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피크 94GW 때 예비력 3GW 빠듯
대형발전기 고장나면 수급대란 우려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이투뉴스] 올여름 전력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폭염과 산업체 수요증가로 전력수요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원전 공백으로 예비력이 전력수급경보 ‘주의’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전력수급 경보 발령은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로 가동원전 3기를 멈춰 세운 채 여름을 났던 2013년이 마지막이었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은 올여름(7월말~8월 중순) 전력수요가 2018년 7월 기록한 기존 역대 최대수요(9247만kW)를 경신해 9400만kW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추가 발전자원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가용가능한 발전기를 모두 동원해도 최대전력 때 예비력이 300만kW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내부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력수급 경보는 공급예비력에 따라 '준비'(550만kW 미만), '관심'(450만kW 미만), '주의'(350만kW 미만), '경계'(250만kW 미만), '심각'(150만kW미만) 등 5단계로 나눠 발령한다. 예비력 300만kW는 화력발전기 출력을 최대로 높여 대응하는 ‘주의’ 단계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 신고리 3,4호기처럼 기당 140만kW 발전기가 고장을 일으키면 단숨에 순환단전을 검토하는 ‘심각’ 단계로 치달을 수 있다.

올여름 전력수급이 이처럼 위중해진 1차 원인은 원전 공백 탓이다. 당국 한 관계자는 “7~8월 전력수급에 기여하기로 했던 원전 2기가 오버홀(전면정비)을 끝내지 못한데다 신고리 원전(4호기) 화재까지 발생해 애초 계획보다 350만kW, 기존 정비‧고장 물량까지 더하면 원전에서만 650만kW의 누수가 생겼다"면서 "원전의 공급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심각한 수급경보 발령은 '최악의 시나리오(Worst case)' 중 하나다. 당국은 올여름 최대전력 때 공급능력이 9700만kW에 머물 것으로 보고 석탄화력 감축정책에 따라 폐지한 삼천포 1,2호기와 보령 1,2호기를 재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급능력은 발전기 가운데 고장 ·정비로 당장 가동이 어려운 설비를 제외한 나머지 발전기들의 실질 공급가능량에 태양광‧풍력 설비의 피크기여도를 더해 산정한다.

▲전력수급 경보 단계
▲전력수급 경보 단계

올여름 예상 최대 전력수요는 기준전망 시 9100만kW, 상한전망 시 9400만kW 내외다. 기준전망은 최근 30년간 전력피크 발생 직전 72시간의 평균기온 중 상위 10년 평균을, 상한전망은 상위 3년 평균기온을 적용해 예측한다. 당국의 예비력 추가확보 조치가 성과를 내고 폭염의 기세가 예상보다 약할 경우 최대전력은 기준전망에 가깝게, 예비력은 수급경보 이상 수준으로 확보될 수 있다.

지난달말 기준 국내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원전 2325만kW, 석탄화력 3578만kW, LNG 4117만kW, 양수 470만kW, 신재생 2205만kW 등 1억2962만kW(129GW)에 달한다. 다만 설비용량과 전력피크 때 실제 동원가능한 공급능력의 격차는 크다. 태양광은 경우 냉방수요가 몰리는 낮 2~3시 피크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로 여름철 전력수급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나 일몰시간 이후는 양수발전 등의 대체 공급력을 필요로 한다.

연도별 30MW이상 재생에너지 발전소 준공 예정 물량은 올해 633MW, 내년 686MW, 2023년 2447MW 등 2027년까지 1152만kW에 이른다. 같은기간 추가 준공 예정인 원전은 신고리 5,6호기 등 560만kW, 석탄화력은 강릉안인 등 730만kW, LNG는 여주복합 등 476만kW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로 기존 화력을 대체하는 탄소중립시대의 장기수급계획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국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유연성을 확보하려면 결국 수소와 저장장치가 필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의 전제조건은 송전망 투자"라면서 "바이든정부가 300조원을 송전망에 투자하고 일본도 모든 송전망을 복선화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달 2일 개최예정인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올여름 전력수급 전망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력거래소와 한전 등 전력당국은 빠듯한 전력수급 상황을 감안해 내달 5일부터 9월 중순까지 유관기관과 전력수급 종합상황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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