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빌 게이츠의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읽던 중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기술, 정책, 시장이 서로 보완하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정부가 이 세 요소를 동시에 초점을 맞출 때, 혁신을 장려하고 기업을 자극해 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선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룬 사례가 많다. 독일은 1990년대 발전한 태양광기술을 바탕으로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태양광으로 전력을 초과 생산하는 모든 기업에게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통해 비용을 지급한 결과 유럽 재생에너지 시장을 이끄는 국가가 됐다. 중국 역시 패널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도록 정책을 내고, 시장을 활성화한 결과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값이 크게 떨어졌으며, 세계 태양광시장의 핵심으로 발돋움 했다.

덴마크는 1970년대부터 풍력산업을 촉진시키기 위해 많은 정책을 수립했으며, 신재생에너지와 연관된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FIT, 탄소세와 연계했다. 풍력터빈 생산비용이 낮아지면서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값은 크게 떨어졌다. 현재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터빈 수출국 중 하나다.

그에 비해 국내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기술, 시장과 조화롭게 적용된 사례는 유감스럽게도 보질 못했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외치며 청사진을 냈지만 현장에서는 국내 시장이 탄탄하지 못해 걱정이라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기술은 국내와 해외에서 인정 받고 있지만 정책과 시장은 서로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탄소인증제 같이 국내 태양광산업 강화와 보호를 목적으로 낸 정책은 탁상행정과 특정업체 살리기라는 지적과 함께 사업자들에게 1년 내내 비판 받고 있다. 업계는 최근 행정예고된 REC가중치 개편을 두고 "대기업과 공기업은 키우고, 중소사업자는 사업성이 떨어져 시장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국내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해상풍력단지를 찾아가고, 원스톱숍 법안도 발의했지만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준비물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여전히 갈팡질팡 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책을 통해 넷제로를 추구하기 위해선 기술, 정책, 시장을 모두 잡는 일석삼조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값싸게 공급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를 성공한 국가들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지만 몇년 동안 이 세 가지가 서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일석삼조는커녕 셋 중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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