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9일 공개한 6차 평가보고서에는 기후위기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진행과정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나왔다.

IPCC는 1만4000여편의 논문을 검토·종합해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 상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영향으로 대기, 해양, 토지에 온난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최근 5년 동안 기온이 1850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넓은 지역에서 나타난 기후변화는 근현대 인류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며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온도가 1.09℃ 올랐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지난 200만년 넘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처럼 높은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IPCC는 앞으로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수록 지구온도는 더욱 상승하게 되고 더 큰 기후위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넷제로 달성이 필요하며, 다른 온실가스도 크게 감축해 1.5℃ 이내 상승제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PCC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도 국내에서는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보단 에너지전환의 속도 및 원전 감축, 재생에너지를 정쟁수단으로 삼으며 편가르기가 이어졌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11일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실현 가능성에 대해 숙고한 흔적이 전혀 없는 졸속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정부 시나리오는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유효한 수단인 원자력을 원천 배제한 ‘탈원전 교조주의’에 빠진 채 신재생에너지만 무모하게 확대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재생에너지가 효과가 없다는 악의적인 보도도 나왔다. 한 매체는 9일 실증용으로 설치한 새만금 수상태양광패널이 새똥으로 뒤덮여 문제가 크다고 했다. 극히 일부 사례를 부각시켜 재생에너지 전체를 매도하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 매체는 최근 여름철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에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매우 적다고 보도하는 등 재생에너지 무용론을 자주 펼친 바 있다.

IPCC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야기 했음에도 국내에서는 보고서가 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조용히 묻히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보고서에서 기후위기가 10년 앞으로 다가왔다며 경고하고 있지만, 심지어 에너지업계에서조차도 크게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등 체감도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전세계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국내는 색안경을 끼고 서로 비난만 일삼고 있다. 해법이나 대안 모색보다는 정쟁의 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에너지·환경문제 만큼은 편가르기가 아닌 하나의 팀이 되기를 기대한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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