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20달러까지 하락했다 최근 75달러로 재상승
골드만삭스·에경硏 “80달러 수준에서 머무는데 그칠 것“

[이투뉴스]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때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던 유가가 이전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 이달 1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이후 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따라 오르면서 국제유가가 무서운 상승세를 그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유가상승이 연말까지 그치지 않고 100달러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올 1월 50달러 중반이었던 국제유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지난달 60달러 후반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1일 OPEC+가 감산쿼터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데 합의하면서 석유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2019년 4월 이후 2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해 70달러를 넘어섰다.

24일 기준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75.56달러,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73.30달러, 두바이유 73.73달러를 기록했다. 한때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지난해 4월 20일과 비교하면 브렌트유는 49.99달러, WTI는 110.93달러, 두바이유는 52.26달러 인상된 것이다.

OPEC+의 감산쿼터 완화는 전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석유수요가 증가하고 재고는 감소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OPEC+는 석유시장의 펀더멘탈이 강화돼 성장률, 기대이익 등 내재가치가 오르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같은 호전망에도 OPEC+는 인도와 일본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및 미국과 이란의 핵협정 관련 논의가 타결 등 요인에 따라 감산쿼터 완화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는 감산완화 합의 결정을 두고 “OPEC+ 전문가들은 7월까지 세계 석유재고가 2015~2019년 평균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며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더욱 상승하고 궁극적으로 OPEC+의 산유량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2019년 4월 이후 국제유가 추이.
▲2019년 4월 이후 국제유가 추이.

재밌는 것은 이같은 국제유가 회복세가 올해 초 투자은행의 예측을 크게 벗어난 일이라는 사실이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하반기 이후에  65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으나 시장이 회복되는 속도가 투자은행의 예상을 웃돌아 세 유종 모두 5월에 이미 65달러에 기록했다. 에너지 정보제공업체 S&P글로벌플래츠는 한술 더 떠 연말 50달러 도달을 점치기도 했다.

올들어 주요 기관의 석유수요 회복 전망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백신접종이 시작되면 국제유가는 서서히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유가 상승속도가 더 빨라진 결정적인 요인은 2월 미국 텍사스를 덮친 한파였다. 텍사스 원유생산 및 석유정제 시설 가동이 멈추면서 유가상승이 더욱 가파른 모습을 보였다.

4월 일본, 인도 등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리비아 수출 재기 및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경발언을 꺼내면서 유가는 일견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5, 6월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개선, 유럽 방역조치 완화 등으로 유가가 다시 상승해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될수록 수요는 늘어나리라는 계산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미국 현충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드라이빙 시즌 역시 유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이동성지표는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개선돼 팬데믹 이전 대비 84%까지 따라잡았다.

석유 수요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수급불균형이 일어나 유가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BofA는 "강력한 글로벌 원유수요 회복이 향후 18개월 동안 공급 증가를 앞지르고 재고를 고갈시켜 유가상승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BofA는 내년 향후 6분기 동안 일일 90만배럴의 원유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내년 브렌트유 전망을 기존 60달러에서 75달러로 조정했다. 산유국들이 감산을 유지할 경우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견에는 에너지무역회사 비톨과 머큐리아 등도 함께 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올해 여름 유가가 8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100달러까지 상승할 확률은 10%”라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도현재 박사 역시 “국제유가가 회복되고 있지만 100달러까지 오르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석유수요 회복에도 국제유가는 70~80달러 수준에서 머무는데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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