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난 화성열병합, 국내 최초로 고정자·회전자 재권선공사 마쳐
중소기업과 협업 통해 발전기 진단·정비·보수 기술 업그레이드

▲동탄열병합발전소 발전기 내부에서 용접을 이용해 새로 교체한 고정자 권선 상하부를 연결하는 모습.
▲화성열병합발전소 발전기 내부에서 한 작업자가 고정자 권선 연결부위를 해체하는 모습.

[이투뉴스] 우리나라가 F35와 같은 최첨단 전투기를 사오더라도 정비와 보수는 이를 만든 미국의 제작사가 담당한다. 심지어 주요 부품의 경우 아예 봉인을 해놔, 뜯어볼 수조차 없는 등 갑질이 만연하다. 전투기나 비행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아직 우리 기술로 만들 수 없거나, 국산화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못한 가스터빈 및 발전기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정비나 보수를 위해선 외국 기술진이 직접 와야 하고, 부품 역시 전부 수입해야 한다. 초기 제품가격 및 설치비용보다 유지보수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 내고 대형 발전기 3대를 동시에 해체, 고정자 권선(구리선을 수 십 가닥씩 꼬아 직사각형의 막대 형태로 만든 대형 코일)을 비롯해 회전자까지 싹 뜯어 고친 발전소가 있어 화제다. 부품은 비록 사왔지만, 사실상 우리 기술로 발전기를 새로 만든 셈이다. 소형 발전기 하나씩의 재권선 공사는 심심찮게 이뤄졌지만, 대형 발전기 3대를 동시에 수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단순 재권선 작업이 아닌 ‘진단→해체→점검→부품철거→제품교체→성능검증→재조립’이라는 전 과정을 공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모아 완벽한 우리 기술로 해냈다.

◆전면 해체수리 안 했으면 향후 큰 문제
한국지역난방공사 화성열병합발전소의 발전기 재권선 공사는 시작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1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데다 발전용량이 512MW(가스터빈 161MW×2기, 스팀터빈 190MW)로 규모가 큰 발전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 있는 열병합발전소로 지역난방 공급차질을 빚어선 안되고, 인근의 대량수요처(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 전력수급에도 기여하는 바가 커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의 방전으로 절연재가 모두 타서 백화현상을 보이는 고정자 권선.
▲오랫동안의 방전으로 절연재가 모두 타서 백화현상을 보이는 고정자 권선.

여기에 고쳐서 쓰면 되지, 경험도 부족한 우리가 권선 전체를 새것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도 한난 내부에선 논란거리로 작용했다. 경영진을 설득하는 과정은 결국 발전기에 대한 진단기술을 크게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발전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데도 불구 방전 상황이나 횟수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교체가 바람직하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실제 뜯어 본 결과 권선 곳곳의 단열재가 벗겨지고 열화 및 백화 현상이 발견돼 이번에 교체하지 않았으면 더 큰 문제(발전기 가동중단, 화재 등)로 번질 수 있다는 진단결과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공사 과정에서 믿을 수 있는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불구 중소기업에 문호를 개방한 것도 모험의 연속이었다. 단순한 비용절감 차원이 아닌 제대로 된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선 참여기회를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을 경영진이 수용한 것이다. 입찰결과 발전설비 정비·진단 전문업체인 젠텍엔지니어링이 전체 공사를 따냈다. 젠텍은 대표가 현장에서 진두지휘, 연인원 5000명을 동원해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하고 정해진 일정도 지켜냈다. 공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서 노하우를 얻은 기술축적의 마중물이 된 셈이다.

발전기 3기의 고정자 및 회전자 전체에 대한 교체 수준의 공사에 나선 것은 국내에선 최초다. 발전기마다 8미터가 넘는 고정자 권선 144개를 모두 뜯어내 관통볼트, 절연체까지 모두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 또 영구자석 역할을 하는 고정자 역시 인출, 권선 및 절연체를 교체하는 대수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난공사도 많았다. 제작사가 발전소 천장을 뜯어 발전기를 들어내야 한다는 진단에도 한난과 젠텍은 200톤이 넘는 발전기를 80Cm 가량 들어 올리는 리프팅장치를 개발해 비용과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또 제작 및 이송 시간 등으로 인해 납품불가 통보를 받은 발전기 부속품을 철저한 재질, 특성 비교를 통해 국산제품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해외제작사와 대등한 기술노하우 습득
화성열병합은 한난이 대형발전소를 직접 짓고, 가동에 나선 첫 작품이다. 이를 시작으로 파주, 판교, 삼송, 광교, 동탄, 양산, 청주, 대구 등에도 독자 열병합발전소 운영 및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 만큼 화성열병합은 과거 공사 직원의 뜨거운 관심 아래 발전소 건설공사를 진행했다. 이번 재권선 공사도 다시 한 번 화성지사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본사 임원 및 간부진을 비롯해 비슷한 유형의 발전기가 설치된 지사 등 많은 임직원이 견학을 통해 소중한 현장경험을 공유한 것이다.

▲용접을 이용해 새로 교체한 고정자 권선 상하부를 연결하는 모습.
▲용접을 이용해 새로 교체한 고정자 권선 상하부를 연결하는 모습.

2007년 준공, 14년 된 발전기가 고정자 권선의 방전 등으로 전면교체가 이뤄진 것은 드문 경우다. MHPS(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 계열사인 미쓰비시일렉트릭이 만든 발전기가 설치됐지만 방전 수치 증가 및 잦은 정비에도 문제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제품 자체의 내구성 부족과 함께 극악의 운전조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철에는 전력+열 생산을 위해, 여름철에도 전력피크 완화를 위해 가동시간이 긴 것은 물론 빈번한 가동 및 운전정지가 설비수명을 단축시켰다. 하루에 두 번 기동을 한 적도 꽤 있을 정도였다.

코로나19라는 복병도 공사를 힘들게 한 요인이다. 공사는 정기보수 시기에 맞춰 재권선 공사를 진행한 만큼 출입자 발열체크를 비롯해 자가진단키트를 현장에 배치, 철저한 안전관리를 꾀했다. 여기에 지사장이 직접 매일 2회 현장을 순시함과 더불어 한 번만 실수해도 공사에서 배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캠페인으로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한난, 시공사, 제작사 간 대면회의가 어려워 화상채팅을 최대한 활용한 것도 눈에 띤다.

한난은 발전기 3기 동시 재권선 공사경험이라는 자산을 제대로 공유, 전파하기 위해 동영상 및 백서 제작에도 나섰다. 자신들만의 노하우 축적이 아닌 집단에너지는 물론 발전 분야 전체가 필요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황창화 사장이 한국집단에너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다 “집단에너지업계의 맏형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CEO의 지론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빠짐없이 현장을 두 세 번씩 찾아 진행상황 체크 및 안전예방 활동을 펼친 이상진 한난 화성지사장은 “발전기의 A에서 Z까지 다 해본 것으로, 사실상 발전기를 새로 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공사 난이도를 설명했다. 또 지역난방 안정공급은 물론 여름철 전력성수기 이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국가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아직 발전부문은 해외제작사가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난과 중소기업이 협업을 통해 앞으로는 전략적 협상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의 반대와 견제를 뚫고 발전기 분야에 있어선 대등한 수준까지 기술노하우를 끌어 올린 만큼 국내에서 필요한 업체가 있으면 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들이 발전기 내부에 있는 회전자를 인출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들이 발전기 내부에 있는 회전자를 인출하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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