문의 에너지 절약을 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전체 에너지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수송 부문은 물론 건물(37%), 조명(23%) 등 전 분야에 대해 핵심대책 위주의 고강도 에너지절약 조치를 시행, 소비량을 1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수송부문에서 현재의 승용차 요일제를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승용차 홀짝제(2부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7인승 이상 관용승용차는 홀짝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현재 1만5300대 수준인 관용차량의 50%를 2012년까지 경차 또는 하이브리드차로 전환하고, 관용차량 운행도 30% 줄이기로 했다.

  
건물 부문에서는 적정 실내온도를 현행 '여름철 26℃ 이상, 겨울철 20℃ 이하'에서 '여름철 27℃, 겨울철 19℃'로 각각 1℃씩 조정하기로 했다.

  
공공건물의 엘리베이터는 현재 '3층 이하 금지, 4층 이상 격층운행'에서 '4층 이하 금지, 5층 이상 격층운행'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조명 부문에서는 기념탑ㆍ분수대ㆍ교량 등 공공시설물에 설치된 경관조명 시설의 사용을 금지하고, 일반도로 및 고속도로 과다조명 구간에 위치한 가로등의 심야시간대(23:00∼익일 일출시) 부분 소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로폭 12m 이상 구간에 설치된 가로등 중 2분의 1은 소등된다. 다만 횡단보도 주변 및 방범상 필요한 구간은 제외된다.

  
아울러 공공기관 야간 근무자에 대해서는 스탠드 등 국소조명을 활용토록 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시행시기와 관련해 정부는 즉시 시행가능한 조치는 바로 시행하고, 승용차 홀짝제는 출ㆍ퇴근 보완대책 등을 마련한 뒤 오는 15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에너지절약 강제조치는 중앙정부 43개, 지자체 272개, 교육청 199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305개 등 모두 819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국회ㆍ법원ㆍ청와대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되지만 청와대의 경우 자체 지시로 시행할 계획이다.

◇민간부문은 자율…승용차 요일제 전국 확대

 

현재 유가는 오일쇼크 수준이지만 과거와 달리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민간부문은 경제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에너지사용을 억제하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우선 서울시만 시행하고 있는 승용차 자율 요율제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고 종업원 300명 이상의 대기업은 통근버스 사용과 카풀제를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또 적정 냉난방 온도(여름 26℃ 이상, 겨울 20℃ 이하)를 권고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업체인 대중목욕탕의 격주 휴무, 유흥음식점의 야간 영업시간 단축 등을 권고할 방침이다.

  
이 밖에 조명 부문에서는 주유소의 옥외 간판과 조명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3000㎡ 이상의 대형점포 외부전시용 조명과 자동차 판매업소의 실내 및 상품진열장 조명의 영업시간외 사용을 자제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네온사인 등 옥외광고물과 골프장의 조명사용도 자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는 민간부문의 에너지절약은 권고사항이지만 원유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강제조치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으며 에너지절약 시설투자세액 공제도 10%에서 15%로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해외자원개발을 확대하기 위해 하반기에는 러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를 대상으로 정상급 에너지외교를 펼치고 베네수엘라와 남아공에 상시적 협력채널인 자원협력위를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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