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재원조달 방안 등 핵심계획 대부분 빈수레
“늘 나오던 얘기 재탕, 언제까지 구호에 그칠건가” 질타

[이투뉴스] “이번에 나온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보면 이전부터 거론되는 내용의 반복일 뿐이다. 물론 구체적인 방법론에선 이전보다 조금 더 다듬어졌다. 하지만 법률 제정, 재원조달 방안, 구체적인 실행전략 등 핵심은 다 미뤄졌거나 알맹이가 없다. 이번에도 구호만 요란했다.”

“겉만 번지르르한 이유는 핵심내용에 대해 부처 간은 고사하고, 산업부 내부에서조차 여전히 제대로 된 조율이 안됐기 때문이다. 전력과 가스, 신재생 등 여타 에너지원을 맡고 있는 부서에서는 ‘분산에너지 늘리자는 취지는 알겠는데, 법까지 따로 만들면서 요란을 필 일이냐’는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달 말 산업부가 내놓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에 대해 관련 전문가 및 에너지업계가 내놓은 평가다. 추진배경부터 비전 및 정책방향, 기대효과까지 장밋빛 전망을 나열해 놨지만, 이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디테일은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핵심부분은 여전히 낙제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비전 및 정책과제, 이전과 대동소이
먼저 분산형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는다면서 추진전략으로 슬그머니 바꿨다. 로드맵이나 추진전략이나 말장난일 뿐 사실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배경도 없다. 처음에는 지난해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연말로, 다시 올해 3월, 결국은 6월 마지막 날이 돼서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과 묶어 허겁지겁 발표했다.

내용은 작년 11월 온라인 설명회에서 공개한 초안에 비해 VPP를 가상발전소에서 통합발전소로 명칭을 바꾼 것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추진배경과 문제점을 비롯해 분산에너지에 대한 정의와 범위, 주요 선진국의 도입사례, 비전 및 정책방향 등도 대동소이하다.

정책과제 역시 ▶전력계통의 관리·수요 능력 강화를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 완화 ▶에너지 생산·소비의 분산화 확대를 위한 유인체계 마련 ▶분산에너지 전력시장 참여를 위한 시장·제도 개선으로 순서만 일부 바꿨을 뿐 기존에 논의됐던 내용과 같다. 세부적으로 공공주도 ESS 구축 및 에너지 섹터커플링(전기→열, 전기→가스 전환)을 통한 잉여전력 해소도 동일하고, 에너지 수퍼스테이션을 통한 자가발전 충전인프라 구축만 새로 들어갔다.

송배전 편익과 변동성 편익 등을 지원하는 제도와 수도권 신규수요를 지역으로 분산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내용도 그대로다. 재생에너지 연계형 ESS에 계통안정화 편익을, 열병합발전을 통한 지역난방에 송배전망 회피편익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집단에너지사업자 지원방식을 전력판매량과 투자회피 규모, 발전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내용만이 추가됐을 뿐이다.

재생에너지를 조정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실시간 입찰 등 분산에너지 친화적인 시장제도로의 개편하겠다는 약속도 여전하다. 통합발전소 지원제도를 비롯해 지역 배전망운영자(DSO) 도입, 지역별 송배전 이용요금제 개편 등도 추진하겠다고는 밝혔지만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아리송하다.

◆전력기금 사용 등 내부이견으로 허송세월
디테일은 진전이 있었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은 핵심요소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과 분산편익 지원제도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 예산확보 등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분산에너지 확산을 이끌 특별법 제정 필요성과 함께 분산에너지 사용의무화 및 특구 지정 등 법안내용을 처음으로 밝혔지만 전체적으로 추진시기가 밀리면서 의미가 크게 훼손됐다.

산업부는 분산에너지법 제정을 위해 이종영 중앙대 교수에게 용역을 맡겨 지난해 이미 초안을 만든 바 있다. 또 입법은 산업委 소속의 김성환 의원실을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진즉 마련했다. 정부입법보다는 의원실을 통한 국회(청부)입법이 더 용이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닥쳐선 미적거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전기사업법과 신재생에너지법, 집단에너지사업법 등 각각의 개별법이 있는 상황에서 이것저것 끌어다 분산에너지법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뒷말이 나오는 등 갈수록 추진동력을 잃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산업부 내부를 들여다보면 분산에너지 활성화 전략을 주도한 분산에너지과는 집단에너지 분야를 제외하고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다. 전력·가스·신재생을 관장하는 부서가 실질적인 법과 예산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권한을 쉽사리 넘겨줄리 없는 실정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선 특별법 마련이 필요했지만, 이 역시 탐탁찮게 생각하는 세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재원마련에서도 한 치를 못 나갔다. 과거 산업부는 전력수급계획 등을 통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분산편익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밝혔다. 또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 초안에서도 전력기금을 활용하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전력기반기금 사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해 활용여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심지어 아직 조성도  되지 않은 기후기금(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으로 마련)을 써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보니 모든 실행계획이 턱없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당장 법률 제정부터 올해에서 내년으로 늦춰졌고, 분산에너지 편익 지원제도 도입은 2024년까지 도입한다는 중기계획으로 변질됐다. 나머지 분산에너지 친화적 제도개선 역시 2024년 이후로 미뤄진 것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전력당국 및 신재생 부서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유야무야 될 개연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전략 마련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분산전원으로 갈 수밖에 없고,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할을 했지만, 한지붕 밑에서조차 권한을 내려놓지 않아 제도화 및 실행전략을 공고히 하는 데는 결국 실패”라고 분석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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