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모두가 겉으로는 분산에너지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기본적인 특별법 제정마저 올해도 물건너 가고 정부 의지도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안에서조차 분산에너지를 전담하는 조직이 기득권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 분산에너지 육성을 둘러싸고 부서간 칸막이가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말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과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 등을 심의했다. 말은 분산에너지 추진전략이라고 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존 정책방향보다 오히려 후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뼈아픈 지적이다.

화석연료 기반의 중앙집중형 에너지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앞으로 가야할 방향. 이런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막상 각론에 들어가면 각자 맡은 바 업무에 따라 기득권을 포기하거나 넘겨주지 않으려는 벽 때문에 실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2021년 6월말까지는 분산에너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수요지 인근에서 저탄소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 거래하는 선진국형 분산에너지 체계를 구축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에너지위원회에서 심의된 내용을 보면 분산에너지 로드맵이라는 다소 거창했던 이름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 전략’이라는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명칭뿐 아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의지는 사라지고 또 다시 내년까지 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분산에너지 편익 지원제도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과 예산확보 등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분산에너지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력과 가스, 재생에너지를 관장하는 부서와 밀접하게 논의하고 업무영역을 넘어서는 조정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어느 부서도 기존의 권한을 양보하려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법 제정이 늦어짐은 물론 부수적으로 분산에너지 편익 지원제도 도입 역시 3년 후인 2024년으로 미뤄지는 중기계획으로 전환되고 말았다. 

이번 분산에너지 산업 육성방안 논의과정을 지켜보면 산업부 자체에서도 과연 부서간 통합과 조정능력이 있느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산업부 안에 컨트롤 타워가 있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누구나 공감하는 정책방향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피하는 꼴이 되고 있는 분산에너지 대책에 산업부의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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