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GW 이상 공급력 확충에 활용 불투명
기준 부합해도 여론의식한 정부 미온적

▲문승욱 산업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10일 전력관제센터를 방문해 수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10일 전력관제센터를 방문해 수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투뉴스] 폭염과 산업체 조업증가로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값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시간에 가동해 불필요한 발전소 건설을 억제하는 수요 감축자원(DR, 4.6GW)은 2018년 이후 3년째 '대기상태'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전력당국과 DR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전력수요가 예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달 중순 전력수요관리사업자들과 비대면 간담회를 갖고 "올해는 DR 활용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관리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정비나 고장으로 멈춰선 원전 3기 2.1GW(신월성 1호기 1GW, 월성 3호기 0.7GW, 신고리 4호기 1.4GW)가 18~21일 사이 재가동을 시작했고 이날부터 태안IGCC(320MW)까지 발전을 재개하면서 올해도 신뢰성DR 활용은 불투명한 상태다.

전력수급 대책기간 전체 공급력이 100GW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DR가동을 순환정전 직전의 비상상태로 인식하는 외부 시선을 의식해 정부가 기준에 부합해도 감축지시 발령을 매번 주저해 왔기 때문이다.

신뢰성DR은 '예비력이 5.5GW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 전력거래소가 30개 수요관리사업자에 요청해 동원하는 4.6GW규모 감축자원을 말한다. 실제 전력을 생산하지는 않지만, '아낀전기'로 수급에 기여하고 그에 상응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현재 수요관리사업자들과 사전에 계약을 맺은 공장 등 사업장은 전국 5154곳에 달한다. 이들 사업장은 당국의 감축요청이 내려질 경우 조업조정이나 냉·난방기 조절, 자가발전기 운전 등으로 일시적으로 치솟은 피크수요를 낮춰 가상의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하루 2회, 회당 최대 4시간까지 원전 4기 이상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예비력이 10GW 이하일 경우 발령이 가능했던 2018년 겨울에 마지막으로 활용된 이후 발령기준이 '예비력 5.5GW 미만 예상'으로 바뀌면서 현재까지 대기상태만 유지하고 있다.

전력시장은 이들 자원을 상시 유지·운영하기 위해 용량요금과 실적정산금 지급 등에 한 해 2000억원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수요자원시장 운영 개요도
▲수요자원시장 운영 개요도

DR업계는 수요감축 이행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당국이 기준대로 신뢰성DR을 적극 활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한 수요관리사업자 대표는 "(감축)이행률이 100% 수준이다. 산업부 간담회 때도 기준대로 발령해 달라고 했다.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공장가동률이 높은데다 원래 계약량보다 소비량이 많아 감축여력은 충분하다"면서 "다만 대기업 에너지다소비 공장과 중소영세사업장들의 사정은 달라 규모가 작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이행이 어려운 측면은 있다"고 부연했다.

수요자원시장에 관여해 온 한 당국자는 "DR은 전력수급계획에도 반영하고 입찰에도 참여시켜 보상하는 엄연한 자원"이라며 "기준에 따라 감축해 전체 시장 효율을 높이는데 정부가 여론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 전력 전문가는 "전력피크 때 잠깐 빠듯한 공급력을 놓고 정전이 발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평소 예비율은 40~50%에 달해 가동을 하지 못하는 발전소들이 더 많고, 이는 전부 투자효율과 관계가 있다"면서 "전력저장도 가능하지만 워낙 비용이 높아 가능한 한 수요보다 다소 여유있게 공급력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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