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업무협약. 기업이나 단체가 다른 기업이나 단체와 특정업무와 관련된 협정을 체결하는 것, 영어로는 흔히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라 부른다. 이보다 약한 의미의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가 있다. 통상 해당 계약이나 사업, 협정 등에 관심(참여)이 있다는 의사를 서류로 전한다.

MOU나 LOI는 본래 정식계약에 앞서 사전에 해당 업무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사항 내지, 참여의향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선 계획 중인 일이나 새로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이나 단체 대표자 간 협력을 약속하는 경영행위로 더 자주 쓰인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업무협약은 아주 빈번하게 이뤄지고,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보도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 가장 많은 내용이 기업이나 단체가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알려오는 내용이라 가장 많이 쓰는 기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거대 유전이나 가스전 개발, 대형 에너지 구매·판매 프로젝트 역시 참여의향서부터 양해각서, 본계약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LOI나 MOU가 모든 사업이나 새로운 업무의 출발점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많은 MOU나 협약이 용두사미에 그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사업이나 계약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다양한 업무나 계획 역시 얼마든지 중간에 틀어질 수도 있다. 일의 진행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계획이나 실질적인 필요성이 아닌 ‘밑져야 본전’ 식의 의미 없는 업무협약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협약내용 역시 새로운 사업이나 신규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과 협조가 아닌 막연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심지어 누가 봐도 별다를 게 없는 업체 내지 단체 간 협약을 체결, 배경을 알아 보니 대표자 간 친목모임 성격이 짙은 일도 적잖았다. 이러다 보니 최근의 업무협약은 대인관계가 좋고 다방면에 아는 사람이 많은 CEO나 대표자가 올 경우 급속하게 늘어난다.

또 근래 감사업무에 대한 업무협약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청렴하고 투명한 조직운영을 위해 유관기관 간 상호 협력한다는 의미는 좋지만, 후속조치는 사실상 전무한 협약이 오히려 많다. 이 역시 그간 대표자 그늘에 가려 있던 상임감사의 얼굴 알리기와 패거리 문화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차피 다들 아는 사람들이고 필요한 측면도 있는 만큼 한 번 만나서 얼굴도 보고, 식사도 하면서 친목과 우의를 다지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업무협약이라는 미명 아래 외화내빈 협약서를 만들어 사진 한 번 찍고 팽겨처 두는 것은 시간낭비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x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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