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
한국은 태양광·풍력에 집중으로 바이오에너지 동력 상실

▲협회 간행물을 들고 설명하는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
▲협회 간행물을 들고 설명하는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

[이투뉴스]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는 국내에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로 “전기·수소차로의 수송용에너지 전환이 늘 순조로울 수는 없다”며 “현실적으로 모든 휘발유차를 한번에 전기·수소차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는 가교연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언뜻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라는 그의 직함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다만 미국은 휘발유에 바이오에탄올을 10% 섞도록 한 E10을 제도화했고, 바이오에탄올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는 원료인 사료용 곡물을 생산하는 농가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발언이다.

김 대표는 “휘발유 소비량과 바이오에탄올 소비량은 비례하기 때문에 E10 정책은 바이오에탄올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휘발유 소비량은 인구에 비례하기 때문에 폭등하거나 급감하지 않는 안정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바이오에탄올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중동발 석유위기 ▶대도시 환경문제 대두 ▶안정적인 가격 ▶소비자 선택권 존중 등 네가지 측면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E10은 미국이 중동발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도입됐다. 현재는 에너지독립정책 일환으로 셰일오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에너지 순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당시만 해도 중동 원유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에너지안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E10이 제정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1980년대 들어서면서 LA 등 대도시에서 환경문제가 크게 대두된 점도 E10 제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산업화로 대도시에서 스모그현상이 일어나자 저탄소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주에서 E10 입법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석유보다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바이오에탄올 도입의 근거가 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유가는 산유국 생산량에 따라 변동폭이 크지만 곡물은 그렇지 않다”며 “E10을 도입함으로써 미국은 휘발유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E10의 도입은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일부 휘발유 사용자들이 E10에서 멈추지 않고 E20, E30, E50, E85 등 규제보다 높은 수준의 바이오에탄올 혼합률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의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은 155억갤런(586만7388킬로리터)에 달하며 이는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비된다.

▲미국 주유소에서는 E10이 쓰인 주유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주유소에서는 E10이 쓰인 주유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GMO 등 농업기술 발전이 탄소저감 도와
“현대농업에서 트랙터 연료, 질소비료 등 석유의 존재는 빠질 수 없는데 바이오에탄올이 탄소저감에 도움이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정확한 지적이지만 문제 없다며 웃었다.

그는 우려에 ‘농업기술의 발달’이라는 답을 던졌다. 과거에는 경유 트랙터로 밭을 갈아 질소 등 유기물질을 허공으로 흘려보내는 일이 빈번했지만 최근에는 농업기술 발달로 탄소배출이 대폭 줄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1990년과 2020년을 비교할 경우 곡물 생산면적은 3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단위생산량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GMO 등의 품종개량을 실시한 덕분이다. 바이오에탄올 공장의 설비가 현대화된 점도 도움이 됐다. 바이오에탄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포집하기 쉬워지고, 포집한 온실가스를 공업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탄소배출권 측면에서 이득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환경성·경제성을 갖추고 있는 바이오에탄올이지만 한가지 발목을 잡는 문제가 있다. 식량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물을 원료로 해 식량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바이오에탄올 도입 초기부터 이어져 온 오랜 논쟁거리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물론 바이오에탄올을 증산하면 원료곡물 가격에 크든 작든 얼마 간의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전세계가 온실가스 감축 행동에 나서면서 바이오에탄올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바이오에탄올 증산은 이상기후, 유가상승, 환율, 중국의 대량구매, 수출제한 등 다양한 곡물 가격인상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며 “기아에 시달리는 빈국의 식량문제는 인류애, 정의, 불평등, 윤리적 관점에서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원료 생산자 불과…한국에 맞는 산업 찾아라”
“혹시 미국곡물협회는 우리나라 바이오에탄올 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기업의 첨병이 아닌가?”하는 기자의 의문에 김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미국 곡물협회는 20여개주의 개별 옥수수협회와 몬산토, 코르테바 등 300개 기업, 바이오에탄올 생산업체 200개가 비즈니스 멤버로 포함된 거대단체다.

그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곡물협회의 인연이 시작된지 50년이나 됐다. 우리나라 축산업계가 막 성장하던 1972년,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를 홍보하기 위해 처음 한국사무소가 설립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 특히 축산업계 기술지원 및 프로젝트 참여 등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미국 농업계 생산여건이 나빠지고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브라질 등과 경쟁해 한국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미국 바이오에탄올 회사 중 한국진출을 계획하는 회사도 전무한 상황”이라고 원료 생산자로서의 입장을 강조했다. 또 “미국은 옥수수, 브라질은 사탕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 듯 각자의 토양에 각자가 추구하는 바이오에탄올 산업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재작년 80만톤의 정부미를 사료용으로 방출했는데, 이처럼 남아도는 쌀을 이용해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석유관리원이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안정성을 입증했으며, 주정공장 등 생산기반도 충실하다는 것이다.

다만 김학수 대표는 “바이오에탄올 시장은 유망하지만 한국은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브라질이 휘발유에 바이오에탄올 혼합을 법제화하고,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2005년 방한했을 당시에는 바이오에탄올 도입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자주 나왔지만 이후 태양광·풍력 발전에 정책지원이 집중되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요즘은 페인트 회사도 농업투자를 하면서 곡물관련 회사로 분류되는 시대”라며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어쨌든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나라”라며 “공인된 탄소저감 수단인 바이오에탄올을 탄소중립 실행계획에 포함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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