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社 6천억원 발전사업 신청 9월 재논의
기존 출력제한 발전사업자 "無대책" 분통

▲제주에너지공사 가시리 풍력·태양광 발전단지
▲제주에너지공사 가시리 풍력·태양광 발전단지

[이투뉴스] 재생에너지 출력제한(Curtailment)을 놓고 발전사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제주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100MW급 초대형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사업자가 등장해 산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연료전지는 발전과정에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데다 출력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電源)이어서 제주에 설치될 경우 그 양만큼 전력계통 상황을 악화시키고 재생에너지 출력제한량만 늘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기위원회에 따르면 특수목적법인(SPC)인 J사는 이달 23일 개최된 255차 전기위원회에 사업비 6000억원, 설비용량 100MW규모의 ‘제주 그린에너지 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 신청을 냈다. 한전 제주 금악변전소(HVDC초전도센터)에서 100여m 떨어진 부지에 2023년까지 대규모 연료전지를 설치해 현지 발전사업을 영위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료는 2019년말 완공된 가스공사 애월LNG기지와 연결된 인근 배관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제주내 전체 발전설비는 육지와의 직류연계선(HVDC) 400MW를 포함해 2000MW 남짓이다. 기존 LNG복합과 내연발전이 890MW로 가장 많고 뒤이어 태양광‧풍력이 720MW를 차지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아직 설치돼 있지 않다. 제주도가 카본프리섬(CFI) 기본계획을 세우던 2015년 당시 한 대기업 계열사에 의해 ‘2030년 400~500MW 사업계획’이 추진된 적은 있으나 현실성이 낮고 전력당국까지 반대 입장을 내면서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이번 100MW 제주 그린에너지 발전사업 허가안의 경우 전기위 사무국이 기본적인 허가기준을 충족한 일괄안건으로 분류했을 만큼 SPC구성과 재무조달, 발전사업 운영계획이 구체적이었다. 통상 일괄안건은 참여 위원들이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는 한 원안대로 허가가 떨어진다. 다만 이번에는 일부 위원이 제주지역내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빈발과 불안정한 계통여건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차기 위원회에서 재심의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내달 10일 예정된 256차 위원회까지 이에 대한 전력거래소‧한전‧제주도 의견을 취합해 들어보고, 제주도가 별도 제기한 LNG개질 시 CO₂ 문제에 대해서도 사업자 대책을 보고받기로 했다. 이번 사업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유보적인 입장을, 전력거래소와 제주도 측은 전력계통 운영과 탄소배출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기위 사무국 관계자는 “안건 논의 시 연료전지 설치로 인한 출력제약 문제가 많이 다뤄졌고, 그래서 한 번 더 계통이라든지 제주도만의 특수한 상황을 확인하고 심사를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면서 “전기위는 주민수용성, 사업이행능력, 계통상의 문제 등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어 그에 따른 여러 우려에 대해 관계기관 의견을 듣고 다시 심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전사업 허가심의가 한차례 늦춰졌을 뿐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산업부와 전기위원회는 정부가 연료전지 발전사업허가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작년 한때 관련 허가심의를 일시 중단했다. 하지만 연료전지 제조사들과 사업자들의 민원에 떼밀려 사업준비기간 4년을 충족하고 연료전지 주기기공급사의 공급의향서를 확보한 사업은 허가를 재개하기로 방침을 정해 최근까지 수십MW단위 대용량 연료전지 발전사업 허가를 지속 내주고 있다.

느닷없는 제주내 초대형 연료전지 발전사업 추진 소식에 가뜩이나 출력제한으로 울상인 재생에너지업계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지난해 77회, 연간발전량의 3.4%까지 출력제한 조치를 당한 풍력업계다. 올해 상반기까지 제주내 풍력 누적 출력제한 조치 는 54회에 달한다. 이대로 가면 올해도 역대 최대 기록이 나올 판이다. 태양광 역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소유에 한해 출력제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어 민간사로의 확대 적용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 풍력사업자는 “4월까지만해도 육지로의 HVDC 역송 등으로 출력제한을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몇 차례 시험한 뒤로는 전면 중단됐다”면서 “연료전지가 만약 (제주로)들어온다면 적어도 이런 상황은 알아야하고, 그 책임도 자신들 몫”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자는 “신에너지의 경우 해외서는 (재생에너지로)쳐주지도 않는데, 출력제한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겠다는 것이냐”라면서 “20년 이상 장기 풍력사업을 하면서 최소한의 기준이나 보상기준도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대표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제주에 재생가능에너지도 아니고 경제적이지도 않은 연료전지를 설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출력제어가 불가능한 설비를 허가해 향후 발생할 보상비용과 계통의 불안정성 등 모든 책임은 모두 산업부와 전기위원회가 져야한다. 연료전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제도설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당국과 전문가들의 견해도 우호적이지 않다. 제주 전력계통 운영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제주는 계통규모가 작아 대형발전설비보다 작지만 변동성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설비가 필요하며, 그런측면에서 제주복합화력처럼 기동특성이 좋지 않은 설비보다 소용량 가스터빈이 더 필요하다"면서 "중유설비도 분당 출력조절능력이 4~5MW 수준이다. 이보다 변동성이 떨어지는 설비는 들어오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추가 설치도 수요를 추가를 만들든지, HVDC로 역송을 하든지 어려운 상황인데, 연료전지를 설치한다는 건 사익만 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자기집이라면 그렇게 하겠냐"고 반문했다. 민간 에너지정책 전문가는 "기존 연료전지도 애물단지인데 오로지 돈을 들여 새로 설치하고 보조금만 받는데 혈안"이라며 "정부도 수소운운하면서 한쪽에선 보급량만 늘리고 다른쪽에선 계통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2,3차관을 만들어봐야 칸막이만 높아지고 넷제로는 더욱 요원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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