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요즘 ESG 열풍이 불고 있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투자자의 관점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6년 발족해 2021년 현재 운용자산 12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382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은 그 첫번째 원칙으로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를 통합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전통적인 투자 결정과정이 재무분석에 치중한 데 반해 ESG라는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GSI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세계 ESG투자 규모는 35조3000억달러로 2016년 말 대비 56%가 증가했다. 세계 최대의 투자자인 BlackRock도 ESG투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은행과 보험도 ESG 요소를 적극 고려하는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제 금융계를 벗어나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전경련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경련 산하 500대 기업 중 ESG 위원회를 설치했거나 조만간 설치하겠다는 기업이 46%에 달하고 ESG 전담조직의 경우는 54%에 이르고 있다. 나아가 임원 보수 결정에 ESG성과를 반영한다거나 RE100이나 EV100같은 친환경 이니셔티브에도 적극 참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기업이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ESG 경영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말과 행동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금융이나 산업이나 이윤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한, 표면적으로는 ESG를 내세우면서 돈만 된다면 반사회적 반환경적 행위를 저지를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적 사회적 가치 창출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을 ESG-washing이라고 한다. 이러한 ESG-washing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독일 Volkswagen사의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ExxonMobil의 기후변화 부인 조직 후원, Kimberly Clark의 ‘Pure and Natural’ 기저귀 등 비일비재하다. 금융계도 예외가 아니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미국 최대은행인 JP Morgan은 2020년 10월 140억달러의 녹색채권 발행을 주도했지만, 2016년 이래 630~700억달러의 자금을 화석연료 산업에 대출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ESG-washing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왜곡하여 시장의 실패 나아가 정부 정책의 실패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여러 나라에서 ESG-washing을 방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EU에서는 녹색경제활동(green taxonomy) 규정을 법제화하고 지속가능금융정보공개규정(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s, SFDR)을 도입하였고, 프랑스에서는 ESG-washing에 해당하는 펀드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간 비영리기구인 TerraChoice는 매년 친환경 광고의 반환경성을 고발하는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ESG 열풍이 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ESG-washing을 감시하는 시민조직이 필요한 시점이 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나서야 하겠지만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제보 없이는 ESG-washing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는 ESG 열풍에 찬물을 끼얹자는 게 아니라 진짜와 가짜를 구분함으로써 진짜 ESG를 실천하는 기업을 응원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을 도태시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보다 정의로운 경제를 만들고자 함이다.  

이러한 시민의 노력이 성공하고 ESG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ESG를 모든 정책의 기본으로 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 평가에서 ESG 성과를 반영하거나, 예산의 편성과 배정에서 사회적 환경적 성과가 좋은 분야를 우선시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코로나 지원 자금의 배분도 그런 면에서 과거 매출액 기준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기여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 ESG는 새로운 전환을 이끄는 글로벌 키워드가 되고 있고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제 정부, 기업, 시민이 진짜 ESG의 정착을 위해 힘을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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