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굿위, 현대는 친트, 효성은 화웨이産 판매
"국산모듈 쓰라더니 중국산 끼워팔아 시장교란"

▲한화, 현대, 효성 등의 국내 대기업들은 중국산 인버터를 들여와 국산인 것처럼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태양광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시공사 엔지니어들과 전기안전공사 관계자가 인버터(전력변환장치) 설치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한화, 현대, 효성 등의 국내 대기업들은 중국산 인버터를 들여와 국산인 것처럼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태양광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시공사 엔지니어들과 전기안전공사 관계자가 인버터(전력변환장치) 설치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이투뉴스] “국산을 사달라며 탄소인증제 같은 제도를 만들게 하더니, 정작 자기들은 중국산 인버터(전력변환장치)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국산으로 둔갑시킨 후 모듈과 끼워팔기를 하네요. 대기업들이 이렇게 이율배반적이고 양심불량이어도 되나요?”

한화‧현대‧효성과 같은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산 인버터를 들여와 국산인 것처럼 대량 유통‧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렇게 수년째 ‘짝퉁국산’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지만, 정부는 실태파악은 물론 형식적인 인증심사로 이들의 행위를 방조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산 인버터를 국산처럼 시장에 유통한 기업은 공교롭게 국내에서 직접 국산 태양광모듈이나 전력변환설비를 생산‧공급해 온 대기업들이다.

우선 한화는 중국 인버터 메이커인 굿위(Goodwe)사(社) 제품을 ODM(Original Development & Design Manufacturing) 방식으로 수입한 뒤 여기에 자사 명판을 달아 국내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국내에는 별도 인버터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굿위 제품은 종합상사인 GS글로벌도 취급하고 있지만, 단순유통 판매여서 한화와는 사정이 다르다.

EPC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는 자사 모듈을 쓰려면 인버터도 자사 것(중국산)을 쓰란 식으로 대놓고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며 “고객입장에선 그 제품이 한화가 만든 국산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 유통채널로 그들과 경쟁하는 기업들도 당황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상대방에게 자사상품이나 용역을 공급하며 다른 상품(용역)을 구입하도록 하는 소위 '끼워팔기'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1세대 태양광기업인 현대도 마찬가지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친트사(社) 인버터를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방식으로 들여와 일부부품을 조립하거나 외함(케이스)만 바꾸는 식으로 팔고 있다. 이들 제품은 고객사에 ‘현대제품', '국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업계는 이렇게 3년째 유통된 친트 인버터만 소용량 기준 연간 500MW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현대는 기존에 중대형 인버터를 만든다며 한국에 공장 구색은 갖추고 있으나 지금은 친트 제품·기술을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는 SMA나 헝가리, 미국 등의 해외 유수 인버터기업 기술을 토대로 제품 상용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중대형인버터 생산라인을 보유한 효성도 한때 중국 화웨이 인버터를 그대로 들여와 국내시장에 유통시켰으나 작년말로 계약이 종료되면서 현재는 화웨이가 직접 다수 유통채널을 통해 직접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국내에서 전력‧에너지‧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며 정부로부터 다양한 국산화 지원정책이나 R&D(연구개발) 예산 혜택을 받아왔다. 특히 한화와 현대는 탄소인증제 같은 국산품 우대 정책의 수혜를 직‧간접적으로 본 기업들이다.

산업계는 대기업들의 이같은 '짝퉁국산'이 진짜 국산품의 사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대기업 EPC사 관계자는 “모듈은 중국산 아닌 국산을 써야한다는 대기업들이 정작 자신은 중국 인버터를 들여와 유통마진만 챙기고 국내 산업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소위 끼워팔기 과정에 가격을 부풀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거품이 전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라면 경쟁력 높은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직접 기술개발에 뛰어들어야지, 앞에선 탄소인증제니 국산화니 하면서 모듈가격만 올리고, 뒤에선 철저하게 자사이윤만 챙기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것이 우리 대기업들의 민낯”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은 더 무겁다. 유통업계는 관련 인증‧심사업무를 수행하는 에너지공단 등의 정부기관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현지 심사애로를 명분으로 대기업들의 짝퉁 국산 판매 행위를 묵인하고 있거나 최소한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유통사 대표는 “산업부나 공단은 원산지 증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라벨은 어떻게 표기하고 있는지 관심도 없다”면서 “진짜 국산 중소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허덕이는데, 대기업들은 중국산을 국산으로 팔고 AS도 하도급업체로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설픈 국산화 우대정책이 시장왜곡을 부추기고 되레 재생에너지 그리드패러티를 요원하고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엔지니어링기업의 C 대표는 “중국기업이나 세계시장을 상대로 품질, 성능, 가격으로 상대할 국내기업이 정말 있냐"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은이 시장을 보호하겠다며 설익은 정책을 펴봐야 오히려 전체 사업비를 높여 태양광 LCOE(균등화발전원가) 하락만 방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탄소인증제를 강행해 2~3개사는 혜택을 봤겠지만, 국산가격 인상에 맞춰 외산도 고가전략을 펴 국가 전체사업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국산화는 소재·부품·장비처럼 반드시 해야하거나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로 한정해야 한다. 연료전지나 풍력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C 대표는 "중소사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국산을 쓰고도 생사기로에 놓여 있고, 발전공기업들은 맘대로 외산을 쓰며 안정적인 대형사업을 유지하는 게 현 정부가 원하는 국산화 정책의 결과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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