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국내 업체 KS인증 모듈 중 중국産이 130개
작년 태양광 물량 중 중국산이 1419MW로 35.8% 차지

[이투뉴스] 국내 일부 태양광기업의 중국산 모듈 수입비중이 높아지면서 에너지안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싼 중국산 모듈을 국내에 팔기 위해 KS인증을 받고, 국내업체 이름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 태양광시장에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모듈업체들은 대규모 태양광프로젝트가 많이 나온 2019년부터 작년까지 수입량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중국산 모듈 수입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공단이 집계한 신재생에너지설비 KS인증을 분석한 결과 27일 기준 2019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주요 태양광업체가 KS인증을 받은 중국산 모듈은 모두 130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광모듈을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선 정부가 규정한 인증심사기준과 제품의 성능·품질기준에 적합하도록 KS인증을 받아야 한다. 국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듈을 수입,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셀을 사용하거나 수입한 모듈은 Wp당 310~330원이지만 국내산 셀과 모듈을 사용할 경우 360~380원으로 평균 50원 가량 높다. 

▲2019~2020년 태양광산업 품목별 수입현황(자료: 관세청).
▲2019~2020년 태양광산업 품목별 수입현황(자료: 관세청).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태양광 밸류체인 요소 중 웨이퍼와 모듈을 가장 많이 수입한 것으로 나왔다. 2019년 태양광모듈 수입량은 7만6901톤, 3억7413만달러(한화 4228억원)로 태양광산업 전체 수입액 11억9196만달러 중 31%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9만922톤, 3억6370만달러(한화 4110억원)의 모듈을 수입해 전체 수입액 9억9102만달러 중 37%로 계산됐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인데도 태양광모듈 수입량이 1만4020톤(18.2%) 늘어난 셈이다. 수입량 증가에도 불구 수입액이 감소한 것은 모듈단가가 떨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보급된 국내 태양광발전소 3967MW 중 중국산이 1419MW로 35.8%나 됐다. 2019년 전체 2983MW 중 중국산 비중 21.6%(644MW)와 비교할 때 14.2%p 크게 늘었다.

▲2019년 이후 국내 태양광기업의 KS인증 모듈 현황.
▲2019년 이후 국내 태양광기업의 KS인증 모듈 현황.

지난해 6월 기준 태양광산업협회에 등록된 국내 기업의 모듈 생산능력은 10.1GW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에서 3.5GW 규모의 생산능력을 지닌 A기업은 2019년부터 KS인증을 받은 모듈 186개 중 중국산이 15개에 불과했다. 국내 태양광모듈 생산능력이 1.2GW인 B기업 역시 2019년부터 KS인증을 받은 모듈 55개 중 5개가 중국제조사를 통해 수입했다. 

반면 C기업의 경우 2019년부터 KS인증을 받은 모듈 111개 중 중국 모듈이 무려 44개였다. KS인증을 받은 모듈 중 39.6%를 중국에서 수입한 셈이다. C기업은 640MW 규모의 모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간 500MW의 모듈 생산능력을 갖춘 D기업은 2019년부터 인증 받은 125개의 모듈 중 30.4%인 38개가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국내 기업이 중국제품을 수입·판매하면 소비자들은 국산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시장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안보를 중시하며 국내 태양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육성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며 중국산 모듈을 수입해 판매하는 상황은 손발이 맞지 않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모듈을 수입해 이름만 달고 그대로 판매하는 것은 국내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는 사이 중국업체만 이득을 챙길 수 있다”며 “중국업체가 제조하고 우리기업의 간판만 단 수입모듈과 국내에서 높은 가격으로 생산한 모듈이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 태양광산업 육성은 물론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옳은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제품을 국내업체가 들여와 만약 화이트라벨링까지 해 판매하면 소비자는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며 “태양광을 생산하는 업체가 수입으로 물량을 해결하고, 태양광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산 태양광 활성화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산 모듈을 수입하는 업체 측은 중국산 모듈이 국산 모듈보다 1Wp당 30원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발전사업자 같은 고객사가 저가의 모듈 설치를 요청할 경우가 있어 KS인증을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 대형 태양광프로젝트가 많이 생겨 모듈 수입량이 늘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산 모듈을 수입하는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고객사가 상대적으로 싼 모듈을 원하는 경우가 있어서 몇 번 중국산 모듈을 수입해 KS인증을 받은 사례는 있다”며 “다만 이런 경우 국산 모듈이 효율이 더 좋다는 것을 알려줘 고객이 중국산과 국산 중 선택하는 구조로, 중국산을 우리 제품으로 속여 판매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10GW가 넘는 모듈 생산능력 지니고 있어도 미국, 유럽 등 해외 수출량이 많아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중국산 수입이 늘어났다”며 “다만 정부도 국내 태양광산업 기반을 세우고 국산 모듈 및 셀 사용을 장려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국내에 대규모 태양광프로젝트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중국산모듈 수입이 늘어났었다”며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탄소인증제 같은 국내 태양광산업을 독려하는 정책도 나오고, 협회 회원사들도 국내 콘텐츠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올해는 수입모듈의 KS인증을 받은 사례가 없거나 크게 감소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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