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공급비용 개선방안 공표 후 1년 동안 지지부진
연간 1백억원 수익편차로 투자회피 심화…소비자 편익 뒷짐

[이투뉴스] 연간 1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서울시권역 내 도시가스 5社의 수익편차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후 1년이 되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십수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겨우 가닥을 잡은 서울시의 도시가스 요금체계 개편이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원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자칫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정상적인 행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국 지자체의 도시가스공급비용 조정시즌이 다시 다가오면서 서울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발표한 도시가스공급비용 개선방안이 올해는 제대로 이행될지가 초점이다. 도시가스사 간 수익편차로 투자회피가 심화되면서 서비스와 안전 등 소비자 편익이 훼손되는 걸 인지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도 정작 시행에는 뒷짐을 지는 면피성 행정을 비난하는 분위기다. 적극적인 행정에 대한 기대도 담긴 셈이다. 

서울시권역 5개 도시가스사 간 적정원가 이상의 수익을 얻는 교차보조 문제는 어제오늘의 논쟁거리가 아니다. 도시가스사마다 공급권역 환경이 다름에도 도시가스요금을 산정할 때 개별산정이 아닌 5사의 공급비용을 총평균하는 방식의 단일요금체제로 인한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통한 이익이 아닌 총평균방식에 따른 적정이윤 이상의 편차손익이 발생하면서 사업자간 비용절감과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총평균방식의 요금산정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가 빚어졌다.

문제는 이 같은 수익편차가 안전관리나 서비스 측면의 재투자로 이어져 소비자의 편익으로 되돌아가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신규투자를 외면하는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차보조에 따른 수익편차 등 요금제도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의 시급성을 도시가스 5사와 요금 승인권자인 서울시가 모두 공감하면서 2019년 연구용역이 진행됐다. 서울시의회가 앞장서 환경수자원위원회로부터 850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그해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 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용역을 수행했다. 여기서 회사별 개별요금제 적용, 회사별 공급환경을 고려한 조정계수 도입, 용도별 원가를 반영한 요금조정, 추가수익분에 대한 공동기금 조성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 확보, 회사 간 합의 도출 애로 등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 최종 답안은 기금조성에서 조정계수로, 다시 조정계수에서 별도재원 운영으로 비중이 옮겨졌다. 

별도재원 방식은 교차보조에 따른 초과 수익분을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스템 아래 적정한 수준으로 배분해 손실규모를 일정 수준 보완하는 방안이다. 소비자에게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자체로서는 부담이 적다.

진통 끝에 지난해 6월말 별도재원 관리를 통한 편차손익 조정방안이 서울시권역 도시가스 5사간 합의를 이뤘다. 단계적으로 수익편차를 줄이고, 매년 공급비용을 산정할 때 수익편차 수준을 검토 후 합의를 통해 결정하며, 세부시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보이지 않는 압박과 조율이 힘을 더한 성과다.

이 같은 요금체계 개선은 서울시가 지난해 7월 1일 도시가스요금을 조정하면서 ‘도시가스 소매공급비용 개선방안’을 공표하며 확정 지어졌다. 5개 도시가스회사가 별도의 용역을 통해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한 후 9월 1일부터 시행하며, 경영효율화로 비용 절감이 가능한 비용은 현재의 총평균방식을 유지하고 비용절감이 어려운 배관투자비, 제세공과금 등에 대해서 적정원가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첫해에는 교차수익의 30%를 재원으로 마련한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됐다.

세부 시행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도 발 빠르게 진행됐다. 도시가스 5사가 7500만원을 들여 법무법인 김&장에 용역을 의뢰해 구체적 운영방안과 함께 공급규정 개정에 따른 법적 문제해소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제도개선 공표 후 1년이 지나도 제자리…“소극적 행정” 비난
그러나 이 같은 제도개선은 시행은커녕 해를 넘겨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다. 제도개선에 제동이 걸린 것은 합의이행을 위한 서울 5사 대표자 회의에서 재원출연 시의 배임문제가 제기되면서 서울시의 조례제정이 요구됐고,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해석이 엇갈리면서다.   

공공의 이익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을 경우 조례제정이나 도시가스공급규정 개정을 통해 수익편차 개선을 위한 공동재원 조성이 가능하다는 해석과,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작용은 법률에 근거해야 하며 명시적인 근거가 없는 행정작용은 법률유보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 맞선 것이다.

아울러 박원순 시장에서 오세훈 시장으로 수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진행된 서울시 내부 조직의 변화도 변수로 작용했다. 수익편차 해소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정책 의지를 다지면서 연구용역과 도시가스사 간 합의를 이끌어내며 요금체계 개선에 나섰던 당시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 등 관련부서의 국장·과장·팀장 라인이 모두 바뀌었다. 추진동력에 틈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현재의 총괄원가평균 방식에 따른 요금시스템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데는 모두가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안전관리나 서비스 측면의 신규투자를 외면하게 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노후화된 도시가스 공급시설로, 막대한 재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시와 공급권역 내 도시가스 5사가 처한 경영환경이 제각각이지만 수익편차 부작용 해소를 위한 요금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3월 도시가스공급비용 산정기준을 개정, 조정계수를 통한 차등요금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제도개선의 당위성에 힘을 더한다. 복수의 사업자가 공급하는 수도권 지자체도 상황에 따라 총평균방식 또는 개별사업자별 산정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조정계수 적용에 따른 요금 인상도 승인권자인 지자체가 총공급비용을 통제할 수 있어 전체 수요가가 부담하는 총액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에 그친다. 소비자요금 인상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수익편차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합당한 원가회수를 통해 안전관리와 서비스 부문의 재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꾀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공표하고도 1년 동안 제자리를 맴돈 서울시가 올해는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지, 아니면 책임을 떠넘기는 면피성 행정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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